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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미모 앞세운 여성앵커시대 막내려야" |
”개성과 교양, 자기확신이 드러나는 여성 앵커 보고싶다” [조선일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자가 말한다. 이어 여자가 말한다. “모월 모시 모뉴습니다.” 단 3초의 말. 그러나 한국의 여성 앵커가 이 한마디를 뉴스 앞머리에서 하기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 뉴스 시그널이 끝나면 카메라는 남자 앵커만을 잡았다. 그가 한참 뉴스를 진행한 뒤 뜬금없이 여자 앵커가 나타나 잡동사니 뉴스만을 전했다. “그녀는 어디 있다가 나타났는가?” 시청자는 의아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쥐죽은 듯이 남자 옆에서 ‘잡동사니’나 시답잖은 뉴스를 전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보조’였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한국의 방송뉴스에서 여성의 역할도 달라졌다. 남자들이 가고 싶어하는 부서인 정치, 경제, 또 해외특파원 등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방송뉴스는 여자의 현장”이라고 다이안 소여가 말했듯, 여성 기자들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며 뉴스를 전한다. 그러나 유독 앵커의 자리만은 겨우 “모월 모시 뉴습니다”라고 도입부에서 한마디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이 여성 앵커들이 여전히 ‘현장의 경험’이 결여된 점을 들고 있다. 지금 지상파 3사의 여성 앵커들은 대개가 아나운서 출신들이다. 그러나 그녀가 맡고 있는 앵커라는 일은 기자로서의 현장경험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방송언어가 아니라 방송문장을 다루는 것이다. 또 방송기자 사회는 기자훈련의 매뉴얼 없이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는 일종의 도제 시스템이 여전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녀들은 보도국의 ‘이방인’들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여성 앵커를 충원하는 한 한국 방송의 미래는 없다. “그녀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보다는 “그녀는 어떻게 보이나”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굳이 여성 기자냐, 아나운서냐의 출신 성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아나운서임에도 어떤 기자보다도 예리한 뉴스감각과 진행능력을 보여주는 손석희처럼, 여성 손석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그녀들을 발굴하고 키우려는 방송사의 의지다. 또한 기자출신의 여성 앵커를 많이 키운다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큰 성과도 거둘 수 있다. 여성 앵커를 얼굴만 예쁜 ‘얼짱’에서 발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외모는 ‘폭탄’급이지만 개성과 교양과 자기확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여성 앵커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예외 없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모가 아니라 신뢰를, 젊음이 아니라 관록을 보여줄 여성 앵커가 필요하다. 지금 방송 3사에는 여성 앵커가 매일 얼굴을 내민다. KBS의 정세진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지만 뉴스에서는 무색무취가 지나쳐 무미건조함으로 다가온다. MBC의 김주하는 ‘대어급’ 앵커임에도 정형화된 MBC의 남성 위주의 시스템 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SBS의 곽상은은 기자출신답게 멘트가 간결하며 아름답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이 세 여성 앵커들은 나름대로 악전고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매일매일 100이라는 자신의 역량을 겨우 50밖에 발휘하지 못한 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심정으로 뉴스 원고를 챙길 것이다. 열심히 일한 그녀들이 마음껏 말할 수 있을 때 한국의 방송은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제 방향을 잡는 셈이다. (전여옥 / 방송인) |
첫댓글 정말 공감되는 글이예요. ^^ 왜 여자 아나운서에게 보조적인 역할만 주어지는 것인지.... 나도 얼른 뉴스 데스크 앞에서 "오늘의 첫소식입니다."라고 포문을 열고 싶다는.....^^
끄덕 끄덕
글쎄요.. 곽상은 앵커의 멘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가쁘게 하던데요..
절대 동감~! 그러나 곽상은 앵커는 저역시 그리 멘트를 잘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ㅋㅋ 그런데 제 남자친구는 곽상은 앵커를 무지 좋아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