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사이를 빙탄지간(氷炭之間)이라고 한다. 아는 내용이지만 유래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옛날 옛적에(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쯤이라고 해두자) 어느 강가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난하게 사셨는데 어느 날 커다란 고기를 잡고보니 고기가 통역없이도 대화가 가능 하더라고...
고심끝에(아니다. 그분들의 심성은 무지 착하셨어야 하니까 그냥 자연스레...) 힘들게 잡은 고기를 놓아 주었는데 그게 용왕님의 아들이라. 세상인심을 보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용왕님이 그들에게 구슬을 주어 부자로 살았는데, 이를 탐하던 이웃 노파가 구슬을 훔쳐가고,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시 가난뱅이로 되돌아가셨다.
그래서 충성스런 개와 고양이가 구슬을 찾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잃어버렸는데 개는 그냥 돌아오고 고양이는 운좋게 이를 찾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살았다.
고양이는 개를 의식하며 주인들에게 아부를 하였고, 이를 지켜보는 개는 서열구분없이 한솥밥 먹던 고양이가 하루아침에 잘된꼴이 배아프고 괘씸하여 노인들이 없을 때면 고양이를 혼내주곤 하였었다.
그때부터 개와 고양이의 사이는 얼음과 숫(탄)의 관계처럼 공생하기 어려운 관계로 변하고 말았다.
개와 원숭이의 견원지간(犬猿之間)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미워하고 힘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그러고보니 양쪽 다 사람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에게 가까운 동물들의 시기와 질투심에 사로잡힌 싸움...결국 문제는 그들을 차별하는 사람에게 있였구만!!!
우리집을 둘러싼 환경에서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어떠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고 이곳은 개에게 일방적인 주인의 신뢰하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둘다 귀염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주인의 특성상 내부 수색을 통하여 불순분자를 색출해내는 고양이쪽 보다는 먼저 국경을 굳건히 지키는 개의 편에 마음이 더 갔었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고충도 있었다.
요즘 어느 곳을 가든지 고양이들이 많이 보인다. 몇년전만 해도 쥐들이 극성을 부릴때가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많져서인지 쥐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어째든, 한무리가 없어지고 다른 무리가 많이 생겨나니 또 말썽이다. 내어놓은 쓰레기 봉지를 일일이 검색하는가 하면, 동네의 차량정비 상태를 점검하고, 아침이면 옥상에서 지네들끼리 체육대회를 여는지 달리기를 하는 진동음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숫자가 많다보니 하는 일도 다양하다. 달리는 차량에도 가끔은 뛰어들어 속도를 제어하려 애쓰지만 그러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채 시신도 제때 수습되지 못하여 길가에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나는 우리집 부근의 고양이들에게 관대하질 못하였다. 제일 큰 문제는 우리집 개와 사이가 불편하다보니 매일 싸움을 하곤 한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우리집 개는 어르렁거리며 계단을 달려 내려가 마당에서 무섭게 집어댄다. 그러면서도 창문너머 나의 눈치를 살피기도...찌식! 아부는...
그러한 짖거리도 한두번이어야지, 나는 그런게 싫어지지 자연 가까운 개의 편을 들게되고 심지어 개에게 "임마! 입으로 큰소리만 치지말고 차력을 배워 입에서 불을 뿜든지, 아니면 선진국에서 고양이 퇴치용 미사일이라도 들여와라." 하고 부담스런 격려를 하곤 하였다.
우리식구만 있어도 신경을 덜쓰지. 문제는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웃한 빌라나 원룸들이 많은데 그들도 우리와 같이 빙탄지간의 불화협음을 듣고 살아야하니 그냥 그렇다.
입장이 바뀌어 되었으면 내 성질에 젖아가서 한소리 하질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간섭도 받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세태가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긴 어린애를 키우는 집에선 밤중에 애들 울음소리가 가끔나니 조금은 상쇄시킬 수 있을것이란 생각도...
요며칠 옆집에서 고양이 소리가 유난히도 자주 들려왔다. 서로간 입장이 그러니 참다가 작대기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옆집 2층을 건너다보니 뒤곁에서 고양이 새끼 한마리가 나를 보더니 슬금슬금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자세히보니 그곳에는 새끼 두마리가 죽어 있었는데 한마리는 죽는지 조금되어 말라져 있고, 다른 한마리는 어미가 물어 뜯었는지 훼손되어 있었다.
다음 날 개를 데리고 올라갔더니 개가 곳곳에다 대소변으로 영역표시를 해 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이번에는 고양이가 옥상 계단에다 이전엔 하지않았던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였다. 괘씸한지고 주인의 허락도 없이 지들끼리 환경을 어지럽히다니.
그날 이후 나는 옆집 주인에게 2층의 고양이 사망사길을 말하였지만 주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친인척 문병다니기도 싫은 세상인심에 그깟 고양이가 죽은게 대수라고. 세든 사람이 알아서 할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그날 개가 옥상 계단을 내려오다 고공점프를 잘못 하였는지 한이틀 재택근무를 하며 얼굴을 내밀지 않아 조용하더니 다시 주인의 신임을 얻으려는 듯 영역사수에 목숨을 건다.
세상사도 다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부하며 편들면 좋아하고, 안 그러면 매몰차게 상대 편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인 세태. 국제사회도 그렇고, 여와 야, 그리고 아직도 요원한 세월호 처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