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기말고사 대체 과제- 직관경험담 에세이>
직관적 사고 항시 대기, 세상에서 가장 긴 2주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김효원
오랜 사회생활을 경험한 끝에 진정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교직임을 깨닫고 교육대학원에 입학했기에 누구보다 학교현장실습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이왕이면 모교에서 학교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너무나 먼 출퇴근거리 때문에 대학원의 협력학교인 △△중학교에서 실습을 진행하게 되었다.
학교현장실습 오리엔테이션 참석 전, 반드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당연히 음성 결과가 나올 것이란 걸 예상했지만 혹시 모를 예상 밖의 결과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인 날도 있었다.
2021년 5월 14일, △△중학교 학교현장실습 오리엔테이션 장소에는 각각의 책상 위에 각 교과목의 교과서와 함께 앞으로 2주간 진행될 교육실습 일정표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신의 교과에 맞는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착석을 한 후, 학생이 아닌 교사로서의 학교생활의 설렘과 함께 한편으로는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두려움도 느껴졌다.
현재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으로 많은 학교에서 비대면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본 △△중학교는 전교생이 등교 중이었기에 방역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다. 교사와 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자가진단 APP(교육부)’으로 매일 아침 건강을 체크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교과 수업 및 학급 담임 업무 및 상담업무를 맡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생소한 내용을 지도해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육실습을 총괄하는 연구부에서 제출을 명시하는 과제의 종류와 나의 담당 지도교사의 요구가 상이하여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도 가지 않을뿐더러 다른 교생선생님들과 다르게 나에게만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혼란스럽고 답답한 일들이 많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 가지의 주제로 세안과 약안을 제출하면 된다는 커리큘럼과는 전혀 다르게 각각 다른 주제로 세안과 약안을 제출하고 PPT까지 총 4개를 각각 제출하라는 담당 지도교사의 지시
둘째, 일정상 교육실습 2주차 월요일 세안 및 약안 제출 이후부터 실제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데 목요일 퇴근 시, 갑작스럽게 내일부터 수업을 당장 진행하라는 담당 지도교사의 지시
셋째, 현장실습이 종료된 그 주 주말 개인적으로 연락하여 지금까지 수업에 사용한 자료를 모두 본인의 메일로 첨부해서 보내라는 담당 지도교사의 지시 (현장실습점수 평가는 그 다음주 실시 예정으로 마치 갑-을 관계처럼 상명하복 상황)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앞이 깜깜하고 막막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2주의 시간이 지나가긴 할까?’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처럼 직관의 힘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교생실습이라는 산은 넘어야 하고, 내게 평생 한 번뿐인 소중한 교생실습을 망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얻어갈 것은 얻어가고, 버릴 것은 버리고 가자’라는 생각으로 2주를 버텨냈다.
교사가 학생에게 수업을 잘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현장실습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전달해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교과는 무조건 몸으로만 하는 수업이 아닌 심동적, 인지적, 정의적 세 가지 학습 영역을 고루 갖춘 과목’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었고 매일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출퇴근 왕복 4시간, 평균 수면시간 3시간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쥴로 체력적으로 엄청난 한계에 부딪혔지만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더 좋은 자료와 수업 연구로 아이들과 즐거운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번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자료를 개선하려 애쓰고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 스스로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정말 이 일에 대해 진심을 다하고 즐기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즐거운 수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나의 노력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아이들이 밝게 웃으면서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때, 나의 피곤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조금 멀리 돌아왔을지라도 교육대학원에 입학하여 교사의 길을 결심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게 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교과 지도 이외에도 학급 담임 업무를 진행했는데 각기 다른 빛깔을 가진 아이들을 한 학급으로 아우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시수, 담임 업무, 서류 업무 등 분 단위로 쪼개어 진행되는 학교에서 이 많은 업무를 제시간에 다 해낼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 몇 명과 여러 차시에 걸쳐 상담을 진행하는 시간도 가졌다. 처음에는 낯설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말을 걸어주고 묻지 않는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발견하면서 아이들에게 충분한 이야기와 관심을 가진다면 혹시라도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이나 아이를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간의 학교현장실습이 매 순간 즐겁고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예정에 없던 1주차부터의 수업 진행하라는 담당 지도교사의 전달을 받고 매우 당황했다. 세안 및 약안도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45분 수업을 꽉 채워 진행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세안 및 약안을 토대로 학생들과 실제 수업을 일주일간 반복해서 진행함으로써 교육실습생에게는 학습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능력과 학습지도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는데 이미 학습된 영역을 반복해서 다시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학습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 교수자로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기 위해 직관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찰을 했고 남자중학교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게임적 요소를 활용하여 수업에 접목해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호응을 잘 이끌어 즐거운 학습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고 마지막 수업까지 웃으며 즐거운 수업을 만들 수 있었다.
2주라는 기간이 제한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그랬던 걸까? 세상에서 가장 긴 2주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중학생 남자아이들과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담임 지도교사와 함께한 교생실습기간이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기 때문에 매 순간 직관적인 사고가 필수적이었다. 그럴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직관적인 사고를 발휘하여 상황을 이끌어나갔고 난관을 헤치고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모여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많은 경험과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매 순간순간 직관적 사고가 필요했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2주간의 학교현장실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첫댓글 글만으로도 선생님의 고생이 여실히 느껴지네요! 2주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