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단속행위 불가피, 정치책임론 앞에 김무성 수세모드 유승민은 침묵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다. 지난 2일의 여야 합의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할 상황이다. 비단 청와대가 ‘월권’이라고 반발한 것뿐만 아니라 보수언론 등 새누리당 지지기반이 동요하면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담은 여야 합의 이후 보수언론의 집중포화와 청와대와 정부의 공격 앞에 당황했다. 여기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봇물이 터지듯 했다.
이러한 상황에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저녁 비공개 의총장에서 청와대가 여야 합의안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과 연계됐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 청와대의 무책임한 태도를 문제 삼는 악수까지 뒀다. 이러한 행위는 대통령을 공격해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이라는 진영 내부의 비판을 초래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결국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발언이 보도되자 곧바로 당청 ‘진실공방’논란으로 비화됐다. 돌이키기엔 김 대표나 유 원내대표가 너무 멀리 나온 형국이다. 대통령 권력을 상대로 ‘진실공방’을 벌인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에 다름 아님에도 단 하루 사이에 수습이 용이하지 않은 지점까지 가 버렸다.
비공개 의총에 이어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부칙에 첨부하는 협상안도 부결됐다. 청와대는 둘째치고라도 당내에서조차 자신들이 주도한 여야합의안을 관철시킬 동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청와대와의 진실공방’까지 덧붙여져 그야말로 움치고 뛸 수 없는 버거운 지경에까지 몰렸다.
청와대는 김무성-유승민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이 아니다”며 명목소득대체율 50% 명기 부문은 “몰랐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조용하게 수습하는 쪽이 아닌 대놓고 ‘한 번 해보자’고 이들을 코너에 몬 것이다. 이같이 청와대가 건 싸움은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로선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이를 두고 꼬치꼬치 청와대의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언행을 했는지를 들추면 오히려 자신들이 치명상을 입는다. 이는 사실여부와는 관계없다.
이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진실공방’은 사실여부 자체보다 진영 전체가 상처로 남느냐 아니냐가 더 큰 관심사이다. 이러한 경우 건강한 어깨싸움이라는 ‘견제’라는 정치적 힘의 작동보다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진영 내부 단속력’이란 ‘칼’의 힘이 문제해결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7일 오전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공무원연금법 본회의 처리 무산에 대한 청와대 공식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힌 것은 ‘단속’ 절차의 일환이었다. 김 수석은 이러한 책임문제에 대해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내지 못해 유감”이라며 정치권 전체에다 돌렸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뺀 여야합의를 주문하는 등 새누리당에게 공개적으로 재협상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다. 여권 내 힘의 중심축이 어디에 있는 지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7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 행사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와 정치권도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사실상 여당 지도부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질책하는 듯한 말을 했다.
靑 단속행위는 불가피, 정치책임론 앞에 김무성 수세모드
‘진실공방’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 예정된 정치적 단속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코너에 몰린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더 궁지에 몰았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김 대표의 상황에 대해 “청와대의 일사불란한 친위쿠데타로 인해 김 대표의 처지는 풍전등화(風前燈火)가 됐다”고 비꼬기조차 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7일 오후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하루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유고(有故)인 상황이다. 이들은 일단 숨을 돌린 후 움직이겠다는 뜻이나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약 1주일 전 4.29재보궐선거 수도권 3승으로 정치적으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은 김무성 대표로선 이번 여야 합의안 파기 논란으로 작지 않은 상처를 입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전날 상황이 불리한 쪽으로 흐르자 일단 청와대의 뜻에 보조를 맞춘 행보를 했다. 50% 문구와 관련한 협상과정에서 김 대표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새정치연합에 돌리려 애를 쓴 것은 이를 대변한다.
특히 전날 최고위 부결과정을 보면 김 대표가 ‘부결’ 입장으로 돌아선 흔적이 역력하다. 대표가 끝까지 고집했다면 쉽게 ‘부결’로 결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목적의 수세모드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의 경우에는 전날 최고위 ‘부결’ 결정 이후 곧바로 <사과성명>까지 낸 후 조용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공개 의총에서 “(청와대에) 따지겠다”는 등의 말까지 하며 강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유 원내대표로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문제’가 자신에게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원내협상 사령탑인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지도 불투명한 형편이다. 청와대나 당내 기류를 보면 이번 사태를 ‘없었던 일’처럼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에게 책임을 지우기가 부담스럽다면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지우는 쪽의 선택이 예상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소득대체율 50% 여야 합의과정에 유 원내대표 자신의 ‘중부담-중복지’의 정치철학이 반영된 면이 강했던 측면도 작용했다.
사실 유 원내대표의 ‘중부담-중복지’론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일반 국민이나 야당 지지층에선 신선하게 받아들였으나 진영 내부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이는 친이나 친박을 떠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