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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우리 부부는 매주 화요일 오후 한마음회관에 간다.
이곳 독일 에센에는 교민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30여 명 정도 편하게 모여 놀 수 있고 50여 명이 회합할 수 있는 한마음회관이 있다. 한마음회관은 한(韓) 주말농장이다.
회관이 이곳에 자리 잡게 된 동기는 이렇다. 교민들이 수시로 편하게 사용하고 회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다 80년대 에센 한글학교 초창기100여 명의 학생이 수업에 참석했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 수가 줄어 결국 몇 명만 남게 되었다. 그때 학부모들이 모여 그동안 한글학교에 8,000 유로 정도 비축된 돈으로 한인회관을 하나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돈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교민 중 뜻있는 10여 가정이 각각 500 유로를 보태 이 주말 농장을 샀다. 처음엔 주말농장에 교민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공간이 매우 협소해 공간을 넓혀 추가로 건물을 짓고 한마음회관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처음 회관이 문을 열었을 때는 어르신들이 정기적으로 바둑 모임을 하고 가끔 가라오케 팀이 모이기도 하며 교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모두 연세가 드시고 또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있어 회관을 찾는 이가 드물어졌다.
회관에서 나오는 정기적 수입은 없었고 이제껏 기부금으로 유지가 되었는데 교민들의 발걸음이 끊기다 보니 일 년에 주말농장 관리소에 내야 하는 관리비가 문제가 됐다. 게다가 회관 정원의 잔디도 깎아야 하고 내부 시설도 관리해야 하는 문제까지 생겼다.
그 후 몇몇 교민들이 매주 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그곳에 모여 고스톱을 치고 놀기 시작했다. 그곳에 오면 많이 웃고 맛난 음식도 먹으며 즐겁게 지낸다고 함께 나와서 놀자는 권유를 여러 번 받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친한 친지들이 한사람 두 사람 세상을 등지고 우리 곁을 떠나시는 것을 보며 우리 부부는 생각이 바뀌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고 이방인의 나그네 삶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이 들어가면서 친한 이웃들과 교제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한마음회관에 나가게 된 지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날의 수업료로 3 유로를 내고 검정 바둑알 20개(개당 10센트)와 흰 바둑알 20 개(개당 5센트)를 받는다. 그러니까 1점에 5센트를 계산한다. 그리고 1회의 이긴 최고 점수는 30까지로 한계를 정했다. 치다가 많이 잃어 바둑알이 다 떨어지면 딴 사람한테 얼마든지 빚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셈에는 단지 이긴 자와 진 자를 가를 뿐이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 빚을 준 것까지 합해서 이 바둑알 본전을 한 사람은 오늘 게임에 승자이고 한 개라도 부족하면 게임에 패한 자이다. 승자는 수업료 3유로에서 2 유로를 돌려받고 패한 자는 1유로를 돌려받는다. 그러니까 결국 1유로 차이를 두고 몇 시간 동안 게임해도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시종일관 웃으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현재 한마음회관은 회원 14명이 정기적으로 매달 내는 5유로와 수업료로 유지된다. 유지비로 쓰고 남은 돈으로 가끔 불고기 파티도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사다 먹고 겨울에는 장작불 난로 위에 감자를 구워 먹으며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한다.
그곳에선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한번은 여자팀 여섯이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데 두 사람이 그릇이 가득할 정도로 많이 따 놓고, “오늘은 우리가 강남 지역이 됐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때 곁에 적당히 딴 두 사람이 “그러면 우리는 강북이네”하면서 그릇이 텅 빈 두 사람을 향해 “그런데 그대들은 어느 동네야?”하고 물었다. 잠시 대답을 궁리하던 내가 “그러면 우리는 달동네”라고 대답하자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그저 평범한 말에도 웃음으로 호응한다. 이 나이에 우리가 이렇게 깔깔거리고 웃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의 문이 열려 있고 현실에 만족할 줄 아는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오후 2시부터 모여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5시 반이 되면 저녁을 먹는다. 모두가 정성껏 마련해 온 반찬을 내어놓고 그곳에서 지은 따끈한 밥을 겸해 먹는다. 그중 한두 사람은 가끔 특별 음식 재료를 준비해 와서 그곳에서 즉석요리로 봉사한다. 또 회관 관리를 맡은 운영회장이 얼마나 깔끔하던지 회관의 안팎이 깨끗하고 불편함이 없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다가 8시 정각이 되면 어김없이 모두 자리를 뜬다.
회원들은 다음 주까지 건강하게 무사히 잘 보내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꼭 다시 만나자는 덕담을 나누며 헤어진다. 모두 다 나이가 든 이 시점에서 한마음 모임은 삶에 활력을 공급해 주고 웃음으로 건강을 유지해 주는 우리의 귀하고도 가치 있는 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