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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말만들어도 설레이게한다.
지금으로 부터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학창시절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화엄사에서 부터 천왕봉 까지 약50여 키로미터의 지리산을 종주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현재처럼 등산장비나, 먹거리, 교통편, 산행지식등 지금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시절이었지만 5박6일 일정으로 무사히 마친 경험이 있다.
그후 시간이 흘러 자동차가 일반화 되면서 여름휴가 하면 으레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와 함께 강원도 바닷가 콘도 예약해서 1박2일이나 2박3일 다녀오는게 연례행사 처럼 되다시피 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7월초에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려고 했더니 와이프 왈,
"애가 고3인데 같이 고생은 못해도 마음으로 나마 위로해주는 차원에서 올해는 휴가를 가지말자" 고 했다.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직장생활의 즐거움은 여름철 하계휴가인데 휴가를 받아놓고 1주일 내내 집안에서 뒹구는 모습은 더욱 좋지 않을것 같아 항상 마음속으로만 품어왔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실행하지 못했던 지리산 산행이 좋은 기회일 것 같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리산 종주는 학창시절에 한번 그후 바쁜 직장생활에 등산이라는 낭만은 접고살다가 96년 격주 휴무를 시험적으로 시행했는데 그때 진주행 야간열차를 타고 최단코스인 중산리에서 천왕봉 거처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무박2일로 다녀왔고 그후 2006년 극기훈련차 가족을 데리고 중산리코스를 한번 더 갔는데 집중호우가 쏟아져 아쉽지만 중도에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이 있었다.
지리산 주 종주코스는 화엄사에서 시작 천왕봉에 오르는 코스인데 현재는 노고단을 가로지르는 성삼재 도로가 개통돼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나 갈 수 있는 편안한 코스가 돼서 가기가 싫어 다른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찾은 것이 지리산 남부능선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구례와 하동사이에 있는 쌍계사에서 시작 삼신봉 세석고원 천왕봉 경남산청 대원사로 하산하는 총49키로의 등산코스가 좋을 것 같았다.
단독 등정이고 최소1박을 해야 완주할수 있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일정이 길어질수 있기 때문에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대피소를 반드시 예약해야 된다, 그래야 침낭이나 텐트같은 무거운 짐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데 대피소 예약은 최소한 15일 전에 해야 하는데 등산 당일날 날씨가 어떨지 예측할 수 없는게 제일 어려움이다
몇번을 갔지만 매번 비에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어느 악조건의 날씨에도 관계없이 등산할 생각으로 산행에 적합한 비옷도 큰마음 먹고 준비했다.
등산의 설레임을 가슴에 안고 용산역에서 밤 10:30분 순천행 열차에 올랐다
구례구역에 세벽3시20분경 도착 예정인데 약5시간의 열차여행이라 혹시 잠에 들어 버리면
순천 종점에 내릴까봐 출발전 집사람 한테 새벽 전화도 부탁해 놓았다.
밤열차는 천안을 지나 대전 전주를 지나지만 잠을 이룰수 없었다.
그렇게 거의 뜬눈으로 비몽사몽 하다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세벽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시간에 역앞에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시내버스 한대가 열차도착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고 있었고 대여섯대의 택시가 있었다
구례구역에서 하차한 사람들은 거의 지리산 등산객 이었는데 대분분 버스에 오르고 택시 2-3대정도 합승으로 성삼재로 출발하고 나니 순식간에 새벽 구례구역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역 바로앞엔 섬진강이 흐르고 구례시내로 가는 다리가 하나있었다.
텅빈 역광장 어둠속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한사람이 등산용 배낭을 메고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초행길이라 길을 잘몰라 같이 갈려고 걸음을 재촉해 다가가 보니 60대 중반의 노인이였다
어딜가시냐고 물었더니 당신 본인은 구례가 고향인데 벌초하러 새벽기차를 타고 내려오는중 이라한다
역에서 구례 시내까지 약5키로 야밤에 길동무가 되어 이얘기 저얘기를 나누었는데 자기가 어렸을적 맑고 깨끗했던 섬진강의 물, 금빛같이 곱디고운 모래사장, 구례구역이
구례가 아니고 순천땅이라는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구례시내에 도착했다
군청 삼거리에서 노인과 헤어지고 친절히 안내해준 터미널을 찾았다.
어느새 어둠이 조금씩 가시고 땅거미가 걷히고 있었다 터미널 앞 불이켜진 집이 하나있는데 유리창 안으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설렁탕 집이있었다 새벽 아침 식욕을 일깨워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터미널에 들어서니 첫차를 기다리며 의자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몇사람 있었고 이제막 출근하는 터미널 직원이 가방을 열어 잔돈을 정리하고 책상에서 여러행선지의 차표묶음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었다.
쌍계사행 차표를 2,050원에 사들고 차를 기다리는데 6번 게이트가 쌍계사행이라고 표시판이 돼 있다, 그런데 차가 출발 할 시간이 다 됐는데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매표직원에게 물었다 시간이 다됐는데 6:10차가 없다고 했더니 다른쪽을 가리키며
1번게이트에 지금 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른 세벽녁이고 시골버스 정류장이다 보니 편리할대로 아무데나 주차를 하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니 아침 첫차라 그런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빈버스 운전석옆 앞자리에 앉으니 곧 바로 출발을 했다 새벽아침 섬진강을 따라 구례 하동 접경지인 쌍계사를 향하는 길에 백일홍꽃이 맑은 섬진강물과 어우러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20여분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니 하동 쌍계사란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하동이라는 곳에 정차 하기에 난 목적지에 다온줄 알고 내리려고 했더니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잠시 들른 것 이라고 한다.
이른시간이라 차를 타는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화계에서 10여분 종점인 쌍계사정류소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려 신발끈을 고쳐묶고 산을 바라보니 안개비와 구름에 가려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다 200여 미터 오르니 지리산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왔다
세벽이라 그런지 출입자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관리사무소엔 불도 켜져있지 않고 직원도 보이질 않아 입장료 없이 공자로 국립공원에 입장 할수있었다.
사찰을 한바귀 돌아보니 신라시대때 지어지고 그후 중건된 오래된 사찰로 규모는 꽤 있어 보이는 사찰이었다.
간단히 관람한후 사찰좌측 등산로 초입에 세석산장 20키로 안내 푯말이 보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처음 시작부터 경사가 가팔라 숨은 헐떡이지만 그래도 등산로가 어느정도 정비되어 있어 오를만 했다.
30여분을 갔을까 길이 보이질 않기 시작한다, 머리위 까지 뻗친 족히 2미터가 넘는 조릿대나무가 무성한 산길은 발아래를 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예상도 못한길이다.
등산로에 나무가 이렇게 무성할줄이야 더욱힘들게 하는건 전날 많은비와 안개인지 구름인지 이슬비가 내려 나뭇잎에 물방물이 잔득머금고 있고 바람에 우두둑 우두둑 빗방물이 떨어진다.
이대로는 도저히 등산이 어려울것 같아서 비옷을 꺼내 입고 다시 산행을 계속했다.
안개속에 우람한 폭포소리가 들리는것이 불일폭포를 지나가는 것 같은데 보이질 않아 그냥 지나친다
혼자이다 보니 깊은 산속에 전방시야도 안보이는 단독등산이다 보니 실족의 문제 또
지리산에 곰을 방사했다는데 야생동물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이렇게 4시간여를 올랐을까 처음으로 하산하는 등산객 만났다.
일행중 한사람을 발목을 다쳐 고생을 하고 있었고 혼자 등산하는 나를 내심걱정도 많이 해주었는데 이때 일행한테 부탁해 내모습을 카메라에 처음으로 담았다.
서로 조심하라는 인사와 함께 작별을 하고 다시 산행을 계속했다 대나무숲을 지나니 이제 철쭉나무등
이름모를 잡목이 나를 가로막는다 안개비는 더욱 농도를 더해 이제 비가되어 내린다.
앞만보고 오르다 보니 어느세 삼신봉에 도착했는데 이제야 등산객들이 종종 보인다..
당일 코스인 청학동에서 삼신봉을 올라 하산하는 사람들이다.
오후 1시경 적당한 바위밑에 비도 피하고 점심을 해결했다.
준비한 것 이라야 햇반에 인스턴트 식품으로 나오는 우거지국 해장국 일회용 통조림 반찬 몇가지와 라면이 전부다.
배낭은 비에젖고 이틀동안 산에서 먹을것을 지고 올라가려니 배낭무게도 더해만 가는 것 같았다.
삼신봉 이후에는 중간에 물을 공급받을수 없는 코스라 2리터 생수 한통을 무겁게 지고 올라가지만 살기위해서는 한방울이라도 아껴야할 형편이다.
점심을 먹고 2시간정도 산행을 했을까 고도가 점점 높아져 해발 1,500미터쯤 올랐을때 수목한계선에 다다랐는지 키작은 관목 지대가 펼쳐지기 시작해 등산하기에는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신발에 들어오는 빗물을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오르다보니 어느새 세석산장이 눈에 들어온다.
긴장도 풀리고 옆을보니 취나물이 지천에 깔려있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사온 국거리에 넣어 먹으면 향도 좋고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잠시 담배한대 피우면서 금새 한주먹을 뜯어 가방에 넣고 세석산장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4시가 조금 넘었다 당초 산행정보에 쌍계사에서 세석산장까지
8시간 30분 걸린다고 돼있었는데 등산로와 일기가 좋지 않아 등산속도가 많이 늦어진줄 알았는데 거의 예정시간에 도착되었다.
세석산장에 예약을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예약을 취소한 사람들이 많고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 내일 산행을 위해 두어시간 더가 다음대피소인 장터목 산장까지 이동을할까 하는 생각에 잠시 휴식을 취한후 길을 나섰다.
20~30분 갔을까 바람은 더욱 세차지고 빗줄기는 강해지고 도저히 강행할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다시 세석으로 돌아와 대피소 예약사실을 확인받고 짐을 풀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후 대피소에서 20여미터 아래에 있는 약수터에가 물도받고 발도 닦았는데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한여름인데도 발이시려 오래 담금고 있을수가 없었다.
대피소에 짐을 풀고 저녁 준비를 위해 간이 취사장으로 향하던중 흡연장에 들렀다 그때 마침 담배를 미쳐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담배한대를 부탁한다. 빗속 산행이라 담배가 여유가 있어 한갑을 피우라고 건넸다.그랬더니 연실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국립공원에는 술과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단다.
나도 산에가면 술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술을 준비해오질 않았는데 저녁 시간에 마침 그분이 날 알아보고 술을 권해서 간단하게 한잔을 할수 있었다.
이렇듯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부족함을 채워가며 지내는 산사람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수 있었다.
저녁 만찬에는 등산길에 뜯은 취나물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끓였는데 비닐을 씹는 것 같이 억세서 먹을수가 없었다. 언 듯 보기에는 여린 것 같은데 나물도 다 제철이있고 시기가 있다는걸 알았다.
대피소는 150여명이 수용할수 있는 시설인데 날씨가 좋지않아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해 자리는 넉넉했다 내부시설은 목조 침상에 개인당 폭은 80쎈티 정도로 침상에 흰줄을 그어 표시돼있고 모포는 한 장당1,000원 여벌로 겨울옷을 준비했고 두장의 모포를 빌려 춥지않게 잘수있었다.
대피소엔 전기가 안들어와 발전기로 조명을 밝히고 있는데 밤 9시면 비상등 이외에는 모든 조명이 꺼지니까 일찍 잠자리에 들으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피곤한 몸이라 눞자마자 잠이들었던것 같고 다음날 아침 눈을뜨니 새벽3시 30분이었다,
평소 주말에 종종 산을 다녀서 그런지 하룻밤 자고나니 발이나 다리가 가벼웠다.
눈을 떠 창밖을 보니 엄두가 안났다 이슬비가 강한 바람과 함게 창문을 때리는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피곤한 눈을 부비며 취사장에 내려갔다, 이른 세벽인데도 벌써 몆사람이 아침준비를 하고있었다.아침을 빨리 서둘러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제밤 80여명이 산장에 머물렀는데 취사장에 다들 들어오면 북새통일 것 같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준비를 완료하고 나니 세벽4시쯤 됐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고 강한 비 바람에 출발할 용기가 안나 아무도 출발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기를 30여분 더 지체하다가는 천왕봉까지 13키로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16키로 총29키로를 오늘중으로 하산과 귀경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용기를 내 램프를 꺼내 머리에 착용하고 길을나섰다 망설이던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세석에서 천왕봉까지는 3~4시간 거리지만 고산지대라 나무가 없을 뿐만아니라 능선길이라 걸을만 했다 .
장터목산장을 지나니 불에 탄 구상나무 주목나무들이 즐비하게 눈에 들어온다.
하얀색의 구절초 노란 원추리 분홍빛 동자꽃등 각종 이름모를 들꽃들이
만발해있는 초원지대가 펼쳐졌다.
거친바람과 안개로 시계는 10여미터 밖에 안되지만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안개비에 가려 잘 보이는게 하나도 없다
거센 바람 맞으며 아침8시쯤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부자지간에온 일행뿐 반기는건 안개비와 바람뿐이다.
서로 기념사진 한 장씩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사방을 둘러봐야 보이는건 구름뿐이라 아쉬움은 많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가능하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평소 공덕이 부족했는지 4번 지리산 산행에서 한번도 맑은 날씨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하기로했다 북쪽계곡인 백무동쪽으로 하산을 하면 남원 남쪽계곡인 중산리쪽으로 하산을 하면 진주시가 나오는데 난 계속 동쪽방향으로 직진해서 대원사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봉우리에서 내려오니 대원사 16키로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휴..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감행 했던 지리산 종주!
악천후에 산세의 아름다움이나 웅장함은 하나도 못보고 힘은 몇갑절 더 들었지만 나자신의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느껴본 유익한 산행이었던 것다
첫댓글 정말힘던코스 굿은날씨 무사히 산행을 맞치심을 축하합니다 힘들어던 순간순간을 가볍게넘어가니 비슷한 나이로 부럽습니다
오래오래 마음에 간직될듯합니다..쌍계사옆으로도 입산이 되는군요,,,세석에서 삼신봉 능선....중간에 한벚샘이나 음양수에서 식수 받을수 있습니다..
힘든코스에 인적까지 드물어 가끔 무습게 느껴지는데 ... 수고하셨습니다.
산세의 아룸다움은 이미 오래전에 마음속에 있었을것이고요,(감히ㅎㅎ) 체력과 인내 최고의 선물을 받으셨군요. 행복하시겠네요. 왕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