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의해 졸지에 유병언이 되신 변사체 사진을 보면,
웃옷이 말려올라가 맨몸이 고스란히 드러난 가슴부분은 피부가 전혀 썩지 않은 미이라 상태에서 짙은 커피색으로 바짝 말라 있고, 동일한 시체임에도 복부에는 구더기들이 들끓고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그렇다!
그 변사체는 죽은 지 19일 만에 백골이 된 것이 아니라 6~8개월 전, 그러니까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사망한 것이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단정하냐고?
살펴보자.
1. 외부에 드러난 가슴은 피부가 짙은 갈색으로 바짝 말라 있을 뿐 전혀 썩지 않았다. 그것은 사망 당시 외부기온이 덥고 습한 날씨가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무덥긴하지만 습하지 않은 중동의 사막 기후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사막에서 동물들 사체는 썩는 대신 바짝 말라서 미이라가 되거나 너무 바짝 마른 나머지 바람에 부서져 먼지처럼 사라진다.
그래도 이해가 어렵다면 황태를 생각해보자.
겨울 내내 몰아치는 눈과 비와 바람에 젖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명태는 썩는 대신 온몸의 형태를 유지한 채 그냥 바짝말라 황태가 된다. 그러나 덕장이 덥고 습하다면 명태는 바짝 마른 황태가 되기도 전에 악취를 풍기며 썩는다.
외부에 드러난 변사체 가슴이 썩지 않고 짙은 갈색으로 바짝 말라있었다는 것은 그 사망 시점이 5월 말에서 6월 초가 아니라 건조한 늦가을 혹은 바람 많이 부는 추운 겨울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뜬금없이 겨울 점퍼를 입고 벙거지를 쓰고 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2. 짙은 갈색으로 바짝 말라 미이라가 된 가슴과 달리 복부에 구더기가 들끓었던 이유 역시 변사체 사망시기가 늦가을 혹은 겨울이어야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복부는 내장이 자리한 곳이고, 내장은 모든 동물 사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부패하는 곳이고, 부패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는 복부가 터질 때까지 팽창한다. 그러나 건조한 늦가을과 추운 겨울 날씨에서는 생각보다 부패속도가 늦다.
하지만 봄이 시작되면서 부패 진행 속도는 빨라졌고, 덥고 습한 날씨에 복부 역시 가스로 급격히 팽창했고, 더 이상 팽창을 견디지 못한 어느 순간 복부가 터지면서 악순환하듯 부패 속도 역시 광속으로 진행됐다. 가스가 차지 않는 가슴은 그 전에 이미 미이라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변사체를 발견했을 당시 바짝 말라 미이라가 된 가슴과 달리 복부에 그렇게 많은 구더기가 들끓었던 것이다.
법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이렇게 헛점 가득한 치명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을텐데... 조작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