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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 중심에 자리했던 특별한 성물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언약궤, 곧 하나님의 법궤다. 언약궤는 단순한 상자나 종교적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맺으신 언약의 상징이었으며,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거룩한 표징이었다. 성경은 언약궤 안에 세 가지 중요한 성물이 있었다고 전한다. 십계명의 돌판, 만나를 담은 항아리, 그리고 아론의 싹난 지팡이다. 이 성물은 과거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물질과 속도가 지배하는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더욱 깊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는가’ ‘당신은 무엇으로 하루를 살아가는가’ ‘당신의 삶에는 생명이 있는가’ 언약궤 안의 성물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십계명의 돌판은 ‘말씀의 기준’을 가르친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의 평가가 기준이 되기도 하고, 돈과 성공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다수가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한다. 어제 옳다고 했던 것이 오늘은 틀릴 수 있고, 어제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십계명 돌판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목소리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으라’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올바른 기준이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지혜가 부족하고, 정보는 많지만 무엇이 진리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발걸음을 통제하기 위한 굴레가 아니라, 길을 잃지 않도록 비추는 등불이다. 인생이 흔들릴수록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택의 순간일수록 말씀을 바라보아야 한다. 세상의 박수가 사라질때도 하나님의 기준을 붙잡아야 한다.
둘째, 만나를 담은 항아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한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는 생명의 양식이었다. 먹을 것이 없는 광야에서 하나님은 하늘로부터 만나를 내려 그들의 삶을 지켜 주셨다. 만나는 인간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날마다 공급하신 은혜의 선물이었다. 그런데 현대인은 무엇이든 자신의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의 시작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은혜가 있었다. 오늘 아침 눈을 뜰 수 있었던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건강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던 것,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오늘이 주어진 것.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혜다. 만나를 담은 항아리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를 잊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은 어려울 때는 하나님을 찾지만, 형편이 좋아지면 은혜를 잊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를 기억하게 하셨다. 오늘 우리에게도 ‘은혜의 기억’이 필요하다.
셋째, 아론의 싹난 지팡이는 선택받은 자와 부활을 상징한다. 본래 지팡이는 생명이 없는 마른 나무다. 그런데 그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까지 맺혔다. 죽은 것처럼 보였던 나무에서 생명이 나타난 것이다.
가끔 죽을 힘을 다해 오랫동안 기도했지만 응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 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나의 가능성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손을 대시면 마른 지팡이에서도 싹이 날 수 있다. 아론의 싹난 지팡이는 단순히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사람에게 사명을 주고, 그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생명과 능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꽃이 모두 같은 자리에서 피는 것은 아니다. 나무마다 열매를 맺는 때가 다르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주신 삶의 자리와 사명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언약궤 안의 세 가지 성물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삶을 가르친다. 현대인은 성공하기 위해 바쁘게 달려간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멈추어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가진 것은 누구의 은혜인가’ ‘나를 이 땅에 보내신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재산의 크기도, 명예의 높이도, 사람들의 박수도 아닐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았는가, 은혜를 기억했는가, 그리고 맡기신 사명을 다했는가일 것이다. 언약궤 안의 세 가지 성물은 오래된 역사의 유물만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가슴 속에 반드시 담아야 할 세 가지 영적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