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1. 2003년 건설 수주액은 102조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89조원대 로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국내건설 수주액 하락은 98년 이후 처음. 내년엔 8 4조원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면 미분양아파트는 7만가구를 넘어섰 다. 완공된 미분양주택도 1만호가 넘는다. 역시 99년 이후 최대규모다.
통계 2. 지난해 178개 건설사가 문을 닫았다. 2003년 139개사보다 28% 늘어났 다. IMF 외환위기 때인 98년 522개사 부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부도업체 415개 가운데 건설업체가 20.7%(86개사)를 차지하기도 했다. 도 산기업 5개 가운데 1개가 건설사인 셈. 2003년 9월 이후 월 20~30건 이던 반납 건수는 지난해 말 40~60건으로 증가했다.
통계 3. 콘크리트 거푸집이나 건축물 내장재로 쓰이는 합판의 지난해 상반기 생산량은 모두 37만 5000톤. 2003년 같은 기간보다 11.7%가 감소했다. 수입량 도 15.5%가 감소한 65만 5000톤에 그쳤다. 국내 최초의 합판제조업체인 대성목 재는 지난해 6월 합판사업을 접었다. 관련업체들은 20% 감산중이다.
통계 4. 지난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은 2730만톤으로 2003년보다 10% 가량 줄 었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지난해 11월 삼척 신기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등도 일부 킬른(소성로)을 세웠다. 수요 부족 으로 공장을 세우기는 사상 처음이다.
통계 5. 영세 이삿짐센터 업주들이 가입한 전국화물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에 따 르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에는 연평균 486개 업체가 휴폐업 신고를 냈다. 그러나 최 근 1년간(2003년 6월~2004년 6월) 1200여건(20%)을 넘어섰다. 죽겠다고 아우성 이다.
‘건설발(發)’ 내수침체 경고령이 떨어졌다. 최근의 경기불황을 두고 그 원인 이 어디에 있는가 말들이 많다.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지 않아서라는 주장도 일 리 있다.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아서라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러 의견 가운데 건설경기 하락이 내수침체를 불렀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주택경기가 문제다. 건설투자에서 주택(건물포함)과 토목이 차지하 는 비율은 6대4 정도. 주택시장의 한파가 건설 불황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통계사례 5개를 연결해보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부동산거래 침체→부동산 수요위축→주택공급 축소와 건설경기 악화→건설사 부도→관련산 업 연쇄 불황→내수경기 침체라는 흐름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중량감은 상당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 르면 20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산업 비중은 4.9%. 도로건설 등 비(非)주택건설산업까지 합치면 17.5%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GDP의 10%에 육박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대표 제조업인 반도체산업과 비교했다. 반도체산업의 경우 1조원을 투자했을 때 생산은 1조3152억원, 부가가치는 4970억원, 고용효과는 4469명 늘 어난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택산업에 투자했을 때는 생산의 경우 반도체의 2배에 가까운 2조848억 원, 부가가치는 8309억원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고용효과의 경우 무려 2만3602 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김관수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반도체산업의 경우 파장효과는 그 업체에 종사 하는 사람들에게 끝나는 반면 건설업의 경우 국가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 고 말했다.
■건설업 하향세 뚜렷■
그러나 요즘 건설업은 말이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건설에 대한 투자액은 19조9237억원으로 추산됐다. 2003년 32조7139억원보다 39.1%(12조790 2억원)나 감소한 수치다. 통계 1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 수주액은 2003년과 비 교해 20% 이상 감소했다. 사라지는 건설사도(통계 2) 부지기수다.
자금압박에도 시달린다. 시중은행들은 건설업종을 특별관리업종으로 지정해 신 규여신을 계속 줄이는 중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건설업종에 대한 은행 대 출금 잔액은 지난해 3분기 24조2000억원에서 올 3분기 23조5000억원으로 2.9% 줄었다.
지역 건설업계의 경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들도 잇따랐다. 실 제로 시도급순위 30위권에 달하던 디알종합건설은 시행사로부터 공사비 3억500 0여만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달 약속어음 100만원을 갚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중소업체들이 포함된 대한주택건설협회 등록업체 가운데 실제 아파트사업을 시 행한 공급실적업체는 전체의 16~21% 선에 불과하다. 5개사 가운데 4개사가 연 간 실적이 없다는 얘기다.
김관수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실적부진으로 영업정비를 받아 면허가 취소되면 나중에 면허를 따기 어려워 아예 반납을 택한다”며 “이는 앞으로 경기에 대 해서도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련업종까지 연쇄 부실■
건설에 목을 맨 관련 산업도 적지 않다. 시멘트, 건자재, 가구, 목재 등을 손 쉽게 떠올릴 만하다. 소소하게 따지면 인테리어, 조명, 타일, 이삿짐센터 종사 자들도 건설사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표준산업분류에 따르는 정부통계 에는 건설업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건설사경기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 많다. 관련업종까지 치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그 러나 이 곳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바닥재 창틀을 생산하는 LG화학, 한화종합화학 등도 판매가 급감하자 평소 90% 이상이던 가동률을 70%까지 낮췄다. 한화종합화학 측은 “주택건설실적이 지난 해 절반 수준”이라며 “건축자재업계 역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 다.
경기도 하남시 마석 등지의 가구단지 업체들도 울상 짓기는 마찬가지다.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주문량이 확 줄었다. 납품한 가구대금도 못 받는 처지다. 반면 건자재업체들로부터는 납품대금을 달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 서구 목재단지 내 30여개 업체들 가운데 5~6개 업체가 폐업했다. 역시 목재를 구입하는 건설사 수요가 줄어서다.
이사도 급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에 행정구역상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사람은 186만4000명으로 2003년 같은 기간보다 14. 6% 줄었다. 인구총이동률이 3.8%를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0.6%포인트 감소했다 . 분기별 인구이동률이 3%대로 떨어지기는 95년 관련통계가 조사되기 시작한 뒤 처음. 정창신 통계청 인구분석과장은 “원인을 확실히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경기불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영세 이삿짐센터 업주들이 가입한 전국화물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심규선 차장 은 “이사물량이 예년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아우성”이라며 “신고 없이 사업을 접은 업주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중개업소는 그야말로 개점휴업상태다. 2003년 10·29 부동산종합대책 뒤 1년간 6000여곳에 휴폐업 신고를 냈다. 지난해 3분기말 서울시에 등록된 부동 산중개업소는 2만2154곳이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건수는 1만84건. 단순하 게 계산해 봐도 중개업소 두 곳당 한 건 밖에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 셈이다.
■고용에도 직격탄■
건설업 위축은 실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제조업은 ‘고용없는 성장’ 으로 향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건설 고용효과가 주목받는다. 주택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0억원 투자에 23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갖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건설업 취업인구는 총취업자 가운데 7.8%를 차지한다. 등록업 체 수만도 6만4000여개. 127조원 매출에 종사자수도 171만9000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순수 건설업만 포함한 것으로 역시 관련 산업으로 확대하면 그 중요성 은 더 커진다. 그러나 건설업이 무너지면서 실업률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다.
건설사 취업 포털사이트인 건설워커 유종욱 이사는 “지난해 건설인력 채용인 원이 5~15% 줄어든 걸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건설 투 자감소로 일자리가 30만1873개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용직 건설노동 자들의 구직난도 심각해 서민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건설경기는 고용유발효과가 크기 때문 에 내수부문과 서민가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건설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공부문의 투자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토목진출 등 사업다각화■
향후 건설경기를 어둡게 보기는 정부나 건설사나 마찬가지다. 건설교통부는 ‘ 2004년 주택시장 동향 및 2005년 주택경기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주택경기는 침체 가시화 국면에 있으며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설문조사결과 건설업체들은 올해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4 7.1%로 나와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 17.6%보다 많았다. 주택산업연구원과 부동산뱅크 공동조사결과에서도 내년도 주택건설물량을 줄이겠다는 업체가 41. 7%로 나와 주택건설실적은 계속 떨어질 듯 보인다.
이 때문에 건설사 자구노력도 치열하다. 일단 올해 주택부문 건설경기가 불투 명하다는 시각 아래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사회간접 자본(SOC) 투자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여 토목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가 상 당수다.
월드건설은 토목 부문 공사실적이 풍부한 전문 토건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다. 경기를 타지 않는 관급 토목공사 수주를 위해 그 동안의 공사실적이 뒷받침돼 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건설은 남광토건 인수전에 나섰다. 우림건설도 지방 토건업체를 찾아 나섰 다. 이 때문에 쌍용건설, 극동건설, 한신공영, 남광토건 등 M&A대상 건설업체 들에 대한 인수전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부동산개발업체 신영은 지난해 10월 신규사업진출을 위해 면방업체 대농을 인 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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