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 단 >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시조창을
*신 웅 순
1. 들어가며
정가란 선비들의 음악으로 가곡 ․ 가사 ․ 시조창을 말한다. 가곡 ․ 가사는 부르기가 어려워 전문 가객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곡이지만 시조창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곡이다.
시조는 수 백년 동안 선비들, 양반들이 자신의 정신 수양을 위해 불렀던 노래이다. 어른들이 불렀던 그런 노래가 유치원 어린이의 정서 순화에 유용한 기재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연구 보고는 없다. 필자가 아는 명창 한 분이 어린이를 지도했더니 평소에 말도 잘 듣지 않던 그 아이가 예의가 발라지고 행동에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아이의 평시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가 설거지 하면서 부르는 것을 따라 불렀다는데 그 아이는 음정 하나 틀리지 않고 평시조를 완창했다. 시조창은 가락 그 자체가 느리고 유려하고 젊잖다. 시조창은 마음을 조요로이 가다듬어 부르지 않으면 제맛을 낼 수 없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것을 편안하게 잘 소화해낸 것이다.
이렇게 시조가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러한 교육에 알맞는 시조 모형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시조창 교육이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유용하다면 교육의 주체인 유치원 교사들이 먼저 시조창을 배워야한다. 누구나 평시조 정도는 1, 2개월 정도면 배울 수 있다. 가객의 차원에서야 많은 공력을 들여야겠지만 교육의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교사 교육만으로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교육 기기를 이용한 CD같은 시조창 교재를 십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시조창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사들이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기기도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에 맞는 시조창 교육 교재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장의 막연한 수요와 공급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이에 알맞는 시조창 교재는 흔치 않으나 유치원, 아이들의 교육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은 수요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러한 시조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CD 교재만으로도 일단의 시조창 교육은 가능하다. 시조창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정서 교육의 성과를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 시조창 대부분이 고시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내용면에서 아이들의 현대 정서에 맞는가하는 문제는 좀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밤낮으로 TV나 인터넷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고 빠른 가락이 몸에 배어 있어 같은 정서를 길게 유지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구태의연하고 느린 시조창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빠른 가락에 맞는 시조창을 개발하여 교육한다는 것도 본질에서 어긋나 있어 어려운 실정이다. 시조창 본래의 정신 수양과 정서교육이라는 의미에서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평시조를 아이들에게 가르쳐보는 일이다. 현 단계에서는 가르치면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행동 변화는 어른들처럼 그렇게 긴 시간을 요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 내에 예측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물론 긴 안목에서의 지속적인 시조창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떤 거시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은 미래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주제의 선택이다. 유치원 아이들인 만큼 언제나 재미와 교육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창이 재미면이라면 내용은 교육면에 속할 것이다. 창과 내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야한다.
시조창은 초장 5․8․8․5․8, 중장 5․8․8․5․8, 종장 5․8․5․8박으로 되어 있다. 이를 어린이 청소년 호흡에 맞게 초장 3․5․5․3․5,중장 3․5․5․3․5, 종장 3․5․3․5의 짧은 박으로 변형하여 교육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석암 정경태 시조보에도 소개되어 있어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시조창은 무엇이며, 시조창은 왜 해야하는 것이며, 어떤 마음 가짐으로 시조창을 해야하는 것인지 등의 사전 교육은 시조창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시조에서 자연스럽게 충효와 같은 조상들의 아름다운 덕목을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아이들의 행동에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시조의 정신은 선비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인가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 도리들을 시조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내용에 따라 다른 주제를 인위적으로 선택하여 의도적인 교육으로 이끌어 나갈 수도 있다. 현대적인 동시를 써서 그것을 곡으로 붙여 불러도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시조창이란 무엇인가?
평시조의 원형은 '시조'이다. 시조가 생겨난 이후 나중에 '소이시조'가 생겨났다. 이 소이 시조와 구분하기 위해서 시조를 '평시조'라 불렀다. 소이시조가 지금의 지름시조에 해당된다. 사설시조는 그 이후에 생겨났다. 그래서 시조의 종류를 평시조류, 지름시조류, 사설시조류로 분류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시조는 고려 말에 태어났으나 시조창은 1800년 전후해서 생겨났다. 그 때만 해도 '시조'라는 명칭 자체가 없었다. 시조창이 생겨날 즈음 시조라는 명칭이 생겨났고 그 이전에는 시조시를 노랫말로 부르는 가곡이라는 것이 있었다.
가곡의 원형은 고려 1151년 의종 5년 「정과정곡」인 「삼진작」에서 찾을 수 있다. 시조창의 윗대는 가곡이고 가곡의 그 윗대는 삭대엽, 중대엽, 만대엽이다. 그리고 만대엽의 맨 윗대 조종격은 삼진작이다. 가곡의 계보는 '삼진작(고려조) - 만대엽(조선조) - 중대엽(조선조) - 삭대엽(조선조) - 가곡(현대)'의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가곡은 시조창과 함께 시조시를 노랫말로 해서 지금도 불리워지고 있는 서양 고전 크래식과 같은 매우 고급화된 우리의 선비 음악이다.
시조는 이러한 가곡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보고 있다. 한일합방 전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장금신보』에는 시조가 가곡과 같이 5장으로 되어 있다. 지금의 시조보는 초 ․ 중 ․ 종장의 3장으로 되어 있어 시조가 가곡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이도 있다.
18세기 영 ․ 정조 시대를 전후해 우리나라는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실학사상 같은 새로운 정신의 패러다임이 형성되던 시대라 정치 ․ 사회 ․ 문화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담론에 맞춰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이는 정치 ․ 사회 ․ 문화 여러 분야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가곡보다 좀 더 빠른 곡인 시조라는 새로운 장르가 1800년 전후에 생겨났다. 가곡은 느릴 뿐만 아니라 유장해서 전문 가객이 아니면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판소리 처럼 많은 공력을 들여야 소리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조는 가곡보다 빠르고 쉬워서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노래이다. 이도 공력을 들여야 명창이 될 수 있지만 가곡에 비해 가락이 단순하고 길이가 짧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누구나다 부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곡은 판소리 ․ 범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성악 중의 하나로 정가 중에서 제일 으뜸으로 치고 있는 선율이 매우 아름다운 곡이다. 아정하면서도 단아해서 선비들이 즐겨 부르는 고급 음악이다. 시조도 가곡보다는 음계가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자연 친화적이고 시조만의 특징인 유려한 선율을 갖고 있어 가곡 못지 않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누구나다 자신의 정신 수양을 위해 시조창을 즐겨 불러왔던 것이다.
3. 시조창과 창자의 자세
시조창은 평시조류, 지름시조류, 사설시조류 등으로 나누어진다.
평시조는 가락 자체의 높낮이 없이 초 ․ 중 ․ 종장 전체를 평탄하게 부른다. 평시조, 중허리 시조, 우조시조 같은 것들이 있다. 지름시조류는 초장은 높은 음으로 질러서 부르고 중 ․ 종장은 평시조 가락과 같다. 지름시조, 남창지름시조, 여창지름시조, 반지름시조, 온지름시조, 우조지름시조, 사설지름시조 등이 있다. 사설시조류는 장단은 평시조의 틀로 구성되어 있지만 평시조와는 달리 한 박에 많은 자수의 리듬을 촘촘하게 엮어서 부른다. 사설시조, 반사설시조, 각시조 등이 이에 속한다.
평시조는 시조 중에서 가장 원형에 속하는 맨 먼저 배우고 익혀야할 시조이다.
시조는 주로 3음계로 되어 있다. 황 ․ 중 ․ 임으로 되어 있으며 이 중 황 ․ 중이 중심 음계이다. 음은 '뻗는 음', '떠는 음', ' 흔드는 음' 등이 있고 여기에 몇 개의 장식음들이 붙는다.
창자의 자세는 '반드시 단정히 앉을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할 것', '눈은 반드시 바로 볼 것', '손은 반드시 맞잡을 것', '발은 반드시 접어 꿇을 것', '소리는 반드시 맑고 무겁게 할 것' 등이 있어 시조창 못지 않게 중요하다. 시조의 본질은 수양에 있기 때문에 자세가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자세들은 창자들이 반드시 지켜야할 덕목들이다.
외에 시조창에 대한 많은 이론과 규칙들이 있으나 본고에서는 논외로 한다. 시조창을 통한 정서 순화의 유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본고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4. 나가며
필자는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시조창이 정서 교육에 유용한가' 라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았다. '유용하다는 가설' 하에서 유치원 교사들의 시조창 시연의 필요함을 언급해보았다. 이에 관련된 몇 가지 시조의 개념과 창자의 자세들도 언급해보았다. 필자의 의도는 여기까지이다.
시조창이 '어린이들 정서 교육에 유용한가?' 라는 문제 제기는 필자의 몫이지만 '유용하다'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것은 유치원 교사들의 몫이다.
- 2009년 한국동화구연지도사협회 하반기 회원 연수 교재 73-77쪽.
일부 수정 전재
* 시조시인․ 평론가, 중부대 교수
첫댓글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