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새벽 기차에 몸을 싣고 창원에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 보다 30분 정도 늦게 출발해선지 아침 한강이 시원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하늘과 구름은 회색빛 일색입니다.
광명역을 지나니 아침 해가 빛을 더하기 시작합니다.
서쪽 하늘 구름들이 붉은 색을 살짝 띄어갈 무렵, 동쪽 하늘은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장을 마쳐 갑니다.
오송역을 지나니 잠깐 사이에 회색 하늘이 파란 빛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어제 태풍이 남겨 두고간 구름들과 아침 햇살에 깨어나는 산과 벌판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를 지나왔습니다.
KTX를 타고 환상의 세계를 빠르게 달리는 이 시원함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까요?
아쉽게도 90% 이상은 눈을 감고 있습니다.
하늘 가득한 구름들 때문에 눈부심이라고는 없는데도, 심지어 서쪽에 앉은 사람들도 햇빛 가리개를 내려놓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달리는 모텔인 셈이죠.
일을 하러 가면서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일은 일, 여행은 여행인 모양입니다.
일상 생활이 즐거운 여행이 되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하는 거죠.
잡을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여행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는 건지도 모르죠.
태풍이 또 대한해협쪽으로 지나갔죠.
서울은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남쪽 지방이 쪼매 염려되었는데, KTX 주변의 벌판을 보니 큰 피해가 없어 보입니다.
참 다행스럽습니다.
태풍 덕분에 남해안 적조가 사라졌으려나요?
밀양을 지나고 있습니다.
시원상쾌한 나날들 되세요. ~^.^~
♥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
한 형제가 초고층 아파트 80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공교롭게 자정부터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나갈 때도 붙어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하고 나간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형제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혈기왕성하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자 20층에 내려두고 나중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배낭을 내려놓자 가뿐해진 형제는 웃고 떠들면서 다시 힘차게 계단을 올랐습니다.
40층에 이르자 힘에 부친 듯 두 사람은 헐떡거리며 서로를 원망했습니다.
"넌 왜 안내문도 못 봤어?"
"그러는 형은? 꼭 나만 봐야 해?"
두 사람은 서로를 탓하며 계단을 올랐습니다.
60층에 올라가자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었습니다.
묵묵히 계단을 올라 드디어 집 문 앞에 섰을 때,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소리쳤습니다.
"열쇠~~~!!"
20층에 두고 온 배낭 속에 열쇠를 넣어 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첫 계단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0대에 이를 즈음이면 사회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담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자신의 등에 멘 꿈과 열정의 배낭이 슬슬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잠시만 내려놓자...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다시 가져가면 되지...'
나이를 먹을수록 꿈과 열정의 배낭은 잊은 채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40대에 이르면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일은 더욱 힘겨워지면서 주위의 탓을 하고 불평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소중한 젊음의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60세에는 젊은 시절의 기세등등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을 원망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며 80세까지 걸어갑니다.
마지막 지점에 서 있노라면 문득 진한 슬픔이 밀려듭니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꿈과 열정, 희망을 20세 때 배낭 속에 두고 온 것이 이제야 생각납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인생은 일방통행이기 때문입니다.
-향기있는 좋은글
첫댓글 그렇네요, 교통도 인생도 역주행은 안되는거죠...후회없는 길을 만들지 않고 가야겠어요. 글 감사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너무 미련 두지 말고, 현재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겠지요.
눈은 미래에 마음은 현실에? 마음은 미래에 눈은 현실에? 고민하게 되네요. 덕분에 고속철도 여행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