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차가운 이성을 추종하던 시기가 꽤 길게 있었다.
보기에 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감정이 배제되어 있으니 마음으로부터 휘둘리게 될 일이 없었다.
이렇게 이성을 앞세워 관계든, 일처리든 진행을 하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잘 처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나 나는 감정배제에 능한 반면에 극단적인 감정이입에 잘 빠져든다.
이성과 지성으로 무장한 사무적 감정처리 사이 결여의 틈으로 작은 물줄기가 둑을 무너뜨리듯 억제되고
절제된 감정이 쓰나미를 이루어 감당 못하게 감정 폭격을 맞을 때가 있다.
마치 감정과 느낌의 노예가 되어 여러 가지가 뒤엉켜서 더 강렬해지고 만신창이가 되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격렬한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 감정이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심지어 착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억눌러 버리는 이성으로
감각적 쾌락, 회피로 일관하던 내가 과연 마음을 잘 다스리고 관계를 잘 한다고 할 수 있었을까.
자연스런 마음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밟고 희열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착각하는 많은 이들 중 하나였고
드러내 보이는 것이 상처가 될까 두려웠다. 내 마음의 동요와 내면의 괴로움을 드러내지 않아야 했고 타인의 힘듬도
표면적 위로와 해결책 제시로 충실했던 그때 거기의 나는 더더욱 내면을 직시하고 억압하지 말고
이를 드러냈어야 했다.
자신을 용기있게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게 되고 타인도 진정 만날 수 있는 것을 몰라도
한참을 몰랐다.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으면서도 실은 거의 모르고 있었고,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내가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여겼던 그 곳의 나를 한동안 위로해야 했다.
그토록 추앙하던 냉철한 이성적 판단과 마음속 깊이 절감하는 감정의 균형이 바로 사람이 성장하는 비결이라는
말이 위안도 되면서, 반쪽으로 살아온 힘든 줄 모르고 힘들었던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코칭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 감수성일 것이다.
코칭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이며 충일해야할 능력이라고 여겨진다.
지난 해 말 감수성 훈련 프로그램을 호기롭게 참여하며 엄청난 깨어짐을 무수히 경험했었다.
코칭을 잘하기 위해서인건지, 나를 위해서인건지 분간도 안 되게 혼란스러웠었다.
뭔가 매우 불편하게 내 회로가 확장되는 듯 하면서 무섭기도 한 감수성 훈련을 이번 학기에 다시 수강하려는
용기와 의지가 어떻게 나왔는지 참 대견하다.
해야만 하는 것에 묶이지 말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에 구속되지 말고 즐겁게 하고 싶어지고,
사랑할 수 있는 변화가 기쁘다.
생각과 감정이, 행동이 따로 작동되는 코칭을 하며 부단히도 어려움을 겪었던 허기짐이 진정한 만남을 기원하는
움직임으로 노력하게 한다. 친분관계든 일관계든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지적하면서 정작 내 자신이 뭘 어떻게 하고 있는가는 모르고 있는 그런 수준의 코칭 깊이와 삶의 태도가
이제는 견딜 수 없이 불편하다.
나는 비로소 진화하고 있나보다.....
첫댓글 차가운 이성에서 감정을 살펴보시고 코칭을 들여다보시는 지니님의 따뜻한 진화를 응원합니다. 참 솔직하고 용기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