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슈퍼맨’ 최상권의 근육학 지상강의②…발목 염좌
대회에 나가보면 참가자들의 자세가 참으로 제각각이다.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뛰는 사람, 팔을 옆으로 흔드는 사람, 발이 안쪽으로 돌아가는 사람, 또는 발이 밖으로 돌아가는 사람 등. 이처럼 자세가 다른 것은 각각의 신체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신체 부분은 발이다. 발은 직립 보행하는 인간의 신체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이다. 발의 특징에 따라 달리는 자세도 달라지는데,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80%가 발에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발, 요족, 과내전, 과외전과 같은 발의 구조적 문제는 발목 염좌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발목 염좌는 통증과 상태의 정도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1도 염좌는 가벼운 통증과 부종을 수반하는 것으로 며칠만 휴식하면 나을 수 있는 정도다. 발목을 삐끗했을 때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고 금세 부어오르면 인대가 손상된 2도 염좌다. 걷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으며 치료에 몇 주일이 소요된다. 3도 염좌는 골절을 수반하거나 인대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로 걷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주자들에 게 가장 흔한 12가지 부상 중 발목 염좌의 발생 빈도는 남성이 6.5%, 여성이 13.3% 라고 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구조적 문제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여성은 골반에서 무릎까지의 Q각이 크기 때문에 내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발의 구조적 문제가 어떻게 발목 염좌를 야기하는 것일까? 이것은 달리는 동안 다리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수십 개의 인대와 뼈가 얽혀있는 발은 땅을 딛는 최소한의 지지면이다. 뛰는 동안 발은 땅을 딛고, 고관절까지 연결된 경골과 비골은 약간 회전하게 되는데 이때 발목은 회전 기전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발이 안쪽으로 많이 돌아갈수록 발목의 회전 각도 커지고, 심하게 밖으로 꺾이면 인대나 근육에 손상이 오면서 염좌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고르지 못한 지면을 디뎠을 때 발목이 심하게 꺾이는 경우가 많다.
발목 염좌의 대부분은 발목이 바깥으로 꺾이면서 일어난다. 발의 기전상 안쪽으로 꺾이는 염좌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발목 염좌에는 근육이 놀랐을 경우에 생기는 근육 염좌(Strain)와 인대가 파열된 경우의 인대 염좌(Sprain)가 있다. 발목을 삐면 복사뼈 약간 앞쪽이 아픈 것을 느 낄 수 있는데 이는 전거비 인대가 늘어났거나 파열되었기 때문이다. 종아리 바깥쪽 뼈인 비골과 종아리와 뒤꿈치 사이에 있는 거골을 연결하는 전거비 인대는 가장 손상되기 쉬운 부분이다.
주로 손상되는 근육은 단비골근으로 복사뼈 뒤에서 시작해 다섯 번째 발가락 중간 지점에서 뼈에 붙는다. 살짝 삐끗한 경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통증이 심할 때는 단비골근 끝에 붙어있는 뼈가 골절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
발목 염좌는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이기 때문에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빨리, 바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은 물론 다른 근육까지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삐끗한 후에도 절룩거리며 계속 달린다면 아프지 않은 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면서 반대쪽 발에 과부하가 걸린다. 언젠가 낫겠거니 안심하고 치료를 늦추면 지속적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자세가 비뚤어지고 골격이 뒤틀리는 2차 현상을 보이게 된다. 관절염, 만성적 재발도 조기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발목 염좌 치료법과 예방법
발목 염좌에 가장 적절한 치료법은 RICE(Rest 휴식·Icing 얼음 찜질·Compression 압박·Elevation 부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들어올리기)이다. 발목을 삐면 달리기를 멈추고 쉬면서 얼음찜질을 해준다. 굳이 얼음 팩을 살 필요 없이 수건을 차갑게 얼려서 발목에 감고 있으면 편하다. 붕대를 8자로 감거나 발목 보호대로 부상 부위를 압박하면 부종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발을 높은 곳에 올려놓는 것은 혈액의 흐름을 낮은 쪽으로 유도해 통증 물질이 부상 부위에 머무는 것을 막아준다. 신발을 신을 때는 조이는 것보다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 넉넉한 것을 신는다.
치료법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법이다. 달리기 전에 발목을 여러 번 돌리는 스트레칭을 해주고 평소에도 발목 강화 훈련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달릴 때는 불규칙한 주로를 피하고, 산악 코스에서는 특히 주의를 요한다. 산에서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을 신고 뛰거나 붕대를 감고 뛰는 것이 좋다. 이때는 스포츠 테이프 같은 얇고 신축성이 있는 테이프를 발목에 팔자로 감아주면 효과가 있다.
테이프는 물집을 발생시키지 않고, 압박 붕대보다 얇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발목 염좌를 예방, 치료하는 테이핑은 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 늘여야 한다.
한번 삔 사람이 같은 부위를 다시 삐는 것은 재활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목 강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는 발을 잡고 발목을 안팎으로 살짝 힘을 주어 미는 방법이 있다. 일어서서 한쪽 다리를 뒤로 빼고 벽을 미는 자세를 취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발로 허공에 글자 쓰기, 시소처럼 지지대가 있는 조그만 널빤지 위에 올라가 균형 잡기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