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
"인간의 생명은 몸, 맘, 얼이 통합된 것이고 하늘, 땅, 사람이 하나로 만난 것이다. 참나인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과 소통하고 사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자 목적이며 사명이다. 몸에서 캐내는 생각이라야 산 생각이고 나와 남을 살리는 생각이다. 생각은 몸과 맘과 하늘을 소통시킴으로써 아름답고 고마운 나라를 세우는 일이다. 생각은 존재의 불꽃, 생명의 불꽃이며 기독교의 사랑이고 유교의 도이며 불교의 법이다."
빈탕한 데 맞혀 놀이의 삶
"삶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있을 것이 있을 곳에 있는 것이 참이고 선이고 아름다움이다. 사람은 사람노릇 바로하고 만물과 일은 물성과 이치에 따라 스스로 되게 하는 게 '절로, 맘대로, 제절로'의 이치이며 길이다. '제가 저로 저답게 스스로 되는' 것이다. 이것이 뭇생명과 사물이 제 본성에 따르고 제 바탈(本性)을 실현하는 진리의 길이다. 道는 길이고 虛空이 진리다. 그 길은 집착없는 삶에 이른다. 자신의 생명, 몸, 영혼, 생각과 업적 이 모든 것을 하나님(한늘, 오늘, 오! 늘)앞에 불살라 제사 지내고 하나님을 향해 솟아 올라야 한다. 이러한 삶, 하늘과 사귐의 삶이 '빈탕한 데 맞혀 놀이'이다. 하늘의 영원한 생명을 품었으나 땅의 흙 속에 묻힌 씨알처럼 하늘을 섬기는 삶, 남을 섬기고 살리고 앞세우며 남과 더불어 사는 천자이고 민주다."
"사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밖에는 없다. 모든 삶은 지금여기에 사는 나의 삶이다. 나는 지금 여기의 점일 뿐 시간과 공간을 쓸 수 없다. 씨알어뵘,백성을 어버이 빕듯 하라, 다석은 씨알을 하늘처럼 모시고 섬기며 불의하고 잔혹한 세상에서 빈탕한데의 놀이를 하려 했다."
우리의 철학의 과제
"다석철학은 각주를 다는 서양의 학문개념에 부합하지 않았기에 서구와 일본 중심의 주류철학의 배척을 받았으며 어려웠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서구의 역사는 정복자의 역사이고 권력투쟁과 계급투쟁을 통해 형성해온 역사로 폭력성과 배타성이 타자(자연과 이웃)에 대한 철학적 인식과 관점에 내재되어 있는 반면 민중종교인 동학,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의 사상과 철학은 민중성과 문화적 주체성을 지니면서도 세계개방성과 세계평화에 대한 미래상을 담고 있다.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를 형성하고 규정한 정신과 사유의 전통적인 한국철학이어야 하며 동서양문명의 만남으로서의 문명통합적이고 세계개방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민족국가를 바로 세우는 한국 근대사의 과제, 근대화와 민주화에 충실한 철학이어야 한다."(258)
"다석철학은 동서양의 종합철학이고 민주적인 씨알철학으로 한국역사의 밑바닥에서 형성된 씨알, 생명, 평화의 철학이다. 민중신학의 모태가 되었으며 기독교를 기반으로 유불선기 사교 회회통을 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전통사상이다."
"다석의 사상은 이성과 앎을 강조하는 서구의 인식론에 반해 모름을 지킬 때 비로소 생명과 존재에 대한 자아의 인식론적 제약과 한계 왜곡과 폭력에서 벗어나 생명과 존재를 있는 그대로 전체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석의 철학은 폭력과 전쟁, 미신과 신화가 지배하는 낡은 문명의 껍질을 벗고 이성과 영의 깨달음을 통해 상생과 평화의 새 문명에 이르는 힘과 지혜, 길을 드러내는 철학이다."(299)
여시아상
인간사회의 특성이 본래 그러하지만 특히 서구의 철학과 종교에는 폭력성과 배타성이 너무 강하게 내재되어 있기에 더불어 사는 대동사회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십자군 전쟁이 그러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중남미 상륙이나 미국에서의 인디언 공격은 마치 도살과 같은 잔혹함이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보면 이들이 우리가 믿고 있는 하나님과 같은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구약의 하나님처럼 오직 이스라엘만을 위한 잔혹한 하나님인 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배타적이다. 함께하기에는 매우 어려워보인다.
반면 우리의 민족종교들은 함께 아우르는 종교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여러 종교가 종교간의 갈등 없이 함께 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가 아닐까 싶다. 요즈음 들어 일부 기독교에서 못된 짓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석을 다시 찾는 이유는 4교 회통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다듬어 보고 씨알사상과 주체성 및 민중신학을 바로 알기위함이다. 또한, 잊혀져가는 민족정기를 다시 잡고 싶은 간절함이다. 시대가 악해서임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극우의 뿌리를 기독교와 일본, 지역주의가 제공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열매를 보아 나무를 알 수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간다. 기독교인 중에는 이승만같는 자도 있고 안창호와 이승훈같은 분도 있기에 사람을 떠나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인식을 더듬어보고 회통을 모색해본다. 이승훈, 유영모, 함석헌, 민중신학으로 이어지는 그 정신을 바로 보고 싶다.
[출처] 다석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 / 박재순
첫댓글 앞에 다석선생의 '암,Amen,옴'이라는 글씨를 보면서 1970년대 '사상계(思想界)'라는 잡지에 '奇人'으로 소개되었던 '류영모'선생님에 대한 글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오래되어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나 "당신과 같이 공부도 많이 하고 세상을 관통하는 철학을 가진 분이 어찌 시골에 믇혀 사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장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여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큰 일이 아닌가? 나라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는 말이지......." 이처럼 솔직하게 사물의 핵심을 관통하는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는데 학업에 쫒기느라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으나 류영모 선생님의 함자만은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품명품에서 유영모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그 때의 류영모가 아닐까 순간 전율이 흘렀습니다.
'유불선' 3교가 회통하는 명당인 '남악'에 전남도청을 세운다면 그 기운을 받은 '위인'이 나타나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할 것이라던 '최창조교수'도 세상을 떠나신 지 이미 오래 되었고 3교회통명당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퇴색해 가는 요즘 4교회통의 철학을 정립하시고 이를 몸소 실천하신 삶을 사신 '유영모'선생의 사상이 재조명되고 대중에 퍼져 종교간 갈등, 집단간 갈등이 해소되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한국이 동서양 사상의 중심이 된다'던 예언자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