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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人怪行
한 채의 거대한 대전(大殿)-
검붉은 안개가 흑색인 듯 핏빛인 듯 자욱이 허공을 덮고 있다.
음산하다 못해 암울하리만큼 사악한 분위기...
혈무(血霧) 속엔 한 쌍의 눈..
강렬한 혈광(血光)이 발하는 핏빛의 혈안(血眼)이다.
한순간 유부(幽府)의 마기(魔氣)를 내뿜듯 사악하게 그 혈안에서 섬뜩한 광채가 뿜어졌다.
"크크ㅋ...재앙(災殃)을 받으리라.
감히 암흑마천에 칼을 들이대다니...
앞으로 한 달 후...중원은 피(血)의 재앙을 받으리라."
음성마저 핏빛이다.
허공을 부유하던 혈무가 소스라치게 놀라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휘류류류류...
고오오오...
"혈옥(血玉), 금비(金飛), 요랑(妖浪)! 명을 받으라!"
순간,
스스스..
바람인가?
음성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핏빛의 혈안 앞엔 세 줄기의 흐릿한 몽영(朦影)이
부복의 자세로 번뜩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ㅋ.. 가라! 가서 탈혼부를 유린한 애송이의 숨통을 끊어 놓아라! 영원히 잠재워라!"
"천명(天命)!"
말이 떨어진 순간 세 줄기의 몽영을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유령처럼 사라진 것이다.
"본천(本天)에 대항하는 자는 모두 죽인다. 크하하하핫.."
악마(惡魔)의 광소성(狂笑聲)인가?
굉렬한 광소성에 대전 전체가 한 동안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오오...
피(血)의 서막(序幕)이 오르려 한다.
피(血)의 재앙(災殃)이...
* * *
"술...술을 가져오란 말이다!"
우당탕! 쿵탕!
노인은 오늘도 어김없이 고주망태로 취해 고래고래 악을 써대고 있었다.
주객(酒客)들은 노인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딱하다는 듯 한결같이 혀를 끌끌 찼다.
"쯔쯧...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천하의 황보노태야(皇甫老太爺)가 저렇게 될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하였겠는가?"
"쯧쯧.. 이젠 완전한 폐인(廢人)일세, 폐인..."
황보노태야라면 부(富)의 상진이라 지칭되던 대하전장(大河錢莊)의 장주(莊主)
황보천웅을 일컬음이 아닌가?
천하제일의 거부(巨富)이면서도
가장 값싼 음식인 소백면(小白麵)으로 끼니를 때우던 기인(奇人) 중의 기인,
헌데 이순간 주독(酒毒)에 찌든 얼굴로
두 손을 달달 떨며 술을 가져오라 악을 써대는 저 노인이 진정 황보노태야란 말인가?
그렇다.
그는 망했던 것이다.
망해도 졸딱 망해버린 것이었다.
"쯧쯧...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잘 먹고 잘 산다더니 망짱 헛소리로군."
"누가 아니래나.
저 사람을 누가 한때 천하상권(天下商權)을 한손아귀에 움켜쥐었던 사람이라 보아 주겠나."
"헌데 알 수 없단 말이야."
"구주대전장(九州大錢莊)이 아무리 막강한 재력(財力)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
천하제일전장(天下第一錢莊)이던 대하(大河)를
단 일 년만에 그토록 형편없이 몰락시킬 수 있었다니..."
"이 사람 아직 모르나? 황보노태야는 그저 탁월한 상술(商術)이 있을 뿐이었던 반면,
구주대전장은 그 상술 위에 거대한 세력까지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야."
"무어? 그럼 구주대전장 장주인 백안귀재(白眼鬼才) 여후량(呂侯亮)이
무림인 출신이란 말인가?"
"쉿...음성을 낮추게..."
사건이 전모는 이러했다.
대하전장과 구주대전장의 싸움,
단 일 년만에 끝난 상권(商權) 쟁탈전,
그것은 사실 싸움도 아니었다.
당시까지 천하상권의 팔할(八割)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대하,
그 대하의 일방적인 몰락이었다.
백안귀재 여후량의 상술과 귀계(鬼計)는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고금제일(古今第一)의 상술대가(商術大家)라 불리던
황보노태야조차 어찌 손 써볼 틈도 없을 정도였다.
황보가(皇甫家)의 수백 년 가업(家業)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 달만에 주루(酒樓), 객잔(客棧), 반점(半店) 등 요식업(料食業)이 무너지고..
이어 각종의 상점(商店)이..
계속해서 수천여 표국(標局)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보전장의 기둥인
대하전장(大河錢莊)이 마치 예정된 일인 양 차례로 무너졌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황보가는 그렇게 일 년만에 망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황보노태야가 묵고 있던 아흔 아홉 칸 황보제일가(皇甫第一家)마저
의문의 화재가 발생하니...
황보노태야,
그는 그 흔한 금가락지 하나 건지지 못하고 완전히 빈털터리로 몰락하고 만 것이었다.
그로부터 그는 나날을 술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도 어처구니 없었음이련가?
"술가져 오란..끄윽..말이다. 이놈들아...끄윽...너희들이 나를 무시해.. 끄윽.."
황보노태야는 고래고래 악을 쓰며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집어 던져댔다.
우당탕--콰당!
챙그랑!
그때였다.
내실(內室)의 문이 열리며
염소수염의 화복노인(華服老人) 하나가 모습을 나타냈다.
"전칠(田七)."
"예, 주인어른!"
건장한 체구의 점소이가 굽신거리며 화복노인 앞으로 달려갔다.
"저 폐물을 치워라. 이거야 어디 소란스러워서 손님이 들어오겠느냐?"
"헤헤..실은 소인도 막 그러려던 참이었습니다, 주인어른."
"다시는 못오게 아예 갈비뼈라도 서너 개 부러뜨려 보내거라."
"헤헷...여부가 있겠습니까. 주인어른!"
전칠은 소맷자락을 둥둥 걷어붙이고
손바닥에 칵 침을 뱉아 비비며 황보노태야를 향해 다가들었다.
그의 얼굴엔 조금 전 보였던 간사한 웃음 대신 싸늘한 살기가 떠올라 있었다.
"쯧쯧... 오늘 또 못볼 걸 보겠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몹슬 수모를 당하면서도 저러시니.. 쯧쯧.."
주객들의 안스러운 눈초리 속에 이미 점소이의 억센 손이
황보노태야의 멱살을 바싹 틀어쥐었다.
황보노태야의 몸이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어어..? 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네놈이 간덩이가 부었구나! 어서 내려놓지 못할까!"
그는 허공에서 바둥대며 악을 써댔다.
점소이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흐흐..왕년에 억만금을 지녔던들 무슨 소용이냐?"
점소이는 흉물스럽게 웃으며 황보노태야의 멱살을 꼰아 든 채 문가로 끌고갔다.
그때다.
철썩!
황보노태야가 느닷없이 점소이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순간 점소이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런 얼어죽일 늙은이! 곱게 밖으로 내던지려 했거늘...어디 혼 좀 나봐라!"
휙-!
꽈당땅!
"아이고! 나 죽는다! 이놈이 백주(白晝)에 사람친다!"
황보노태야는 볼상 사납게 바닥에 나뒹굴며 악을 바락바락 써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점소이의 거친 발길질 세례 뿐이었다.
퍼퍽!
"아이고!"
퍽!
"아이고! 나 죽는다! 사람 살려!"
퍼퍼퍽!
점소이는 마치 공을 굴리듯 황보노태야에게 발길질을 가하며 문을 향해 몰고 갔다
. 이윽고 문밖까지 나온 그는 황보노태야의 옆구리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발을 높이 쳐들었다.
"꺼져라, 늙은이!"
휘익!
헌데 다음 순간 비명은 엉뚱하게도 점소이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으아아아! 내 발! 내 발!"
보라!
점소이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두 손으로 감싸 쥔 오른쪽 발,
어찌된 영문인지 그 오른쪽 발목에서 시뻘건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주객들은 이 뜻밖의 상황에 일제히 눈을 휘둥그래 떴다.
바로 그때다.
"호호호..이 점소이 성격도 참 이상하네. 왜 지나가는 사람의 칼을 맨발로 걷어 차지?"
"글쎄말이오."
짤랑이는 여인의 교성과 낭랑한 사내의 음성이 문쪽에서 잇따라 들려왔다.
두 사람,
흑(黑)과 백(白)의 완연한 대조를 이루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천하절색(天下絶色)의 흑의미소녀(黑衣美少女)이고,
또 한 사람은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먹금고 있는 백의미소년(白衣美少年)인데..
정녕 천하에 다시없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남녀(男女)였다.
그들은 바로 오송학과 주육광승의 여제자인 단목청이었다.
단목청은 새파랗게 날이 선 두 자 반 길이의 장검의 날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 검날엔 이상이 없군.
하지만 그 무지막지한 뼈다귀로 내 연약한 검을 걷어 차다니..
저 놈을 그냥 놔둘수는 없지."
"참으시오."
오송학은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단목청은 그를 향해 눈을 곱게 흘겼다.
"흥, 당신을 인정이 없군요. 노인네가 이렇게 다쳤는데..."
그녀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황보노태야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머..이 할아버지 순 엄살장이잖아? 뼈마디 하나 안부러졌는데...
그만 일어나세요. 할아버지.."
"아이고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 그러긴...
이렇게 아픈 척이라도 해야 몇푼이라도 울궈낼 게 아니냐?"
"뭐예요?"
"이 계집애야, 노부가 왜 매를 공짜로 맞겠느냐? 매값이 얼마나 비싼데.."
단목청의 고운 아미가 상큼 치켜 올라갔다.
"흥, 이 노인네가 알고보니 정말 큰일날 늙은이로군."
"큰일 날 사람은 노부가 아니고 바로 너다."
"네가 노부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저 점소이 놈의 발목을 요절냈으니...
저 놈은 이제 네게 돈을 요구할 거다."
'내 참...기막혀서..!'
단목청은 그만 할말을 잊고 말았다.
그녀는 더 이상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벌떡 몸을 일으켰다.
황보노태야는 다시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옆구리야!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아이고!"
그 모습을 보며 주루의 주인인 화복노인은 우거지상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봉변당한 점소이를 안아들고 내실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상황에선 아예 모른척 상대하지 않은게 최고인 것이다.
하지만 황보노태야가 순순히 물러설리 없었다.
"이 나쁜 놈아! 얼렁뚱땅 넘어갈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내가 이곳에서 지랄발광을 하면 손님들이 올것 같으냐! 아이고! 허리야!"
오송학은 쓴웃음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노태야, 날 알아보시겠소?"
"이놈아, 나는 지금 바쁘니 나중에 이야기 하자! 아이고! 다리도 부러졌구나!'
"이걸 보면 아마 부러진 다리가 절로 붙을 것이오."
오소학은 문득 품속에서 하나의 조그만 봉투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대하전장은 문을 닫았더군요. 노인장을 찾느라 꽤나 힘이 들었소."
황보노태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송학과 봉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오송학은 빙긋 웃었다.
"약속한대로 은자 육십 냥과 그에 대한 삼십 오 개월의 이자를 합쳐 팔십 오 냥이오."
황보노태야의 두 눈에 미미한 떨림이 일었다.
허나 그것은 극히 짧은 순간이었을 뿐,
그는 황급히 봉투를 받아 풀고는 그 속의 은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은자를 모두 세고 나자, 그는 부릅뜬 눈으로 오송학을 노려보았다.
"틀려!"
"은자 팔십 오 냥이 아니란 말씀이오?"
"이십 냥을 더 내야 하네."
"어째서 그렇소?"
"허..자네는 방금 은자 백 이십 냥 가치의 사람을 보았지 않은가?"
"삼십 오 개월 전의 노부는 은자 백 냥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나
지금은 충분히 은자 백 이십 냥의 가치를 지니고 있네."
이게 무슨 황당한 억지인가?
알거지가 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이십 냥 더 높여 놓고 높인 만큼 더 내놓으라니..
그러나 오송학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료. 허나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이십 냥은 나중에 갚겠소."
"허헛.. 역시 자넨 말귀가 잘 통하는군. 돈을 갚으려면 아무때고 무취촌(無取村)으로 찾아오게."
황보노태야는 말을 마치자 은자가 든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휘적휘적 문밖으로 사라졌다.
무취촌이라면 이곳 형양성(衡陽城)에 자리한 빈민촌(貧民村)을 일컬음이다.
얼마후,
오송학은 단목청과 간단한 식사를 시켜 먹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그런데...
오송학과 단목청이 물러간 주루의 어둠침침한 구석 자리,
한명의 혈포인(血袍人)이 은덩이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헌데 손(手),
붉은 혈갑(血甲)을 끼었는가?
그의 손은 온통 핏빛이다.
허나 자세히 살피자면 손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핏빛이었다.
뚜벅! 뚜벅!
혈포인은 탁자와 탁자 사이를 일정한 보폭으로 걸어 천천히 문을 나섰다.
주루 안의 주객들이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떤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으..자네 보았나?"
"저 자가 언제 주루로 들어온거야?"
"젠장, 오늘밤엔 아무래도 악몽을 꿀것 같으이!"
혈포인,
그는 밖으로 나서자 오송학이 사라져 간 방향을 잠시 묵묵히바라보았다.
"저 어린 애송이가 나 혈옥(血玉)의 목표란 말인가.."
그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암흑마천의 이름으로.
.너는 늦어도 닷새 안에 내 칼에 사라진다."
오래지 않아 그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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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감상~~~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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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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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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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하고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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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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