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GENESIS)'란 한국어로 '기원, 창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제네시스'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새로운 시작을 공표했다. 제네시스를 현대차의 첫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한 것이다. 경제는 어렵다 해도 사람들의 '고급스러움'에 대한 열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1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중차 시장의 증가율(연평균 6.0%)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도요타 판매는 전년보다 2.4% 증가했지만 도요타그룹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 판매는 9.0%나 늘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도 고급 브랜드(아우디·포르쉐·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의 판매 증가율이 대중 브랜드(폭스바겐·스코다·세아트)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신차로 초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EQ900'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으며 해외에서 가장 큰 공략 대상으로 미국을 선택했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팀은 이 같은 현대차의 새로운 고급차 브랜드 마케팅 전략과 새로운 시장 공략에 대해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후 첫 번째 모델이면서 최상위 모델로서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 왜 '제네시스'인가?…1, 2세대의 성공 신화
현대차는 왜 글로벌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이미 차종명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네시스'를 선택했을까? 현대차로서 제네시스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04년 1세대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 개발 착수 시점부터 2008년 출범을 목표로 준비가 진행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고급차 시장 위축과 완벽함을 기하기 위한 내부 필요 등으로 인해 론칭이 연기됐다.
그렇게 2008년 단일 차종으로 출시된 1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 최초 별도 전담 개발팀을 구성하고 독자 개발 후륜구동 방식 최초 적용 등을 통해 고품질의 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거듭나며 이미 그 당시 고급차로서의 자격 요건을 갖췄다. 특히 2009년 1월에는 일본 업체를 모두 제치고 아시아 대형차 최초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10년 당시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고급차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고, 경제 위기로 부유층마저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고급차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호평했다.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가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3년 2세대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새로운 차량 개발 철학인 '기본기 혁신'이 처음 적용된 신차로서 최상의 주행성능, 안전성 확보로 이전 모델보다 진일보한 상품성을 선보였다.
제네시스는 판매에 있어서도 미국 동급 시장(중급 럭셔리 세단)에서 올해 10월까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를 달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도 고급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2세대 제네시스를 통해서는 유수의 고급 브랜드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제네시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 왜 'EQ900'인가?…브랜드의 선봉장으로
처음 선보이는 신차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EQ900'이다. EQ900는 현대차가 그간 축적해온 기술력을 모두 집약시켜 디자인에서부터 주행성능, 안전성, 정숙성에 이르는 전 부문에서 혁신을 이뤄낸 결과물이다. EQ900는 럭셔리 세단 고유의 완벽한 비례에 웅장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배기량은 낮추면서도 동력성능을 극대화한 '람다 3.3 터보 GDi 엔진'을 적용해 '오너 드리븐카'로서의 운전 재미도 더했다. 이 밖에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섀시 통합제어 기능을 추가한 'HVCS(Hyundai Variable Control Suspension)' △자율주행 시스템의 초기 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신체 조건별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자동 설정해주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등 첨단 기술력을 모두 녹여냈다.
EQ900는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고객들은 제네시스 엠블럼을 달고 새롭게 출시될 EQ900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제네시스 EQ900의 성공을 예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성공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쳤으며 이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EQ900(미국명 'G90')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첫 국가로 미국을 선택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신차가 미국을 해외 시장 공략의 첫 기점으로 삼은 것이다. 아울러 현 2세대 제네시스의 연식 변경 모델도 올해 중 G80(지 에이티)란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은 고급차 판매에 있어서 부동의 1위 국가다. 지난해에도 미국에서만 총 200만대의 고급차가 판매돼 중국(180만대)을 제치고 최대 시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 최고급차 뒤에 최고의 팀워크
고급차상품기획팀·제네시스전략팀…전담조직 신설하고 글로벌 인재 영입
제네시스가 글로벌 고급차 시장 브랜드에 부응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바로 별도 전담 조직 체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최근 글로벌 브랜딩과 마케팅 전담 조직인 '제네시스전략팀', 상품성 강화를 담당할 '고급차상품기획팀'을 신설했다. 지난해 11월 브랜드 론칭 시점에 맞춰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을 전담하는 '프레스티지디자인실'을 구성한 데 이어 제네시스 브랜드 전담 조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전략팀은 기술을 넘어선 '인간 중심의 진보'를 지향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한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고급차 시장을 대상으로 이를 지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담당 임원은 람보르기니에서 브랜드를 총괄했던 만프레트 피츠제럴드 신임 전무가 맡았다. 피츠제럴드 전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브랜드 운영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사업 모델을 구체화해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원(one) 아이덴티티와 원(one) 보이스를 구현하기 위한 일관된 브랜딩과 마케팅 체계 마련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품기획팀은 2020년까지 6종의 라인업으로 구성될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됐다.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등으로 대표되는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한 상품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에 특화한 상품 개발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사용자 중심의 미래 지향적 혁신 기술 등을 차량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연구 조직과 관련해 기술 혁신성, 주행 성능, 고급감을 충실히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설계, 평가 등 각 부문에 전담 개발 조직과 총괄 PM, 관리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고 핵심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울산 5공장은 남양연구소 등과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생산·품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세기 만에 복수의 브랜드 체계를 구축한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 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 창출을 전제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전담 조직과 별도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글로벌 인재 영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피츠제럴드 신임 전무를 비롯해 앞서 벤틀리 등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전무를 영입한 바 있다.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은 고성능차 개발 총괄 책임자로서 제네시스, 현대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 주행 성능 개발, 차량 시험 등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