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학교 때부터 반세기가 넘도록 소위 ‘주기도문’(The Lord’s Prayer)에 대해 듣고 또 암송해 왔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최근에야 그 내용이 깊이 이해되어 제 마음을 적셨습니다. 아울러 관련된 기존의 관행들 중에서 재고해 보았으면 하는 다음 몇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먼저 해당 단락은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렇게 기도하십시오”로 시작합니다(마 6:9). 따라서 굳이 제목을 달려면, ‘주기도문’보다는 교부였던 터툴리안처럼 ‘신자들의 기도문’(oratio fidelium)이라고 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또한 지금처럼 공 예배 때 이 기도문을 암송하게 된 것은 대체로 4세기 이후입니다. 그 이전에는 개인기도 혹은 침례 후 신자가 되었을 때 주로 고백되었습니다. 따라서 예배 때 ‘주기도문’ 암송 여부가 소위 정통과 이단을 구별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한 예로 침례교단은 공 예배에서 주기도문을 암송하지 않습니다. 끝으로 기도 끝에 반드시 ‘아멘’을 붙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했던 두 번의 긴 기도 끝을 항상 아멘으로 마무리하지는 않았습니다(엡 1:17-23, 3:14-21). 따라서 기도 후에 ‘아멘’으로 마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겨지도록 하시며, …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왕국과 능력과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마 6:9-13).
주님이 가르쳐주신 위 기도에 관해서는 여러 성경 교사들이 다양한 해설서를 펴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자료들을 참고하되, 제가 주님 앞에서 개인적으로 빛 비춤 받고 소화한 것들을 요약한 것입니다.
위 기도는 대략 다음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버지 이름, 왕국, 하나님의 뜻: 솔직히 전에는 이 세 단어(개념)가 무슨 의미이고,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추구하면서, 하나님의 뜻은 이 땅에 왕국을 세우는 것이고, 그 왕국의 영역 안에서만 아버지의 이름이 온전히 거룩히 여겨진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이 단락을 푸는 열쇠는 ‘왕국이 오게 하시며’(Your kingdom come)를 바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먼저 거의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바실레이아’(932)를 ‘kingdom’으로 번역했는데, 직역하면 ‘왕국’입니다. 따라서 이 기도는 ‘하나님이 왕이신 영역’(왕국)을 이 땅에도 세우시려는 그분의 뜻이 속히 이뤄지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천은 우리 삶 속에서 하나님을 왕으로 대우해 드리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혼, 즉 자아가 매 순간 부인되고, 주님이 우리의 인격으로 나타나시는 것입니다.
참고로 주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이 세상의 통치자(임금)는 사탄이었고, 오직 주님 자신만이 하나님의 왕국(영역)이셨습니다(요 12:31, 눅 17:21). 그러나 부활 후에 주님께서 생명 주시는 영으로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내주하심으로 이 왕국은 그분의 몸인 교회로 확대되었습니다(롬 14:17). 하지만 현재는 덜 변화된 우리의 혼과 자아로 인해 이 왕국의 실재는 부분적으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재림 때에는 이 세상의 왕국이 ‘주님과 그리스도의 왕국’으로 완전히 바뀌게 될 것입니다(계 11:15).
일용할 양식, 용서, 악한 자에게서 구출됨: 위 첫 단락이 삼위 하나님과 관련이 있다면, 이 부분의 세 가지 요구는 우리의 필요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기도는 우리가 이 땅에서 왕국 백성으로서 왕이신 주님과 계속 연결되어 있고, 신성한 공급을 받으며, 그분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항목들입니다.
먼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라’는 기도는 왕국 백성은 이 땅에서 믿음으로 살고 내일을 염려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습니다(마 6:34). 그다음 항목은 내게 상처 준 이들을 용서했으니, 하나님도 나의 실패와 허물을 용서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만일 마음에서 용서하지 못한 이들이 남아 있다면 양심상 이런 기도를 진실하게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마 5:23-24). 마지막으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한 자에게서 구출해 달라는 기도는 빛 가운데 자신의 약함을 참되게 알고, 악한 자인 사탄의 궤계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진심을 담아 할 수 있는 그런 기도입니다(요일 5:19).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습니다.
왕국, 능력, 영광: 이 “왕국과 능력과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라는 부분은 일종의 삼중 찬양입니다. 즉 아버지께서 하나님의 뜻인 왕국 안에서, 영광 안에 있는 그분의 단체적인 표현을 얻으신 것을 선포한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 아버지는 이 기도의 시작과 끝이시고, 알파와 오메가이십니다.
위 본문을 묵상할 때, 문득 두 대목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이 왕을 세워 달라고 하자, 여호와께서 “나를 거절하여 자신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반응하신 부분입니다(삼상 8:7). 또 하나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가 그들 가운데서 더럽힌 나의 위대한 이름을 거룩하게 하겠다”라고 하신 것입니다(겔 36:23). 결국 위 본문의 성취는 우리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오 하나님, 당신만이 우리의 왕이십니다. 다른 왕은 없습니다.
우리로 이 땅에서 당신의 왕국이 되게 하시어,
당신의 능력과 영광을 영원히 나타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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