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보태 줄 것 없어 마음만 숨 가쁘던 그대 언덕길 기름때 먼지 속에서도 봉숭아는 이쁘게만 피었더랬습니다 우리 너무 젊어 차라리 어리숙하던 시절 괜스레 발그레 귓불 붉히며 돌멩이나 툭툭 차보기도 하고 공장 앞 전봇대 뒤에 숨어서 땀에 전 작업복의 그대를 말없이 바라보기나 할 뿐 긴 긴 여름 해도 저물어 늦은 땟거리 사들고 허위허위 비탈길 올라가는 아줌마들을 지나 공사장 옆 건널목으로 이어지던 기다림 끝엔 언제나 그대가 있었습니다 먼 데 손수레 덜덜 구르는 소리 막 잔업 들어간 길갓집 미싱 소리 한나절 땀으로 얼룩진 소리들과 더불어 숨 가쁜 비탈길 올라가던 그대 넘어질 듯 넘어질 듯 허방을 짚는 손에 야트막한 지붕들은 덩달아 기우뚱거렸댔습니다 그대 이 언덕길 다 할 때까지 넘어지지 말기를 휘청거리지 말기를 마음은 저물도록 발길만 흩뜨리고 그대 사라진 언덕길 꼭대기에는 그제 막 보태진 세상의 불빛 한 점이 어둠 속에서 참 따뜻해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