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011년 9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진행된 원철스님 강의를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청취하고 있다. |
인문학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과 학자들이 참여해 ‘인문학 실험’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대안연구공동체의 파이데이아 대학원(학장 이정우)에 불교철학 강좌가 개설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대안연구공동체가 명법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을 강사로 초청해 파이데이아(PAIDEIA) 대학원에 ‘불교철학’ 강좌를 열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명법스님이 맡은 강좌는 초기 대승경전인 <유마경>이다. 반야공관(般若空觀)에 따른 대승보살도의 실천사상을 제시하고 있는 <유마경>은 동아시아 선종(禪宗)과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경전이다. 15주간 계속되는 이번 강좌는 8월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진행된다. 불교 경전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명법스님 |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유마경> 강의를 맡은 명법스님은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해인총림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스님을 은사로 득도하고 운문승가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운문승가대학 회주 명성스님에게 전강(傳講)을 받았다. <선종과 송대 사대부의 예술정신>, <미학의 역사>(공저), <한권으로 보는 세계불교사>(공저),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등을 저술했다. 현재 서울대와 홍익대 대학원,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와 미학을 강의하고 있다.
대안연구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락 전 문화일보기자는 이번 명법스님 강의에 대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조화시키되 빠른 속도로 전문성을 강화, 최소한 강원에서 스님을 상대로 하는 강의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 “법문식 강의가 아닌 강의자의 지적인 여정과 강의 내용을 조화시키는 수준 높은 강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안연구공동체가 불교 강좌를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9월 당시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원철스님을 비롯해 국제선센터 국제국장 광전스님, 금강선원 능안스님이 참여한 ‘불교시민강원’을 개설해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원철스님은 불교개론, 광전스님은 불교사, 능안스님은 초기불교경전을 강의했다.
개강 당시 40명에 가까운 수강생이 등록해 ‘불교학’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확인하면서 시민불교 공부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교신자뿐 아니라 기독교와 천주교 등 이웃종교인들도 다수 참여해 ‘열린 강좌’의 모범을 보였다. 하지만 3개월 뒤 원철스님이 불학연구소장을 사퇴하고, 광전스님은 전통불교문화원으로, 능안스님은 영국 연수를 떠나면서 강사진의 변동이 생겼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 |
세 스님의 뒤를 이어 법인스님(교육원 교육부장), 석중스님(교육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 남전스님(당시 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이 강의를 맡았다. 2012년 3월에는 총무원 문화부장을 지낸 효탄스님이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강의하면서 시민불교 공부의 실험을 계속했다.
지난 2011년 3월 출범한 대안연구공동체(Community for Alternative Studies)는 소장ㆍ중견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과 체험 및 참여를 통해 개인의 인성 도야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학생, 시민들과 학자들의 공동체이다.
김종락 전 문화일보 기자는 “철학과 외국어를 비롯한 각종 인문학 강좌 및 세미나와 집짓기, 목공, 재즈, 드로잉, 사진, 영화, 시 창작 등의 문화 예술 체험, 그리고 저널리즘 교육 및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누구에나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참여를 권유했다. 강의 신청 문의는 이메일( paideia21@gmail.com) 또는 전화(02-777-0616)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