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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민족기업 단월드 (www.dahnworld.com)
신동아 취재 관련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단군 정신을 수출합니다”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 사진 제공·마고가든 |
산속에서 비전(秘傳)되던 한국 선도(仙道)가 속세로 내려와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세계로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승헌 씨는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민족 이념을 세계와 통할 수 있는 보편이념으로 확대시키며 새로운 한류(韓流)를 만들어냈다. 애리조나 사막에서 펼쳐진 한국식 명상수련의 블루오션을 탐험해보자. |
단학선원(丹學仙院)으로 널리 알려진 단월드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유럽에서 약진하고 있다. 단월드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 정신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이름을 단월드로 바꾸고 지도자들을 세계 곳곳으로 파견해 세를 키우고 있다.
1984년 한국에서는 김정빈씨가,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수련술인 선도(仙道)를 익혀온 권태훈씨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단(丹)’을 출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젊은 시절 태권도를 하다가 홀로 선도 수련을 익힌 이승헌(李承憲·56)씨가 1985년 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단학선원을 연 것이 단월드의 시작이다.
그때만 해도 단학선원은 여타 선도 수련단체처럼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다. 그러나 단학선원은 전통적인 수련법만 답습하지 않고 선도 수련의 과학화·현대화, 단학선원의 조직화를 시도했다. 현대인에게 맡는 새로운 수련법을 찾아내고, 전국 지원(支院)을 통해 수련법을 널리 보급한 것이다.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남성들의 금연이 화두가 되면 이에 도움을 주는 수련법을 내놓았고, 아이들의 공부가 화제가 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수련법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수련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단학선원은 다른 단체보다 빨리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다른 기 수련단체에서는 수련법을 익힌 사범들이 반(半)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가 지원을 차렸으나, 단학선원은 전국의 지원을 하나로 묶는 조직력을 유지했다. 따라서 개천절이 오면 개천절 행사를 크게 치를 수 있었고, 전국에 단군상(像)을 건립하는 운동을 펼치거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대하는 운동도 펼칠 수 있었다.
기독교계의 일부 단체가 단군상을 우상(偶像)으로 보고 단군상의 목을 잘랐을 때 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 덕분이다. 생명사상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해온 시인 김지하 씨가 비난했을 때도 단학선원 사람들은 김지하란 이름에 위축되지 않고 반대 논리를 펼쳤다.
2002년 단월드는 충남 천안에 홍익인간 사상을 연구하기 위한 ‘국학원(國學院)’을 세웠다. 역사학계에서 말하는 국학은 유교와 불교 사상을 포함해 우리 민족이 연구해온 모든 사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단월드는 국학을 유교도 불교도 아닌 홍익인간 사상에 집중시킨다. 고구려를 비롯한 3국의 청년들이 닦아온 낭도(郎徒) 사상 연구를 추가할 수 있으나 이들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역시 단군사상이다.
국학원 설립자이기도 한 이씨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사상에는 국경을 넘어선 세계주의 정신이 담겨 있다”며, “단군사상이야말로 세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바로 이 점이 한국적 민족주의 안에 갇혀 있던 선도를 세계주의로 전환시킨 출발점이고 단월드의 세계화를 촉발한 계기였다.
단월드측은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은 개인에게는 건강(Health)과 행복(Smile)을, 사회와 세계에는 평화(Peace)를 가져다주자는 것”이라며 이를 간단히 HSP로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적(靈的)인 문제를 다루는 유엔, 즉 SUN(Spiritual UN)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상을 잘하려면 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1990년 한국뇌과학연구원을 만들어 뇌력(腦力)을 올리는 방법을 찾게 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대표적인 방법이 뇌호흡이다. 그는 뇌호흡을 고등 감각 인지능력인 HSP(Heightened Sensory Perception)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설명한다. <신동아현장취재 -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
미국 영주권을 가진 이 원장은 미국 애리조나 주 세도나 시에 있는 명상센터 ‘마고가든’에 주로 머물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도전은 그 자신과 단월드에는 비전을 달성하려는 노력이지만,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주목받는 명상단체로 발돋움한 단월드의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기자는 4월30일부터 5월4일 사이 마고가든과 그 일대의 자연을 무대로 펼쳐진 명상여행에 참여해 이를 분석해보았다.
12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내린 시애틀 공항에서 다시 미 국내선 여객기로 갈아 타고 도착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는 2001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미국 프로야구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뉴욕 양키스를 꺾고 우승한 덕분에 이 팀의 유일한 한국인 선수였던 김병현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었다.
또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2시간여를 달려 숙소가 있는 세도나 인근 도시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본 것은 야트막한 구릉에 드문드문 서 있는 키 작은 침엽수와 선인장, 그리고 이따금씩 보이는 소뿐이었다. 초지(草地)가 있었으나 초지라고 하기엔 애매할 정도로 흙이 많았다.
사막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장승
그제서야 ‘애리조나 카우보이’란 노래가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건조한 이 초지에서는 어떤 농사도 짓지 못한다. 자연환경에 적응한 침엽수와 선인장 그리고 약간의 풀만 자랄 뿐이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카우보이가 소떼를 끌고 다니며 풀을 뜯게 하는 것뿐이었으리라. 다이아몬드백스는 방울뱀을 뜻하는데 황무지인 이곳은 방울뱀과 전갈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세도나 인근의 애리조나는 붉은 흙과 붉은 바위의 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황색의 흙과 바위였다. 평균 고도가 1300m로 고지대인 이곳에는 마른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흙은 더욱 말라가 ‘타는 목마름’으로 비를 갈구하지만 토심(土深)이 얕아 모처럼 쏟아진 폭우를 삼키지 못하고 토해놓는다. 그리고 또다시 타는 목마름으로 비를 갈구한다.
타는 목마름의 땅
이 지독한 갈구가 ‘강한 지기(地氣)’를 만들었으리라. 애리조나는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인디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인데, 과거 이곳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은 지기가 강한 곳을 신성시했다.
그런데 백인이 들어와 소를 키우려 하자 신성한 땅이 더러워진다며 거세게 항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패했고 과거를 잊은 채 인디언보호구역에 갇히는 처지가 되었다. 새로이 땅의 주인이 된 백인들도 지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둘씩 강한 지기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도 이 땅의 신령스러움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목축을 하는 자는 소떼를 몰고, 신령스러움을 찾는 자는 명상을 하는 땅이 됐다.
세도나가 그러한 곳 중의 하나인데, 특히 강한 지기가 나오는 곳을 ‘볼텍스(Vortex, 소용돌이)’라고 한다. 지기는 빙빙 돌며 나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기 탓인지 숙소에 도착할 무렵부터 단전에서 꼬물꼬물한 것이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세도나에는 5대 볼텍스 지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음날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찾아간 마고가든이다.
코코니노 국유림 가운데 있는 마고가든(약 20만평)의 정식 명칭은 ‘세도나 일지명상센터(Sedona Ilchi Meditation Center)’. 일지(一指)는 이 원장의 ‘선호(仙號)’다.
마고가든 앞에는 ‘천지기운 천지마음’이라는 글귀를 새긴 장승이 우뚝 서 있었다. 마고(麻姑)는 단군신화와 함께 전해 오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창세신화의 주인공이다. 단군신화는 ‘삼국유사’에 기록이 있으나, 마고신화는 정통 역사서에는 기록이 없고 전설로 내려왔다. 산악인 사이에서는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에 얽힌 마고할미 전설이 유명하다. 전설에 따르면 마고는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의 산신으로 지리산에 들어와 불도(佛道)를 닦던 반야를 만나 결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야봉으로 떠난 반야가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는 지쳐 석상이 됐다.<신동아현장취재 -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
대지의 여신 마고
이 전설은 마고로 대표되는 토착사상이 반야로 상징되는 외래사상(불교)에 귀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마고전설은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훨씬 전에 존재했다. 마고전설을 담은 가장 오래된 책은 신라 때 박제상이 썼다고 하는 ‘부도지(符都誌)’인데, 여기에서 마고는 불교가 도래하기 훨씬 전 홀로 두 딸을 낳고 살아온 창세의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러나 부도지는 박제상이 쓴 진본(眞本)이 아니라 후대 사람이 베껴 썼다는 필사본과 위작(僞作)이라는 시비가 있어, 삼국유사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 재야 사학자는 부도지를 진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통 사학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천제의 아들인 환웅이 토착세력을 대표하는 웅녀(熊女)와 결혼해 낳은 단군이 남성성을 띤 천신이라면, 마고는 여성성을 띤 지구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으로 나오는 ‘가이아’와 같은 존재가 바로 마고 여신이다(‘여왕 마고’라는 영화를 낳게 한 16세기 프랑스 왕녀 마고는 마고할미와 상관이 없다).
마고가든 한가운데에는 단군 좌상이 있고 그 옆에는 지하수를 퍼올려 만든 단군호수가 있다. 단군은 ‘어머니’인 웅녀의 품안에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마고와 인연을 맺고 있다. 남성인 천신과 여성인 지신이 만나는 곳. 이는 이 원장이 추구하는 철학세계의 공간이기도 하다.
버스에서 내려 마고가든 안에 있는 강당인 마고홀에 들어갔다. 150여 명에 달하는 일본인이 강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4월29일부터 5월5일 사이 일본에서는 삼림의 날(4월29일), 노동절(5월1일), 헌법기념일(3일), 국민의 휴일(4일), 어린이 날(5일), 주말(6,7일) 순으로 휴일이 이어져, 아예 일주일 전체를 쉬어버리는 ‘골든 위크’가 펼쳐진다. 골든 위크를 맞아 단월드의 일본 회원들이 대거 찾아온 것.
굳이 비교한다면 한국의 선도는 일본의 신도(神道)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신도와 불교가 절묘하게 접목해, 신사(神社)는 절과 대등한 크기로 함께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반야봉의 마고할미 전설처럼 절 안에 산신각이 들어가버림으로써, 선도가 불교에 포함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신도는 줄기찬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으나 심신 수련술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선도는 제도를 잃어버렸으나 심신 수련술로서 존속해왔고 단월드와 국선도 등 여러 형태로 부활했다. 일본의 신도는 신사라고 하는 껍데기를 지켜냈지만, 한국의 선도는 알맹이를 이어온 것이다.
선도 수련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단전호흡이다. 일본에서는 신사가 아닌 별도 단체들이 단전호흡을 가르친다. 현대적인 단전호흡에 관한 한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니시노류(西野流, www.nishinojuku.com)’ 등 역사를 가진 단전호흡 기관이 산재한다. 인도에서 발생한 요가를 가르치는 곳도 적지 않다.
단월드는 1996년 일본에 진출해 현재 35개의 지원을 개설했다. 늦은 출발에 비해 빠른 성장을 기록했는데 단월드측은 그 이유를 비전에서 찾는다. 단순한 기 수련이 아니라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으로 평화를 찾자는 목표가 있으니, 팍팍한 일본에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전호흡을 하는 이유는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선도뿐 아니라 한(韓)의학을 포함한 동양의학에서는 기가 흐르는 통로를 ‘경락(經絡)’이라고 한다. 경락은 혈관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폐경, 방광경 같은 ‘경(經)’은 대동맥처럼 많은 기가 흐르는 큰 통로이고, 경에서 갈려 나와 온몸을 감싸는 ‘락(絡)’은 모세혈관처럼 작은 기가 돌아다니는 통로다.<신동아현장취재 -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
기는 혈(血)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혈순환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기혈순환이 좋으면 몸에 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을 두는 곳에 기가 모이고 피가 모인다. 그리고 그곳에 힘(정력)이 생긴다고 하여 이를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원리라고 한다. 이 원리에 따라 단전에 집중해서 깊게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 단전호흡이다. |
물리학자 레븐슨이 먼저 개발
“나도 처음에는 관광하는 사람으로 이곳에 왔다가 강한 지기를 느꼈다.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임을 알고 명상센터를 짓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곳에서 발견을 하고 선택을 한 것이다. 이어 명상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내 인생의 발명이었다. 여러분도 이곳에서 각자 살아갈 길을 발견하고 그것을 선택한 다음, 그 길을 잘 갈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해내길 빈다.”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이 원장은 직접 명상을 지도했다. 그의 지도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진동 수련’이라고 하는 춤 수련이었다. 사실 춤 수련은 한국적인 명상과는 거리가 있다. 불교계에서는 오랫동안 화두를 들고 참선한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그 누구도 춤을 통해 정신을 맑게 하려는 역발상적인 노력을 펼치지 않았다.
춤을 통한 명상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인도 출신의 명상 지도자 라즈니시가 본격적으로 보급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몸을 흔들어본 사람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사물놀이 막판에 모두 일어나 신나게 어깨춤을 추는 것을 ‘화엄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춤은 열반의 해방감을 가져다준다. 단월드는 일찌감치 춤 수련법을 도입했다.
행복감을 느끼면 사람은 웃음을 짓는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깔깔거리며 웃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단전호흡을 한 듯이 눈물이 나온다. 그렇다면 반대로 먼저 크게 웃어버림으로써 우울한 마음을 밝게 할 수도 있다. 인도에서는 웃음 수련을 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 단월드는 이 수련법도 도입했다. 엄숙한 선도가 아니라 밝은 선도를 추구한 것이 단월드의 세계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혈을 빨리 열어주는 춤 수련 생각과 감정은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격렬한 춤을 통해 생각과 감정의 에너지를 소진하면 후련함과 함께 해방감을 느낀다. 춤을 유도하는 음악은 ‘세계 공용어’인지라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음악 소리를 높이면 주위를 의식하는 다른 감각이 약화되므로 춤에 몰두하게 된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골치 아픈 개인사나 독도 영유권 같은 국가대사를 잊고 섞이기 시작했다.
전신이 땀범벅이 될 즈음 이 원장은 왈츠풍의 경쾌한 음악을 내보냈다. 맨 처음에 이 음악이 나왔다면 중년이 대부분인 수련객들은 매우 어색해하며 춤에 빠져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른 템포에 맞춰 몸을 푼 탓인지 가볍게 웃으며 자신만의 왈츠를 추었다. 그렇게 수련객을 가라앉힌 다음 자리에 앉게 하고, 자기 성찰을 위한 명상에 들어가게 했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누구나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거듭된 실패나 해소하지 못한 욕구불만은 상처가 되는데, 같은 상처를 거듭해서 입지 않으려다 보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두꺼운 갑옷’을 입게 된다.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은 멀리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하고만 교류하면서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남을 공손하게 대하는 점잖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을 외면하거나 선제공격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한다.
그러나 두꺼운 갑옷을 입어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니 ‘나는 안 돼’라는 좌절감이 생기고, 좌절감이라고 하는 고정된 패턴으로 세상을 보니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고정관념이 자기 자신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원장은 조명을 어둡게 한 후 거듭해서 ‘나는 안 돼’라고 하는 관념에 사로잡힌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자 일본인 사이 이곳저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노소불문(老少不問), 엉엉 우는 사람도 있었고 꺽꺽거리며 우는 사람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수련을 오래했다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우는 사람이 나왔다.
다시 불을 밝게 켜며 수련을 끝냈을 때에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오랜 비행시간과 시차로 인한 피로감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서먹함마저 걷힌 표정이었다. 그런데 몇몇 일본인은, 식사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해 그 자리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단월드의 지도자들이 이들에게 연신 활공(活功)을 하며 달래주었다.<신동아현장취재 -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
활공은 안마나 지압·마사지와 비슷한데, 단월드에서는 ‘힐링(healing)’으로 표현한다. 활공은 혈과 경락을 눌러 자극하는 것이다. 선도에서는 혈이 열린 사람은 천지에 가득 차 있는 기운이 쉽게 들어오므로 큰 기운을 쓸 수 있으나, 막힌 사람은 제 기운만으로 살아야 하므로 기운이 약하다고 본다.
종교에서는 모시는 신을 부르지만, 선도에서는 천지기운을 부른다. 도인체조로 몸을 푼 후 조용한 곳에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지기운”을 반복해서 부르면, 천지기운이 들어와 단전호흡을 한 것만큼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천지기운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불러야만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선도에서는 잠을 잘 때가 천지기운이 들어와 가장 많이 쌓이는 시기로 본다. ‘잠이 보약’이라는 주장과 같은데, 이때 중요한 것이 경락의 유통을 좋게 하고 혈을 연 채로 자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금방 잠에 떨어져 “쌕쌕”거리고 숙면을 한다. 대체로 어린이들은 고정관념과 스트레스가 적어 어른보다 깊은 잠을 잔다. |
정충·기장·신명의 원리
6장6부를 옭아매는 감정의 힘
2만년에 견주면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인생은 그야말로 ‘순간’이다. 2만년을 기다리는 것도 있는데 순간의 고통과 열등감을 흘려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수련단은 무상(無常)을 느껴보는 명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고가든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 트레이너는 집착과 집중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착은 버리지 못해 늘 갖고 다니는 대상이고, 집중은 선택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즐기는 힘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집중이지 집착이 아니다. 물론 집착에는 일정부분 집중이 포함된다. 그러나 집착은 대상을 갖고 다니는 것이라 나를 무겁게 한다. 하지만 집중은 힘인지라 나를 가볍게 한다. 집중할 수 있어야 명상할 수 있다. 집착을 버리자.”
다섯째 날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그랜드캐니언이었다. 해발 2000m의 고원지대가 20억년 동안 그곳을 흘러간 콜로라도 강과 지류에 깎이고 깎여 1500여m가 파였다는 곳. 한겨울 고원지대엔 삭풍이 몰아쳐도 콜로라도 강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에는 열대기후가 펼쳐진다는 곳이다. 20억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그랜드캐니언 곳곳에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
천화(化)를 바라보는 명상 2만년이라는 몬테주마 웰의 역사도 왜소하게 느껴지는 그랜드캐니언 앞에서는 모든 것을 띄워 보내는 명상을 펼쳤다. 단월드는 죽는 것을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천화(化)’라고 한다. 천화는 단절이 아니다. 생명체는 천화를 거듭하며 후손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트레이너는 그랜드캐니언 곳곳을 떠도는 인디언 영혼을 불러내 하늘로 천화시키는 명상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켜온 인디언 추장의 영혼을 불러내 그를 천화시키라고 했다. 명상에 집중하자 굳센 인상의 인디언 추장이 말을 타고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할 일을 다 했다. 이제부터는 당신이 맡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하늘로 올라갔다.
뜻밖의 경험이었다. 기자는 20여 년간 현장을 뛰어왔지만 새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걱정에 빠져들곤 했다. 대부분의 사건은 첫 번째 보도를 어떤 관점에서 하는가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큰 부담이었다. 몇 사람의 운명이 관계된 일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추장은 두려워하지 말고 그 일을 잘 하라고 당부하고 올라가버렸다.
입맛이 매우 썼다. ‘그 일이 결국은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이었다. 싫든 좋든 한국의 40대는 최전선에서 삶과 부딪쳐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 트레이너는 “각각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세우라”라고 주문했다. 명상의 끝은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과업과의 대결이라는 암시를 준 것이다.<신동아현장취재 -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
불행히도 이 예상은 수련 마지막 날 사실로 입증되고 말았다. 마지막 날은 일출수련으로 시작되었다. 여명의 시각, 수련객들은 마고가든 운동장에 모여 ‘비밀의 산(Mt. Secret)’을 바라보며 도인체조를 했다. 그리고 두 눈을 감고 온몸을 진동시키는 수련을 할 때 비밀의 산 너머로 태양이 떠올랐다. 살짝 뜬 눈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햇무리가 너무 강해서, 다시 눈을 감고 온몸을 진동시켰다.
그리고 아침식사가 끝난 후 열린 천고식(天告式)에서는 그간의 수련을 통해 각자가 세운 비전을 적어 하늘에 올리는 의식을 치렀다. 김 트레이너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털어내고 각자가 가야 할 길을 발견했으면, 과거처럼 상처 입을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의지 100%로 달려가라. 그래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습관을 뜻하는 ‘습(習)’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생(前生)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삶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바로 1초 전에 한 내 행동이 전생이다. 같은 패턴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사람은 업보라고 하는 똑같은 결과를 맞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하게 하는 습이 무엇인지 찾아내 풀어버리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그러나 습은 평생을 통해 체화(體化)된 것이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없애려면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이 목표를 향해 의지 100%로 달려나가야 한다. 의지 100%로 달려나가려면 힘이 있어야 하니 정충과 기장을 해야 한다.”
가볍게 바이라도 쐴 생각으로 명상여행을 따라나섰는데, 의외로 힘들고 벅찬 수련이 되고 말았다. 천고식을 끝내고 각자의 비전을 발표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그 순간 ‘벌떼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일본인이 손을 들었다.
앞으로 나온 이들은 ‘첫아이를 유산해서 고통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려운 분들을 도와야겠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때문에 남과 나를 원망하며 살아왔는데 이를 버리겠다’ 등등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와 비전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새로운 韓流 내성적으로 보이는 몇몇 일본인 남자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며 신나게 노래를 했고, 몇몇은 단월드에 들어와 지도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단월드는 미국에 170개, 캐나다에 9개 지원을 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 수련단이 짐을 싸기 시작한 이날부터 미주 지역 단월드 회원과 지도자가 들어와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부 백인이었다. 백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정은 한국·일본인보다 밝아 보였다. 그중 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이 ‘희망’이고 성은 ‘단’이라며, 한국의 선도 문화 예찬론을 길게 늘어놓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갈아 탄 한국행 비행기에서 전날 신문을 보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열린, 탤런트 이병헌씨 팬 미팅 행사가 만원사례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다.
한류(韓流)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한정해야 하는가. 이승헌 원장은 산속에서 비전(秘傳)이나 혼자만의 득도 형태로 내려온 선도를 과학화하고 현대화해 대중에게 전파시켰고, 이제는 세계로 수출까지 했다. 여기에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단군의 이념을 접목시켜 내놓았으니 또다른 한류의 성공이 아닐 수 없다.
태권도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계로 진출했는데 이 원장은 정부의 도움 없이 선도의 세계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선도를 정리해 세계로 수출한 것은 블루오션의 창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화랑도를 끝으로 사라진 한국 선도 문화는 5000년을 이어온 저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부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적인 유엔을 세우겠다는 비전을 앞세우고 달려나가는 단월드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신동아현장취재 -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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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아름다운 정신에 눈물이 촉촉히 적셔집니다. 감사합니다. 뜨거운 열기를 모아 단월드 화이팅!!!
정말 멋있는 일을 하는 곳이네요. 세계로 한국의 정신이 더욱 뻗어나가길 기원합니다.
정말 멋지고 큰일을 하시는 군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묵묵히 꿋꿋히 앞으로 나아가는 민족기업 단월드, 멋집니다!!! 화이팅!!! ^^
저 지금 울고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