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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새벽 3시. 부산 집에서 모처럼 단꿈에 빠져 있던 시간. 고성 병원 간호사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어머님 때문에 그러니 빨리 병원으로 와 달라고..... 동생놈 급하게 불러 고성으로 달려 갔었더랬습니다.
뭐가 그렇게도 급했던지....아니면 우애없는 자식놈들 꼴보기 싫으셨던지... 새벽 4시 30분 병원에 도착하니, 어머님께서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얀 이불을 덮고 이미 싸늘하게 식은 몸으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너무 어이없어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멍하니 엄마 얼굴 바라보다....... 엄마라고 불러 보지도 못한 채, 엄마 얼굴 한번 쓰다듬어 보고... 차디찬 손 한번 잡아 보고... 그렇게 보내드렸습니다.
상추보다 먼저 텃밭에 심을 만큼, 유난히 작약(함박꽃)과 장미를 좋아하셨던 어머님. 비록 작약꽃잎은 떨어지고 없지만 그 대신 장미가 만발한 5월 어느 날, 그렇게 다시는 못 오실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삼우재날 유품 정리차 집에 들렀더랬습니다. 병원생활하시느라 2년 넘게 비워 둔 집. 어디부터 손을 대야 될지...말 그대로 엉망 진창이었지요. 어머님 손때 묻은 가재도구들... 행여 자식들이 오면 먹일려고 냉장고가 넘치도록 넣어 둔 각종 음식물들.... 허접한 장롱속에 켜켜이 쟁여놓은 비단 금침들... 여섯 아들 장가 보내며 사돈 집으로 부터 받은 혼수용 비단 한복들.... 천년 만년 살 듯이 아끼고 아끼다 결국은 ??? 환자복 한 벌 입고 아무것도 쥐지 않은 빈 손으로 가셨습니다. 이제와서 "엄마, 맛 있는 거 챙겨 먹고 예쁜 옷 차려입고 그러지 왜 그랬수 ? " 해 본들........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 아끼면 x 된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원칙인데요.....
내일 모레면 4주째를 맞이 합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아픔없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49 재는 꼭 올려드리려고 합니다. 그 보다 우선 오늘 어머님 영전에 사진으로 나마 좋아하시던 장미꽃 몇송이 올립니다.
작가 김 주영 선생이 그의 작품 "잘가요 엄마."라는 책에서 썼던 말이 생각납니다. "철부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생애에서 가슴속 깊은 곳으로 부터 우러나오는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엄마 !" 그 한마디 뿐이었다." 라고.... 가슴속으로 부터 울어나는 회한과 함께 그 말의 참 뜻을 느낍니다.
P.S :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심란한 마음, 덕유산의 맑은 공기, 친구들의 우정, 이 모든것들이 묘하게 삼위일체가 형성되어 부덕의 소치로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술잔을 기울이면 시름은 오지 않는다." 는 어리석은 믿음 때문에....
그 날 함께 했던 친구님들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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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 리 굽 쇠 원문보기 글쓴이: ptlee67
첫댓글 정녕코 세상 끈을 놓으시고 하늘 나라님께로 떠나셨나 봅니다. 이젠 불러봐도 소용없는 어머님이시여! 대답 좀 해보세요.어이,
불효를 용서하시고 평온한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어머님.
아직 추스리지 못함속에도 함께 모임으로 상쇄할려는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함을 역시 양해하시게나.
다들 오랜만에 허심을 탄하다 보니 나 역시 정신줄을 놓았다 당겼다 했었네.다음날 해단식까지...
오늘까지 7 일을 운기조식하고 있네.
이젠 어머님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현실을 받아 들이게나.
이재열선생, All that too shall pass! Don't worry, be happy! 우리 친구들은 모두 걱정했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마음써지 마이소. 사랑합니다.
그저 미안할 뿐. 유구무언입니다. 예감으로 느낄 뿐. 기억이 있어야 멘트를 할텐데...도통...
어머님 안 계시는 고성집은 정말 허전 할거다! 나는 벌써 느끼고 있었지, 고성가면 고향 객지란 말이 있지요.
부모님 안 계신 고향집은 참 그렇네요.
꽃 색갈이 넘 곱다. 어머님의 마음처럼...
그저 술 보기를 멀리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