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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장, 전처의 제사 봄이 되자 박미현은 더 바빠진다. 남편을 출근을 시키고 세영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세희도 유치원엘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집안일을 끝내고 나서 하루의 대부분을 정원을 손질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아직 정원은 제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지를 못하고 있었다. 박미현은 새로운 나무들을 사다가 정원을 꾸미기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녀의 정원은 날이 갈수록 모습이 변해간다. 미현의 그런 부지런함을 최우진은 놀라면서 바라본다. "여보! 집안이 나날이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 보기 좋구려! 허지만 그러다 당신이 병이라도 날까 겁나는데?......" "병이 나다니요?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는데 병이 나다니요? 걱정을 하지 마세요! 무엇이든지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면 병이 날 틈도 없답니다." 박미현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남편이 너무나 고마웠다. "참,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해야 할지....." 최우진은 말을 하다 말고 주저한다. "뭔데요?......" "실은 죽은 그 사람의 기일이 얼마 남지를 않았는데...." "그래요? 헌데, 무엇이 걱정이에요?" "집에서 지내지 말고 모셔놓은 절에 가서 제사를 지내주면 되겠지?" "그건 안 되지요. 나중에라도 세영이와 세희가 뭐라고 하겠어요? 세영이가 다 클 때까지 내가 정성껏 모셔야지요." "그래도 괜찮겠어?" "여보! 그건 당연한 일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알아서 준비를 다 할게요!" "고맙소! 당신은 살아갈수록 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사람이오." 최우진은 아내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는다. 살아갈수록 점점 더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가정이란 것이 이처럼 아늑하고 행복할 수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그런 아내였다. "여보!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알지?" "그럼요! 나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내게 아들과 딸 그리고 이렇게 좋은 가정을 가꾸고 꾸밀 수 있게 해주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박미현은 전처의 기일에 차질이 없도록 물건을 구입한다. 제사에 쓸 제물들은 최고로 좋은 것들로만 골라서 하나하나 정성껏 구입을 한다. 이제 오늘 하루 음식을 장만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 온 집안을 더욱 더 깨끗이 청소를 한다. 청소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때쯤 대문의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세요?" 아직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을 열기 전에 누군가를 확인을 한다. "보은에서 외할머님이 올라오셨습니다." "네?........." 박미현은 황급히 대문의 잠금 쇠를 열고는 현관을 향해서 뛰다시피 나간다. 이미 대문 안으로 들어선 김노인은 정원을 유심히 둘러본다. "어서 오십시요! 연락을 주셨더라면 마중을 나갈 것을요......." "흥! 아주 잘 꾸며놓고 재미있게 사는군!" 노인은 첫마디부터 빈정거림이 가득하다. "어서 안으로 드십시오!" 박미현은 노인을 안으로 모신다. 안으로 들어선 김노인은 역시 세밀하게 집안을 둘러본다. "그래! 이곳에서 내 딸의 흔적은 아예 눈 씻고 찾아 볼 래야 찾을 수가 없구나! 이렇게 해야만 시원하냐?" "네?.........." "너 거기 좀 앉아라!" "우선 목이라도 축이실 것이라도......" "그건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어서 게 좀 앉아라!" 김노인의 태도는 아주 당당하다. 박미현은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노인의 앞에 앉는다. "아이들 데리러 한번 비쭉 다녀가고선 구정에도 얼씬도 하지 않고..... 그래! 너희들은 오지 않아도 좋다. 허지만 내 손자 손녀조차도 보내지 않으니 이제는 그 애들하고 우리하고 아예 담을 쌓을 작정이냐?" "죄송스럽습니다." "죄송? 죄송스러운 것을 안다면 어디 얼마나 우리 딸의 젯상을 잘 장만하는지 한번 보자꾸나!" "네! 부족하지만 너그럽게 용서를 해 주십시오." 박미현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서 용서를 구한다. "흥!" 노인은 무엇이 잔뜩 못 마땅스러우신지 인상이 험악하다. "우선 내 방이 어디냐?" "네?........" "왜 그렇게 놀라니? 그럼 이 커다란 집에 설마 내 방을 준비해 놓지도 않았다는 말은 아니겠지?" 박미현은 당황한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것이다. 물론 손님용 방은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노인의 전용 방을 준비해 놓는다고는 전혀 생각해 본 일도 없었다. "분명히 내가 오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온다고 했던 말을 잊은 것은 아니지?" "아! 네......." "어느 방이냐?" 그녀는 노인을 이층의 손님용 방으로 안내를 한다. "우선 이 방에서 쉬시고 계시지요!" "뭐? 우선이라고 했니?" "..................." "역시 내 짐작대로구나! 그러니 보나 마나 아이들에게도 소홀히 할 것은 뻔한 일이다. 허지만 분명히 알아 두어라! 그 애들 뒤에는 그 애들의 외가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 박미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내려가서 점심을 준비한다. 상에다 차려서 이층으로 가지고 올라간다. "진지 잡수세요!" "세희는 몇 시에 오냐?" "아직 두 시간은 있어야 도착을 합니다."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되니?" "네! 대문 앞까지 유치원 차가옵니다." 노인은 말없이 식사를 한다. 그녀는 옆에서 노인의 식사시중을 들어드린다. 시장했던지 식사를 거의 다 비운다. 박미현은 제사 음식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집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전처의 제삿날이라고 특별히 오는 사람도 없다. 아이들의 외가에서 저녁때나 되어서야 당도를 한다는 연락이 있을 뿐이었다. 김노인은 아들의 만류에도 미리 올라오신 것이다. 시간을 보면서 미현은 대문으로 나간다. 세희가 돌아올 시간이었던 것이다. 유치원차가 정확한 시간에 대문 앞에 정차를 한다. "세희야! 잘 다녀왔니?" "네!" 대문을 들어서면서 하는 대화이다. "외할머니께서 오셨다! 들어가서 인사를 드려야지?" 세희는 외할머니라는 말을 듣고는 잠시 미현을 바라본다. "보은에 너희 외할머니시다." 그제 서야 세희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세희가 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노인은 아래층에 내려와 있었다. "할머니!" "오냐! 아이 구! 내 새끼! 어디 얼굴 좀 보자!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느냐?" 노인은 세희의 모습을 이리저리 관찰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곳이라도 흠 잡을 곳이 없나 하는 눈초리로 그렇게 아이를 세워놓고 살피고 있는 것이다. "아가! 힘들지 않던?" 세희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잠시 뒤에 세영이 도착을 한다. "할머니!" "오냐! 우리 손자! 어디 이 할미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아니?" 또한 세영을 이리 저리 살핀다. "어이구! 애들의 얼굴에 어쩜 이리도 핏기가 하나도 없냐? 애들이 왜 이리도 기운이 없어 보이느냐는 말이다." "................" 그러나 박미현은 못들은 척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미현이 아무런 대꾸가 없자 노인은 통곡을 한다. "아이 구! 불쌍한 내 새끼! 영림아! 너 보이느냐? 니 새끼들의 불쌍한 모습이 보이느냐는 말이다. 뭐가 그리도 급해서 금쪽같은 니 새끼들을 놔두고 그리도 떠났다는 말이냐? 영림아! 아ㅡ흐 흐흑............" "할머니! 울지 마세요." 두 아이들은 할머니의 울음에 함께 따라서 운다. 박미현은 그저 모르는 척 음식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자신이 나선다고 해결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일손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박미현은 일손을 멈추고 거실로 나간다. "그만 하세요!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도 한 번도 낳아보지 못한 네가 어미의 심정을 어찌 알 수가 있느냐? 그런 너한테 자식을 맡기고 내 딸의 영혼인들 편안히 쉴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아이고! 영림아!~~~~아이고~~~~" 김노인의 통곡소리는 더 크게 집안을 울린다. 그때 최우진이 집으로 들어선다. "장모님! 왜 이러십니까?" "최서방! 자네 마침 잘 들어 왔네! 이 사람아! 우리 영림이의 흔적이 그리도 싫었더란 말인가? 어찌 이리도 매정스럽게 우리 영림이의 흔적을 깨끗하게 치웠더란 말인가?" 김노인은 최우진을 잡고서 다시 통곡을 한다. "장모님! 이제 와서 이러신다고 무엇이 달라집니까? 그 사람의 흔적을 안고서 어떻게 내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인데 그 흔적을 잡고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최우진은 노인의 완고한 고집이 안타깝다. "이제 그만 진정하시고 소파로 가셔서 편히 쉬십시오." 최우진은 노인을 잡아 일으켜서 소파로 간다. "여보! 여기 뭐라도 따끈한 것을 내 주시오." "네!" 박미현은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주방으로 향한다. 저녁때가 되자 아이들 엄마의 친정 형제들이 도착한다. "집이 아주 넓고 좋군!" 그들은 들어서면서 모두 한마디씩 찬사를 보낸다. 그것은 부러움 반 시새움 반이였다. 자신의 형제가 누려야 할 것들을 낯선 다른 사람이 누린다는데 대한 시새움이었다. 제사는 박미현의 정성껏 마련한 제물로서 치뤄진다. 그들 누구도 제상의 상차림에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는다. 자신들의 생각보다 너무나 완벽하고 푸짐하고 정성스런 제사상이라는 것을 한눈에 보아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제사가 거의 끝이 날 무렵에 다시 노인의 통곡소리가 시작이 되고 있었다. "아이고! 영림아~~~~~~ 이 불쌍한 것아! 이 어미의 가슴에 이런 한을 남기고 무엇이 급해서 그리도 훌쩍 떠났더란 말이냐? 아무리 제사상을 잘 차린들 무엇 한다는 말이냐? 영림아~~~~" 노인의 통곡을 한참을 지속된다. "어머니! 이제 그만 하세요. 이제는 우리 모두 잊어야 합니다." "지금 뭐라고 했냐? 어떻게 우리 영림이를 잊고 살수가 있다는 말이냐?" 아들의 한마디에 노인의 가슴에 기름을 가져다 붓고 만다. "어~~흐 흐흑~~~~ 영림아~~~~ 너도 지금 보고 있느냐? 네가 그리도 죽고 못 살겠다는 네 서방이 얼마나 행복한지 너도 알고 있느냐? 이 불쌍한 것아!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너를 잊는다고 해도 이 어미는 죽어서도 너를 잊지 못한다. 영림아~~~~~ 네 자식들이 보고 싶지도 않느냐? 어미 없이 불쌍하게 자라고 있는 네 자식들이 눈에 밟혀서 구천에서 떠도는 네 혼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이 불쌍한 내 손자들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어머니! 이제 제발 그만 하세요. 세영이 하고 세희가 왜 불쌍합니까? 이렇게 좋은 집에서 좋은 엄마도 있는데 이제는 아무런 걱정도 하시지 마세요." "애비야! 네 눈에는 내 손자들이 행복해 보이냐? 저것들의 얼굴에 가득 낀 먹장구름이 에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 "어머니! 이러지 않기로 하셨잖아요? 이제는 최서방도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그렇게 아픈 영림이에게 얼마나 잘 해줬습니까? 그리고 지금 세영이나 세희가 얼마나 이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잘 아시면서 그런 엉뚱한 말씀을 하십니까?" "애비야! 난 너무나 억울해서 못살겠다! 이 모든 것들은 내 딸인 우리 영림이의 것이다. 그런데 엉뚱한 사람이 들어와서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가슴이 갈갈이 찢겨져 나가고 있다." "어머니! 그런 억지를 부리지 마세요. 최서방이나 아이들 보기에 민망스럽습니다." 그녀의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의 억지에 당황한다. "미안합니다. 노인의 완고한 고집이려니 하고 이해를 하십시오." 미현을 향해서 사과를 한다. "네!............" "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이층으로 올라가 있어요." 자신의 아내를 향해서 말을 한다. 잠시 후에 집안이 다시 평온해 진다. 모두들 상 앞에 둘러앉아서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술잔이 오고간다. "형님! 저 좀 잠시.........." 최우진은 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래도 서운하시더라도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최우진을 어렵게 말을 꺼낸다. "죄송합니다. 내년부터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겠습니다." ".................." "집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차피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고 저도 제 생활을 남들처럼 행복하게 유지하고 싶습니다. 장모님께서 우리를 만나실 때마다 저러시는 것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미안하네! 난들 왜 자네의 심정을 모르겠나? 허지만 어머니의 그 깊은 한이 어디 자네에게 향하고 있는 것인가? 그저 명이 짧은 당신의 자식만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시는 거지! 자네가 좀 더 이해를 해 주게!" "압니다! 저도 장모님의 그 심정을 이해를 합니다. 허지만 제 집사람은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생각하면 도저히 더 이상은 장모님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이 들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지금 그 사람이 안치되어있는 절에서 제사를 모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자네가 편하다면 그리 하지." "형님!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이다음 세영이가 자라서 세영이 손으로 제사를 지낼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오히려 그러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현명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네! 그 동안 자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우리 생각만을 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하네!" "이해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남자는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다. "부디 이제는 자네도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네! 아마 우리 영림이도 그러리라고 생각하네! 자네에게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을 걸세!" "형님! 언제라도 서울에 오시면 연락을 주십시오. 우리 세영이와 세희가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집에 들려주시고요." "그러지! 내 자네의 그 마음을 잊지 않을 걸세!" 그들은 모두 돌아갔다. 그러나 김노인은 그대로 주저앉는다. 손자와 손녀 때문에 며칠을 계시겠다고 하시는 말씀에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박미현은 제사의 뒷설거지를 마무리 하고 거의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방으로 들어선다. "여보! 너무나 고생이 많구려! 이럴 줄 알았다면 금년부터 절에서 모셔야 하는 건데...." "지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최우진은 아이들의 큰 외삼촌에게 했던 말을 들려준다. "그러지 말아요! 어떻게 하든 내 손으로 정성껏 제사라도 지내드리고 싶어요." "안되오! 더 이상은 당신에게 그런 고생을 하게 내 버려두지 않을 것이오. 내년부터는 그대로 절에서 제사를 모시도록 하겠소!" 최우진의 결심은 아주 완고했다. "자! 어서 이리 누워서 한숨 자야겠소!" 최우진은 아내를 침대로 끌어들인다. 박미현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든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자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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