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터치만 하여도 온 세상이 보인다.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순식간에 알 수 있다. 두 개의 숫자가 복잡한 세상을 알아낼 수 있다니 그리고 생활 수단이 되어 지난날 휴대전화가 없는 시대를 생각하니 놀라운 따름이다. 걸어서 이웃 마을 가는 거리는 오리, 십리길이다. 이 거리에서 시장이 생기고 정보를 교환했다. 걸어가는 거리에서 어머님이 태어나는 마을을 댁이라고 불렀다. 산 너머 누가 살 길래, 봄바람은 산 너머 남촌에서 올라온다고 했다. 걸음거리에서 다섯 개 감각 기관이 움직인다. 나와 같이 거는 사람들과 감정과 기쁨 그리고 분노하기도 한다. 일상의 하루는 나 혼자 보낼 때가 많다. 홀로 산다는 것이 나와 직접 대면하는 시간이다. 텃밭에 부추를 엊그제 베었는데 지금 얼마나 자랐을까. 너와 나는 직접 만나는 시간이 오늘 순간의 느낌이다. 기기와 수치화 되는 시대는 내가 없다. 전화 오기를 기다리고 밑글을 달아주기를 기대한다. 혼자 있으나 홀로 지내는 시간이 없다. 마음과 정신은 정녕 내 속에 없다. 내 영혼이 밖에 있더라도 중심은 내 안에 있어야 하는데 현대 생활에서는 쉽지 않다. 내가 내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얼굴은 그리 맑아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중심에서 나오는 얼굴이 가장 맑은 품격이다. 이런 감격의 존재가 혼자만이 느끼는 행복이다. 혼자서 묻고 답을 하는 하루는 일상의 수행인지도 모른다.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자라고 있는 부추는 자르지 않으면 새로운 새싹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새롭게 하기 위해선 어제 일로 쇄신해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그냥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흔한 것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있는 듯 없는 듯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 가장 맑은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안 된다. 자연적으로 주어졌지만 이걸 고맙게 생각하면 모든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자연을 살리는 길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실천하는 행위이다. 부추는 찬바람이 불면 꽃을 피운다. 그동안 무더위 속에서도 속 뜰을 알뜰하게 채웠다. 이 또한 혼자만의 일이다. 수행은 원초적인 본능에서 시작한다. 끝까지 열매를 맺은 것도 인고의 결과다. 오늘 나 하나의 존재는 모든 것을 함축할 수 있다. 지구 멀리 떠나 있어도 결국 지구 안에 있다. 홀로 사유한 데에도 내 안에 진귀한 것으로 채워 넣기 위해서다. 내 것이 없는 시대에 스스로 되묻는다. 진정 혼자 있는 시간을 달라고. 일생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진정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는 말인가. 부추 밭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루의 시간 속에서 무심한 느린 걸음이 오히려 나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