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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상반기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이마트 노조파괴’ 혐의로 기소된 최병렬 전 대표 등 5명의 이마트 임직원에 대한 재판 3차 공판이 7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2차 공판에서는 ‘이마트 노조 프락치’ 역할을 했던 이마트 전 직원이 ‘양심고백’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모 씨는 이마트 노조에 잠입, 노조 설립 관련 정보를 빼돌려 회사에 제공하고 수천만원의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7일 진행된 3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의 증거자료 제출이 이어졌다. 검찰 측이 준비한 USB가 작동되지 않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검사는 해당 문건을 일일이 손으로 넘기며 차분하게 증거를 제시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는 대부분 이마트의 문건과 수사결과 자료였다. 마치 이날 공판은 그동안 제기됐던 이마트 노조탄압의 ‘총정리’ 시간과도 같았다. 이전에 공개된 문건들이 부분적인 것이었다면, 이날 검찰 측이 제시한 문건은 이마트 노조파괴의 큰 그림이 모두 담겨있는 ‘완성본’이나 다름없었다. 검찰 측이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이마트의 노조 대응 전략은 매우 꼼꼼하고 치밀했다. 노조 설립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방해하기 위해 △실태파악조 △현장대응조 △면담조 등 역할을 세분화했으며, 노조 설립 단계별로 대응 방법을 구분해 놓았다. 이미 공개됐던 ‘이마트 용어’도 꾸준히 눈에 띄었다. 이마트는 해당 문건에서 노조를 ‘NJ’, 문제사원을 ‘MJ’, 관심사원을 ‘KS’, 가족사원을 ‘KJ’로 구분한 것으로 드러나 실소와 함께 충격을 자아낸 바 있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해바라기팀’이었다. 해바라기팀은 현장대응조를 의미하는 것인데, ‘씨앗조’, ‘울타리조’, ‘제초조’로 역할이 세분화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끊임없이 이어진 노조 미행·감시·사찰과 헛소문 유포 등 여론조작, 1인 시위 및 노조홍보에 대한 방해공작 등이 모두 문건과 이메일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중에서도 노조와의 충돌을 유발하기 위해 가족과 자녀를 들먹이는 등 인격적 모독을 활용하라는 내용은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겼다. ◇ 재판부, 최병렬 전 대표 노조탄압 인지 여부에 주목
사실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들은 대부분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또한 해당 문건은 이마트가 작성한 것이었기 때문에 증거능력에 대한 논쟁도 필요 없었다. 다만 재판부가 주목한 지점은 의미가 깊었다. 이마트 노조탄압을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느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증거자료 중 2011년 4월 대표이사가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복수노조 대응전략이 보고된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해당 임원회의 중 인사부문에서 ‘복수노조 사전대응’ 내용이 포함돼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무 목표와 평가 사항에 ‘비노조 경영 정착’이 있었고, 노조설립 방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즉, 대표이사 등 ‘윗선’들이 해당 내용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그동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최 전 대표, 허인철 전 대표 등이 노조탄압의 ‘실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과 노동청은 정 부회장과 허 전 대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기소된 최 전 대표 역시 첫 공판에서 “구체적인 사실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검찰과 재판부가 노조탄압 내용에만 집중할까 걱정했는데, 임원들의 인지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이마트의 노조탄압은 이마트를 넘어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해 고위임원들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약 몰랐다면 그 조직이 개판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노조탄압 관련 결심공판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15분에 열린다. 검찰이 최 전 대표에 대해 어떤 구형을 내릴지, 이어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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