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시의 성모(42세)는 고중 2학년에 다니고 있는 딸에게 3000원짜리 롱패딩 점퍼를 사줬다. 반급 친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롱패딩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딸이 며칠전부터 졸랐기 때문이다.
딸의 손에 이끌려 한 유명 스포츠의류 매장을 찾은 성모는 롱패딩 점퍼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겨울에 1천여원짜리 유명 아웃도어 패딩을 졸라서 사줬더니 올해에는 롱패딩이 류행한다며 기어코 사달라고 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유명 브랜드 롱패딩 점퍼는 가격이 일반 것보다 두세배 더 비쌌다.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일반 패딩 점퍼를 사주려고 했지만 딸이 ‘학교의 친한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다’며 고집해 어쩔 수 없이 사줬다”고 털어놓았다. 성모는 딸애의 버릇을 잘못 들인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였다.
겨울 패딩 점퍼는 보통 가격이 1~2000원에서 유명 브랜드는 심지어 5~6000원이 넘어간다. 이런 고가에도 불구하고 초, 고중학생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청소년들이 친구들사이에서 서로 가격을 비교하면서 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따라서 학부모들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에 학부모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롱패딩 열풍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청소년들 사이에서 각종 아웃도어 브랜드처럼 유명 브랜드 제품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먼저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패딩 점퍼, 명품 브랜드 화장품, 수입 책가방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년간 브랜드 로고가 확연히 박혀있는 책가방, 티셔츠, 신발 등 다양한 유명 브랜드로 온몸을 ‘치장’한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발의 경우 일부 사이즈는 품절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최근 특히 의류업체에서는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업체들의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도 문제지만 청소년과 학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26일, 연길시유빈심리상담센터 유빈 원장은 청소년들은 정말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라는 심리에 휘둘리는 현상이 존재한다며 “많은 청소년들이 자기에게 정말 가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의 정신적성장에 초점을 맞춰 외부적인 것보다 내면의 사치를 추구하도록 인도하고 소비행위에 대해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연길시의 학부모 김모(36세)는 몇달 전 소학교와 초중에 입학하는 아들과 딸의 학용품과 의류를 구입하는데 5000원을 소비했다. 특히 자녀들이 값비싼 학용품이나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해 과시형 소비습관을 불러온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위 ‘아이 기 살리기'를 위해 출혈을 감내했다.
김모는 “경제조건이 따라주니 단순히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은연중에 부모들 간에도 경쟁심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반급 친구가 무엇을 했으니 우리도 해야 하고 이것을 하면 반급에서 우리 아이가 더 나아보이니 어떻게서든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내비쳤다.“인성만 사회화되는 것이 아니라 물질주의적 가치관이나 과시형 소비습관도 함께 아이에게 학습된다.”면서 유빈 원장은 “부모들의 육아 과소비가 아이들을 소비에 탐닉하도록 만드는 첫번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한자녀 가정이 늘면서 아이를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욕망과 부모들 간의 경쟁심리로 인한 과시적 소비가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염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유빈 원장은 가장 바람직한 교육은 부모가 직접 옳바른 소비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말이나 행동을 배우듯 소비방법도 똑같이 따라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고가의 제품을 사주는 것보다 아이의 취향을 맞춘 현명한 구매방법이 필요하다.청소년들의 소비 중에는 부모를 비롯한 타인에 의존하는 것들이 많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벗어난 소비를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실제로 현대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옷이나 휴대폰, 악세사리 등을 살펴보면 어른들의 것과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최첨단, 최고급 제품들이 많다.
개인의 취향, 개성과는 별개로 과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의 신분으로 부모로부터 타낸 돈으로 그와 같은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유빈 원장은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소비행동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적합한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이들을 옳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을 조언했다.
김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