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측근’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
EU 붕괴 등 황당 전망으로 서방 조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1일 베이징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의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내년에 유럽연합(EU)이 해체하고 미국에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며 서방을 조롱하는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군사산업위원회의 첫 차관으로 임명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6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연말에는 모두가 새해 전망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이들이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전망들로 서로 경쟁하며 미래를 예측한다”며 국제정세와 관련된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새해에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하고, 가스가격은 1000㎥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서방의 유가 상한제와 가스가격 상한제가 미칠 악영향을 과장한 전망이다. 유가의 경우, 현재 배럴당 8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메드메데프 부의장은 브렉시트(EU 탈퇴)를 단행한 영국이 EU에 복귀하고 이에 따라 EU가 붕괴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또 폴란드와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점령을 시도하고, 폴란드가 18세기에 프로이센·러시아·오스트리아에 세 차례나 분할된 것처럼 또다시 주변국에 의해 쪼개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이 궁지에 몰리는 시나리오들도 늘어놨다. 그는 내년에 미국에서 내전이 터져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분리·독립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가 달러와 유로를 글로벌 기축 통화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도 기대했다. 여기에 최근 트위터 인수 이후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황당한 전망도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총리, 대통령 등을 역임하며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2017년 부패 연루 혐의가 제기된 뒤 총리직을 내려놓고 잠행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핵 전쟁과 관련된 강경 발언을 수시로 쏟아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최근 메드베데프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군사산업위원회에 첫 차관직을 신설하고, 베드베데프 부의장을 이 자리에 앉혔다. 군사산업위는 군사산업복합체 등 군사기술 지원 분야의 국가 정책을 조직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설 기구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