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천제天帝와 성왕聖王의 경세음양학經世陰陽學, 천덕天德과 지형地刑’이라는 제명의 글 중에 제1장에 상당한다. 글이 써지는 대로 나누어 올리고자 한다.
동중서의 음양과 덕형德刑
신이 삼가 춘추의 춘왕정월春王正月이란 글을 고찰해보건대, 왕도王道를 구하는 발단을 바를 정正에서 얻었습니다. 바를 정正은 왕王의 다음가고, 왕은 봄 춘春의 다음갑니다. 춘절春節이란 천제天帝가 시위施爲하는 바이고, 바를 정이란 왕이 시행施行하는 바입니다. 그 대의를 말한다면, “위로는 천제의 시위를 봉승奉承하고, 아래로는 자기가 시행하는 바를 똑바르게 하니, 왕도의 발단을 바를 정에서 얻었다.”라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성왕으로써 바야흐로 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의당 천도天道에서 그 발단을 찾아야 합니다. 천도의 중차대한 것은 음양에 있습니다. 양은 덕德이 되고, 음은 형刑이 되는데, 형은 살상殺傷을 주관하고, 덕은 생양生養을 주관합니다. 이 때문에 양은 항상 한여름에 처하여 생육하고 장양長養함을 일로 삼고, 음은 언제나 한겨울에 처하여 쓸모없는 공허한 곳에 축적합니다. 이로써 천도는 덕을 쓰고, 형을 쓰지 않는다고 봅니다. 천도는 양으로 하여금 위로 나와서 펼쳐 베풀고 당년當年의 시서時序를 주관하게 하며, 음으로 하여금 아래로 들어가 잠복하고 때가 되면 나와서 양을 보좌하게 했습니다. 양이 음의 방조를 얻지 못하면 또한 홀로 당년의 공업功業을 원성圓成할 수 없지만, 종국에는 양이 당년의 공업을 완성했다고 명명하는 것이니, 이는 천제의 성지聖旨입니다. 성왕은 천제의 성지를 봉승하여 정무政務를 일삼아야 히니, 이 때문에 덕을 써서 교화하고, 형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형이란 무엇인가? 형을 써서 세상을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니, 또한 음도 음을 써서 당년의 공업을 완성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정무를 수행하며 형을 쓰면 천명을 수순하지 않는 것이니, 이 때문에 선대의 성왕도 이 형을 기꺼이 수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는 선대 성왕이 덕으로 교화하는 관직을 폐기하고, 오직 법을 집행하는 관리만을 써서 백성을 다스릴 뿐이니, 이는 바로 선대에 형을 쓴 본의가 아닐 것입니다. 공부자께서 말씀하기를, “교화하지 않고 주살誅殺하면 이를 학정虐政이라 하느니라.”라고 하셨으니, 학정을 아래 백성에 쓰면서 덕의 교화가 천하에 펼쳐지기를 바라노니, 이 때문에 완성하기 어려운 것입니다.(臣謹案春秋之文 求王道之端 得之於正 正次王 王次春 春者 天之所爲也 正者 王之所爲也 其意曰 上承天之所爲 而下以正其所爲 正王道之端云爾 然則王者欲有所爲 宜求其端於天 天道之大者在陰陽 陽爲德 陰爲刑 刑主殺而德主生 是故陽常居大夏 而以生育養長爲事 陰常居大冬 而積於空虛不用之處 以此見天之任德不任刑也 天使陽出布施於上而主歲功 使陰入伏於下而時出佐陽 陽不得陰之助 亦不能獨成歲 終陽以成歲爲名 此天意也 王者承天意以從事 故任德教而不任刑 刑者不可任以治世 猶陰之不可任以成歲也 爲政而任刑 不順於天 故先王莫之肯爲也 今廢先王德教之官 而獨任執法之吏治民 毋乃任刑之意與 孔子曰 不教而誅謂之虐 虐政用於下 而欲德教之被四海 故難成也)
나의 견해: 공부자가 기술記述한 춘추春秋는 은원년춘왕정월隱元年春王正月 7자로 시작한다. 통상 춘왕정월春王正月 사구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 춘추의 제일구에 대한 해석은 매우 많다. 전국시대 제나라 공양고公羊高는 공양전公羊傳을 저술하여 춘추를 주석했다. 차서는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은공隱公→은공원년隱公元年이다. 아래와 같다.
원년 봄 왕의 정월(元年春 王正月)이다. 원년元年이란 무엇인가? 군주의 첫해이다. 봄이란 무엇인가? 세서歲序의 첫째이다. 왕王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문왕文王을 말한다. 어째서 먼저 왕을 말하고 나중에 정월正月을 말했는가? 왕의 정월이기 때문이다. 왜 왕정월王正月이라 말했는가? 대일통大一統이기 때문이다.(元年春 王正月 元年者何 君之始年也 春者何 歲之始也 王者孰謂 謂文王也 曷爲先言王而後言正月 王正月也 何言乎王正月 大一統也)
첫머리 6자는 춘추의 원문이고, 원년자元年者 이하는 공양고의 주석이다. 춘추의 은원년隱元年이나 공양전의 은공원년隱公元年 또는 원년은 생략된 채 통상 춘왕정월春王正月 사구로 통용된다. 왕정월王正月은 개국한 왕이 새로 역법을 정하고, 그 당년의 정월을 말하기 때문에 그 차서가 왕정월이 된다. 그런데 춘왕정월은 하나의 왕도정치용어로 정착하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내고 있다.
전한前漢 말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 제1권 군도君道 제39장 춘왕정월春王正月은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문왕은 원년元年과 같고, 무왕은 춘왕春王과 같으며, 주공은 정월正月과 같다.’라고 하셨다.”(孔子曰 文王似元年 武王似春王 周公似正月)
은공원년隱公元年은 기원전722년이고, 문왕은 기원전 1152~1056년간의 인물이다. 공양전에서 “왕王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문왕文王을 말한다.”라고 하고, 이 설원에서도 은공 원년의 연대갑자를 문왕에 비유한 것은 춘추로 왕도정치를 표방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문진보古文眞寶에 왕포王褒의 성주득현신송聖主得賢臣頌이 있다. “춘추필법에 오시五始의 요체는 자기를 살피고 통치를 바르게 하는데 있을 따름이다.”(春秋法五始之要 在乎審己正統而已) 이 오시에 대한 주석이다. “원元은 기氣의 시작이고, 봄은 사시四時의 시작이며, 왕은 수명受命의 시작이고, 정월은 정교政敎의 시작이며, 공이 즉위한 것은 일국一國의 시작이다.”(元者氣之始 春者四時之始 王者受命之始 正月者政敎之始 公卽位者一國之始)
위 동중서의 덕형德刑은 그 명자名字로서의 원형이 한비자韓非子의 이병二柄 편에 있는 덕형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그 대의는 같을까? 아니면 전혀 다를까? 일단 이병 편의 덕형을 간단히 발췌하여 그 면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와 같다.
“명주明主가 그 신하를 통치하는 법은 두 가지 권병權柄 뿐이다. 두 권병이란 형과 덕이다. 무엇을 형덕이라 이르는가? 말하자면 살육殺戮을 형이라 일컫고, 경상慶賞을 덕이라 일컫는다. ...... 무릇 호랑이가 개를 복종시킬 수 있는 까닭이란 것은 발톱과 어금니 때문이다. 호랑이를 그 발톱과 어금니를 뽑아버리고 개로 하여금 그 발톱과 어금니를 쓰게 하면 바로 호랑이가 개한테 복종할 것이다. 인주人主란 형덕을 써서 신하를 통제하기 때문이다.”(明主之所導制其臣者 二柄而已矣 二柄者 刑 德也 何謂刑德 曰 殺戮之謂刑 慶賞之謂德 ...... 夫虎之所以能服狗者 爪牙也 使虎釋其爪牙而使狗用之 則虎反服於狗矣 人主者 以刑德制臣者也)
한비자의 통치술은 행상行賞과 형벌로 권병을 삼는 것뿐이다. 호랑이가 날카로운 발톱과 어금니가 없으면 개한테 복종할 수도 있는 것처럼, 군주가 상과 벌이라는 두 권병을 쓰지 않으면 신하들이 정권을 희롱하게 된다. 곧 한비자의 덕은 패도를 의미한다면, 동중서의 덕은 왕도를 지칭하고, 한비자의 덕이 인도의 덕이라면, 동중서의 덕은 천도의 덕이 된다. 형도 또한 그러하다. 비록 동중서는 한비자의 덕형이란 술어를 빌려서 썼지만, 그 지향점은 천지현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