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점점 한여름의 더위가 그 기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모두들 이 여름에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너무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은데 먼저 무엇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그래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라 고아원 아이들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드디어 저희 집에 고아원 아이들이 와서 함께 토마토와 오이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고아원 원장의 대답은 아이들이 모두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었기에 이동과 식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어서 당분간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나서 원장이 먼저 아이들 중 몇몇 만이라도 가서 직접 토마토 수확도 해보고 다른 동네도 구경해보고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했는지요. 그렇게 유라, 다니엘, 콘스탄틴 세 명의 남자아이가 저희 집에 와서 함께 식사하며 직접 토마토며 오이 수확을 하고 발그레 익어가는 살구를 따며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엔 여자아이들이 올 차례랍니다. ^^ 나중엔 젖소에서 우유를 짜는 체험도 해보고 당나귀도 타보고 양들에게 풀도 먹여보고 하다보면 상한 마음의 아이들도 풍성해지겠지요.
지난 6월 중순에는 뉴욕에서 오신 save vision팀과 함께 키르기즈 남부도시 잘랄아바드와 크즐키야에서 안경사역을 감사히 마쳤습니다. 그 지역 현지 회사들과 함께 한 이번 사역에서는 지역을 섬기는 사역자들과 교제하며 그분들이 초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력을 검사해 드리고 그에 맞는 안경을 처방해 드리는데 집중했습니다. 크즐키야에서는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경찰이 현장조사를 나오는 긴장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일로 시장이 직접 사역현장을 방문하게 되었고 사역을 마치고 떠나는 날엔 오히려 감사패를 전달받는 놀라운 일도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그동안 공부해온 시력 검안기술을 실제로 적용하며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이고 올 가을에도 검안과 안경조제 실무를 좀더 구체적으로 배울 계획인데 저를 비롯한 5명 사역자들 모두 잘 배우고 익혀서 섬기는 종으로 잘 준비되기를 두 손 모아 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저희들이 배우고 일할 수 있도록 여러 안경조제장비를 마련해주신 김종원 선생님, 한국 속초에서 안경점을 하시며 늘 봉사활동을 하시는 김상기 원장님, 대한 안경사 협회, 미국 뉴욕 save vision팀 등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희들이 이번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신 분들 모두 너무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역하시는 김상영 선생님께서 더불어사는 사람들 현지지부로 지난 3월말 미화 천불을 기증해 주셨습니다. 마침 러시아 상트 뻬쩨르부르그로 안과수술을 앞두고 있던 고려인 나탸사 자매와 집 건축을 위해 벽돌구매를 앞두고 있던 루슬란에게 필요한 시기에 대출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대출을 받은 분들 모두 꾸준히 상환해 왔기에 담보나 보증 없이 이자도 없는 대출을 유지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상환이 지체되는 경우도 흔히 있지만 그래도 기다립니다. 그리고 기다리다보면 다시 상환을 하는 것을 봅니다. 제가 이 일을 통해 배우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서로를 향한 신뢰는 배신을 통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빚을 탕감받은 사실을 기억하기에 상대를 신뢰하려는 노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배신으로도 무너질 수 없는, 갚을 수 없는 사랑에 근거한 이 노력은 인생을 통해 지속해야 할 모험같습니다. 이 모험을 통해서 이 땅에 그 사랑이 증거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한국의 연탄은행에서 키르기즈스탄 주민들에게 석탄을 무상 지원하는 대상으로 저희 마을이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3월에 이곳에서 사역하시는 한국 분들이 모두 모여 총회를 여는데 올해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이 그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그 일을 이곳에서 담당하시는 최아클 선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왕이면 저희 같은 가정이 있는 마을을 지원대상으로 해보겠다 하셨는데 처음엔 50톤이었다가 저희 마을 인근의 같은 행정구역에 포함된 마을들까지 함께 총100톤 지원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면사무소에서 선정한 대상 가정에게 가정당 1톤씩 전달하기로 하였구요. 주로 저소득층 가정과 장애인 가정, 그리고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면사무소에서 선정하였고 이달 중에 전달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키르기즈스탄 정부에서 지원하는 석탄의 양이 충분하지 못해 면장도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올해는 기쁘게 나눌 수 있게 되어 반갑고 감사하답니다. 이 일을 통해서 이 주변 마을들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도 함께 전해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아클 선생을 통해 이번 8월에 한국에서 청년들이 와서 저희 마을 학교에서 1박2일간 한국문화캠프도 할 예정입니다. 학교에 칠판과 도서 기증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한글도 배우고 미니올림픽도 하고 태권도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둘째날 저녁에는 마을 회관에 주민들과 함께 모여 발표회와 간단한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도 공연하며 마을잔치처럼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이번 기회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은혜가 전해지고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 감사한 것은 올해 노동허가 연장이 순조롭게 진행된 점입니다. 현재는 비자 연장 절차를 진행 중인데 지난5월 외국인의 노동허가 관련기준이 강화되고 발급비용도 3배로 인상되어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일해온 회계사인 베르멧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심사를 잘 통과하였습니다. 석탄지원 건으로 저희 마을이 속한 군청에서 회계사에게 직접 저에 대한 문의가 오고 내무부와 세무서의 감사도 있었다는데 감사하게 잘 통과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1분기에 회계사의 실수로 연금공단과 세무서에 초과납부가 되어 속으로 회계사에 대해 불평 중이었는데 그 부분이 감사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그저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그리고 감사한 것은 아내가 한글을 가르치던 카리나가 이번 여름 국립국어원이 주최하는 고려인 청소년 모국이해과정에 선발되어 한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가기 전 한국어 능력시험 2급도 통과하고 현재 공주대학교에 머물며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2달 기간동안 좋은 경험과 배움을 누리고 돌아오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땅에서 아버지의 은혜로 마음의 변화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지난 봄에 총회에 참석하며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저는 늘 다니면서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홈스쿨을 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그런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참 좋은 교제와 나눔을 누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국 방주 회사에서 오신 반태효 사장님이 예전에 아내가 온누리에서 함께 하던 분이라 더욱 반가웠다고 하네요. 아이들도 그 기간에 수퍼캠프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지난주에도 비쉬켁 한인회사에서 여름 ㅅㄱ학교가 열렸는데 한국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풍성한 은혜를 누리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주에는 중고등학생 대상 코딩 교육 캠프에 참석할 예정이구요. 한국에서 이렇게 와서 섬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렇게 살아가는 삶을 아이들이 보며 자랄 수 있어 감사하고 또 그렇게 우리 아이들도 살아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쉬운 것은 가뭄이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년보다 한달 가량 늦게 농사용 물을 사용할 수 있었고 사용량에도 제한이 있어 채소들이 말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제대로 물을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이웃집의 사료용 옥수수가 무릎 정도 높이에서 열매가 달리는 정도니까요. 이웃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강물의 수량도 덩달아 줄어들어 두 나라 국경에서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천산산맥의 눈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리고 지난 5월 경 연해주에 계신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참 감사하고 놀라운 소식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2007년에 연해주 순얏센 마을에서 비닐하우스 지원을 받았던 엄 지아나 아주머니. 그 해에 지원할 때 원래 부부가 아니어서 지원대상이 될 수 없었는데 딸과 사위가 함께 일하며 공부하고 있어서 대상으로 선정된 특별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서울 합정동은 서현회사에서 오신 분들께서 이틀간 배수로를 손수 파 주시고 덤프트럭 2대분의 모래와 흙을 연장도 없이 양동이에 담아 다 옮겨주시고 가시면서 지아나 아주머니의 마음이 열렸었습니다. 이대로 그냥 떠날 수 없다며 서현회사에서 오신 사장님이 전한 기쁜 소식에 결국 아주머니는 얼마 후 미하일로프카 은혜회사에 찾아오셨었지요. 그리고 한국으로 일하러 갔다가 거기서 함께 만난 고려인들과 함께 한국에서 일하며 말씀을 배우며 훈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5월 크레모바 지역에 사역자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일도 하며 지역을 섬기는 사역자로 살아가기 위해 그동안 인도해오셨슴을 생각하니 참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놀랍고 그 과정이 참 신비롭고 감사할 뿐입니다.
그 오랜 기다림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 사랑으로 인해 저희 가정이 여기서 오늘도 살아갑니다.
그 사랑으로 저희를 격려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은혜 가운데 항상 평안하시길……
단기 기도제목
1. 현재 저와 가족 모두 비자 연장중인데 8월2일까지 무사히 연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장기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신청서류를 담당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2. 8월12,13일 한국 문화캠프를 잘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특히 마을 무슬림들과 어르신들과 원만한 관계 속에 진행되고 마을 잔치를 통해 기쁜 소식이 전해질 수 있도록.
3. 고아원 아이들의 농장체험을 세부적으로 잘 살피고 준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시간들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삶이 풍성해지도록.
4. 석탄지원 분배를 담당할 면사무소 담당자들에게 지혜와 청지기의 마음을 주셔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 섬김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5. 시력검안 기술과 안경조제기술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안경점을 하시는 분께 직접 가서 배울 기회를 9월 중에 갖고자 하는데 인도하심이 있기를.
6. 한국에 머물고 있는 카리나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아버지의 은혜가 임하시기를
중 장기 기도제목
1. 함께 농사일을 해나갈 사람을 잘 선정할 수 있도록.
2.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모임 가운데 인도하심을.
3. 안경사역팀의 일원으로 잘 섬길 수 있도록.
4. 더불어 사는 사람들 현지 지부와 한글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5. 프로그레스의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세워가도록.
개인과 가정 기도제목
1. 내년 봄 첫째 지성이와 둘째 인애의 중등과정 검정고시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2. 지성이가 한국에서 고교과정을 경험하려는 마음이 있는데 충분히 생각하고 잘 결정할 수 있도록
3. 홈스쿨을 하면서 한글 수업도 해야 하는 아내가 시간관리와 건강을 잘 지키도록
4.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
5. 얼마전 강풍으로 유리창문 몇 개가 통째로 날아가버렸는데 설상가상으로 나무창틀이 너무 오래되어 나사못이 고정되지 않아 다른 방법을 고민 중인데 겨울이 오기 전에 잘 수리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