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을 하는 분 또는 해본 분이라면 하루종일 텔레비젼을 벗삼아 좁은 방안을 뒹굴다보면 저녁무렵 문득 집 대문밖은 커녕 화장실 가는시간 빼곤 방구석을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한 자신을 깨달았을때의 그 허망함과 갑갑함 경험이 있을것입니다.....더군다나 한 삼일정도 시간이 지났을 경우라면 그 허무함과 답답함을 가히 가눌길 없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갈 약속이나 잡던가, 아니면 누가 불러주는이 하나 없어도 바깥바람을 쐬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게 사람이라면 정상이겠지요. 그런 생활 15년 동안이라면?
15년 동안이나 영문도 모른체 사설 감옥에 갇혀 복수를 당한 오대수(최민식)는 15년이 지난 어느날 5일 동안 자신을 가둔 사람을 찾아 복수를 시작합니다. 15일도 아니고 1년 5개월도 아닌 ....무려 15년 이라는 세월동안 8평의 싸구려모텔같은 방안에 갇혀서 사람이 과연 살수 있는걸까? 하는 의구심에서 이 영화의 기본적 영화보기의 잣대를 가름하여 봅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88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5년전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불과 20여분 남짓한 시간속에 함축하여 보여주려하지만 그 기나긴 세월동안의 갇힘의 공포를 현실에 비추어보면 너무나 끔찍하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듭니다.
오대수의 말대로 차라리 얼마동안이나 갇혀 있어야만 하는지 알려주었다면 그 공포는 훨씬 덜 할수 있었겠지만...한마디로 오대수가 미쳐버리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누군가에 의한 극단적 복수심으로 인하여 15년간 사설 감옥에 갇혀있는다는 영화적 발상은 원작이 만화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그허황된..그러나 너무나 기발한 설정에 차라리 마음 편히 영화를 볼수 있게 됩니다.
파출소에서 술먹고 작은 난동을 부리던 평범한 한 샐러리맨이 그 인고의 세월이 흐른뒤 망치 하나로 일당백의 싸움속에서 칼을 맞고도 살아남는다는 터미네이터적 부활에 견주어 이 영화의 기본적 리얼리티를 일단 배제하고 본다면....그동안 그토록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극단적 반전의 결말에 대해선 훨씬 편안하게 감독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이렇듯 세간에 그토록 말이 많았던 영화의 극적인 결말을 위해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살아남은게 오히려 신기한 오대수의 모습에 그토록 가슴졸이며 '복수가 어느덧 그의 성격이 되어버린' 상황에 온전히 빠져들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배우 최민식의 물이 오를때로 오른 연기에 녹아버린 탓일겁니다.
<해피엔드><파이란><취화선>등 최근 그의 출연계보 선상에서 <올드보이>에서의 열연은 이제 그가 연기9단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객의 감정을 불편하게 하는 잔인한 장면과 논란이 된 결말이 불편한 관객이라 할지라도 연기의 달인이 된 최민식의 모습을 2시간 내내 볼수 있는것 하나만으로도 본전은 충분히 뽑을 수 있는 영화라 감히 말해봅니다.
사실 복수의 진정한 리얼리티와 비장미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것>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딸을 어이없게 잃어버린 한 가장의 집요한 복수의 그 서늘함은 <올드보이>에 비해 덜 다듬어진 상업성으로 인해 폭발적인 사랑을 못 받았지만 박찬욱 감독만의 독특한 색깔은 오히려 더 온전합니다.
<올드보이>에서는 화면분할, 빠른편집,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광각렌즈의 현란한 사용. 최민식의 코믹한 나레이션 등으로 관객의 시신경과 청각을 자극하는 절충선을 적절히 찾아내어 영화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감독은 더욱 세련돤<복수는 나의것>을 완성한 것입니다.
잔인함과 현란함 그리고 코믹한 영화적 설정으로 영화장르의 기본적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퓨전스타일영화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이 관객과 적당한 타협을 하면서도 할말은 하는...영리한 영화 한편이 최민식 이라는 대배우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멋지게 만들어졌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영화의 극단적 결말은 감독의 관객의 불편하게 영화보기 스타일의 한부분일 뿐이며 상상력과 영화적 표현의 한계를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일 뿐입니다.
관객이 영화 불편하게 보기 만들기로 따지자면야 김기덕 감독 만한 사람 있겠습니까?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영화 면면을 살펴보면 박찬욱 감독이 들이민 영화의 결말을 왈가왈부 한다는것은 오히려 영화흥행에 더더욱 일조할 뿐이겠지요.
복수는 나의것 이라고 외치던 감독은 <올드보이>를 통해서 복수는 결국 서로의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영화는 또 모르겠습니다. 복수는 너희들의것 이라고 말할련지도.
첫댓글 너무 완벽해서... 짜증 나는 영화... 뭐 비판을 할수 없는 영화... 짱짱짱이네염.. 이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