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14년 농사 이야기(2014/06/10~08/24) 대한민국- 눈 먼 자들의 도시

[孤山吐月]

2014년 농사 이야기(2014/06/10~08/24)

대한민국- 눈 먼 자들의 도시

올 해 여름이 있었나?

가끔 더웠던 기억은 있다.

이렇게 가을을 맞이한다.

작년 가을에 심어 놓은 마늘을 캤다.

마늘 쫑을 꺾어 준 것들은 그런대로 먹을 만 하고 놓친 것들은 풍신난다.

알맹이가 작아도 까는 수고로움을 기꺼워하니.... 그걸로 됐다.

올 해는 5월말에 5,000평 논에 모두 모내기를 마쳤다.

논에 들어가는 거름이 없다보니 포기벌기를 위한 시간이 남들보다 더 필요해서 일찍 심었다.

올 해도 작년처럼 모가 문제였다. 작아도 짱짱해야 하건만, 이 놈의 모들이 너무 연해서 우렁이의 밥이 되기 일쑤다.

모내기를 마치고 우렁이를 방사했다.

이로서 농사의 대부분이 끝났다.

이제는 군데 군데 피사리와 논물만 잘 대어주면 가을까지 그냥 간다.

아! 논두렁도 깎아줘야지.

겨울일을 시작했다.

밀양에서 일하는 대신 집앞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동네 비닐 하우스 3동을 얻어 올 해부터 딸기를 심어 볼 작정이다.

밀양에 가는 것 보다 낫겠다는 계산이다.

바닥 비닐을 걷고 땅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하얀 소금 비슷한게 잔뜩 묻어있다.

이 땅을 제대로 만들려면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이 필요할까? 겁이 났다.

2중 비닐을 걷어서 바닥에 깔고 태양열 소독을 시작했다.

각종 병해충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는 우리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무투입 자연재배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좀 망설여지는 일이 바로 거름을 넣는 일이다.

허나 첫 농사인데다 생계가 달린 일이라 가르쳐 주시는 분의 말에 따라 하우스에 소똥을 넣고 쌀겨를 뿌렸다.

내가 아는 한 미생물의 가장 훌륭한 먹이가 쌀겨다.

이틀 정도 지나면 소똥과 쌀겨위에 하얀 곰팡이가 핀다.

만약 최상의 번식 조건이라면 미생물은 7일이면 지구를 정복한단다.

이탄을 구해서 뿌렸다.

요즘은 가공되지 않은 천연 이탄을 구하기가 어렵다.

해서 펠릿 형태로 가공된 이탄(부식산)을 뿌렸다.

이탄은 부엽토와 석탄의 중간 단계로, 산에서 부식토를 긁어 모으는 수고를 덜어준다.

그런 연후에 트랙터로 경운을 했다.

가장 망설여지던 작업이 3중 파이프의 설치다.

돈과 노동의 집약이다 보니, 어찌 그냥은 안될까 고심하다가 결국에는 작업을 했다.

파이프를 땅에 꼽고, 스프링클러를 달았다.

관주를 위한 5톤 용량의 물탱크와 모터도 설치했다.

여름을 하우스와 함께 보냈다.

논산의 친환경 단체에서 서울의 몇몇 초등학교에 모심기 행사를 주관했다.

동네 마트에 가면 손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쌀이다.

그 쌀이 관행재배건 유기재배건 간에 봉지에 담겨 가격표가 붙여지면 돈 내고 사면 그만이다.

이 아이들 최소한 쌀이 어떤 경로로 식탁에 오르는지 알게 될 것이다. 

봄에 모내기한 모가 커서 이제는 어엿한 벼가 되었다.

농부의 기우와 조바심을 한방에 날려주는 것이 식물이다.

그들은 우리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자기들의 길을 간다.

올 해도 씨나락의 생명력과 그 생명을 잘 보둠어 준 자연 덕에 농사는 그럭저럭 됐다.

별로 한 게 없는데 이렇게 잘 커주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날씨가 워낙이 더운 날, 아이들과 냇가 다리밑에서 얻은 물고기다.

큰 아들 수렵과 채집에 집착하는 성격이라, 낚시꾼 앞에서 알짱거려 물고기 두 마리를 득템했다.

물고기 두 마리가 뭐에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정농회 연수회에 갔다.

연수회 땜에 여름 일을 몰아서 했다.

여기는 자연재배하는 농부로 부터 유기재배하는 농부, 생명역동농법으로 농사짓는 농부까지 다양한 농부들이 모인다.

이번 모임에는 젊은 농부들이 많이 참석했다.

좋은 일이다.

얼마전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노인들이 저 모양인걸 잘 봐두어라!"라는 제목의 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정농회에 강연을 오셨다.

나이가 80세다. 헌데 생각은 청년이시다.

꼭 술 한잔 드리고 싶었다.

마침 집에서 담은 막걸리를 가져가는 바람에 한 잔 드렸다.

"요즘 막걸리가 너무 달아! 아스파탐 그런거 안들어간 막걸리 없어?"

"여기 있습니다. 집에서 담은 술입니다."

홍성에서의 정농회 수련회를 마치고 보성 친구집에서 하룻밤 자고 제주에 갔다.

제주 모슬포 시장안의 순대집이다.

가족 모두가 쓰레빠 신고 시장을 돌아 다니다가 당최 먹을 만 한 게 없어 피순대집에 자리잡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제주도민인 줄 알았다고.....ㅎㅎ

제주 강정에서 평화운동하는 선배다.

무려 4박5일의 긴 시간동안 잠자리와 평화를 우리 식구들에게 내 주었다.

밤낮으로 접대의 접대를 얻어 주어서 푸지게 놀다가 왔다.

헤어지기 전 같이 사진을 찍었다.

형, 행복하게 사세요!

낮12시 배를 타고 완도에 도착해서, 차를 몰아 폭우를 뚫고 논산에 왔다.

톨게이트를 나오자 마자 논으로 향했다.

이 놈들 꽃을 피웠다.

고맙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좀 그렇다.

쌀 개방 문제도 최소한 농민들과 의논하는 척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방적인 개방 발표!

어이가 없다.

뭐 어이없는 일이 한 두가지여야 조목조목 따지기라도 하지....

후~~~

그 와중에도

건강과 평화!

[和敬淸淑]

하이 ,peace
네 자녀들이 귀엽네요^^귀여운것들^^

[孤山吐月]

전 사진 찍었고, 안경 쓴 분은 이번에 잠자리와 밥과 술을 제공해 주신 쥔장입니다.
그리고 간난쟁이는 그 분의 아들입니다.
전 아래에 셋입니다.
넷은 안됩니다! ㅎㅎ

[우주별빛(강원)]

애기가 너무 예뻐요.
우렁이농법 농사네요. 중국산간 어딘가엔 논에 어린 치어 방사해서 가을에 큰붕어되면 잡드만요.
힘들게 하는 유기농 농사 결실도 좋고 생업에도 큰보탬이 되시길 바랍니다.

[孤山吐月]

저두 전에 논에 붕어 치어를 풀어서 길렀는데, 가을이 되니 다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해전에 논에 10평 남짓 둠벙을 파 놓았습니다.
가을에 붕어랑 미꾸라지 한 냄비 나옵니다.

[즈나(부산)]

아고 귀염이들이네요. ㅎㅎ

[孤山吐月]

가끔 귀엽습니다. ㅎㅎ

[孤山吐月]

감사합니다. 이쁘게 봐 주셔서....

[孤山吐月]

닉네임의 의미가 너무 궁금합니다!

[금강지]

정신이 드는 글!
고맙습니다!!

[孤山吐月]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즐기기(천안)]

딸기밭의 소금 같은건 염입니다. 산과 염기의 합성물 같은건데 화학비료시비로 땅속에 있던 비료기가 땅표면으로 올라오는거죠. 땅표면에 적색 조류가 많이 생기면 염류집적이 높은거라고 합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검사를 받아보면 땅 상태를 알 수 있다고합니다.

[孤山吐月]

전 주인이 화학비료를 다년간 써 온 모양입니다.
좋은 밭으로 만드려고 노력중입니다.

[레프트사이드(서울)]

와우.. 채현국 선생님이군요~

[孤山吐月]

저두 깜놀랬습니다.
깨알같은 근현대사와 우리말의 기원(언어고고학)에 해박하십니다.

[카리마바드(경기,캐나다)]

믿고먹을 수 있는 음식.. 제공해 주시는 농부님들께 진심 감사드립니다. 특히 요즘같은때는 더욱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일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

[孤山吐月]

감사합니다.

[솔라씬(부산)]

저도 5월 말에 제주 갔었는데 강정마을 곳곳이 소란스럽더군요.. 여전히 경찰대치 상황. 잘보고 가요 ^^

[孤山吐月]

사실 사진의 수염 난 분이 제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셨는데 강정에서 평화운동 하시면서 교회를 접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교회를 안나가는 자유로운 몸이되었지요.

[솔라씬(부산)]

아..네 .. 그럼 지나가다 뵌분이 그분이시군요.. 경찰한테 너네들 불쌍하다 며 지나가긴 했지만요 ^^;
헌데 이나라의 평화가 쉽사리 지키기 어렵네요 ㅜㅜ

[은신처 (경기)]

고산토월님 잘 보았습니다.. 헌데...그 힘들다는 딸기농사를...ㄷㄷㄷ

[孤山吐月]

바로 맞은편에 좋은 선생이 계셔서 잘 배우고 있습니다.

[플사야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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