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구사마 작품 등 블루칩 위주…
4060 고객 중심 300만원 정도 투자”
2024. 6. 29. 02:02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의 창립자 김재욱 대표가 지난 25일 자사의 서울 강남 수장고에서 중앙SUNDAY와 만났다. 최영재 기자
“우스갯소리로 ‘한국 미술시장은 10년 주기로 한 번 잘 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10년 동안 침체기라는 것이거든요. 그만큼 뒤에서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미술 금융 시장이 없다는 것이죠. 외국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작품을 샀을 때 작품을 담보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으면 사람들은 좀 더 쉽게 작품을 사게 되겠죠. 작품을 사면 (그만큼 현금이 없어진 상태로) 모셔 두기만 해야한다면 누가 그렇게 쉽게 그림을 살 수 있겠어요. 한국은 미술품 담보 대출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대신 조각 투자가 뜨게 된 것입니다. 미술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는 것이 저희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1호 미술품 조각 투자 회사인 열매컴퍼니의 김재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는 2018년 국내 최초로 미술품 공동구매를 진행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역시 국내 최초로 미술품에 대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열매컴퍼니 수장고에서 그를 만났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한동안 KPMG 삼정회계법인에서 일했다. 대체투자 자문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미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릴 때 예술가를 꿈꿨던 때문도 있었다. 회계법인 퇴사 후 사모펀드에 일하면서 아트펀드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만들지 못했다. “두 가지 이유였어요. 미술품 가격을 산정하기 어려웠고 또 펀드 매니저들이 미술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결국 미술계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간송미술관 입사를 감행했다. 그전 연봉의 5분의 1을 받으며 3년 반 정도 미술과 미술계에 대해 공부한 후 2016년에 지금의 열매컴퍼니를 창업하게 됐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 열매컴퍼니는 그림 지분 투자에 언제나 함께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A : “그렇다. 저희가 지금까지 170여 점의 작품을 공동구매를 하거나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받았는데, 그중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모든 작품에 대해서 저희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투자에 참여했다.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술품으로 돈 벌어본 사람이 누가 있어, 이거 사기 아니냐’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가장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저희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해서 가장 많은 책임을 졌다. 덕분에 수익도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어서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이것이 마케팅 효과가 있어서 별도의 마케팅이 거의 없는데도 많은 분들이 저희 플랫폼에서 재구매를 하신다.”
최근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된 이우환의 작품. [사진 열매 컴퍼니]
Q : 수익률과 재구매율이 어떻게 되는가?
A : “평균 수익률은 25% 정도이다. 또한 공동구매의 경우에는 재구매율이 거의 65% 이상 되었다. 투자계약증권으로 전환하면서 만기가 길어지고(3년)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청약 경쟁률에 따라 달라지니까 재구매율이 떨어지기는 했다.”
Q : 플랫폼 사용자는 주로 MZ컬렉터인가?
A : “저희는 플랫폼을 웹과 앱으로 모두 운영하고 있는데 웹 사용자가 좀더 많다. 다른 조각 투자 회사들은 MZ세대가 많은 것에 비해 우리는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한다. 투자 금액 비중으로는 40대~60대가 월등히 높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들이 주로 인당 구매액이 한 20만~30만 원 정도라고 하면 저희는 인당 구매액이 한 200만~300만원 정도로 10배에 달하는 구매력을 지닌다.”
Q : 지금은 가격 측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A : “저희가 미술품의 가격을 산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세계에 있는 경매사의 과거 20여 년 거래 데이터를 수집해서 데이터 클렌징을 한 다음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프로그래밍했다. 미술 시장 전체와 개별 작가에 대한 정보를 세분화해서 볼 수 있고, 개별 작품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추정가 범위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입하려는 작품의 제안 가격이 그 범위 상한선보다 높으면 매입 의사 결정에서 배제한다.”
Q : 잘 팔리는 소위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만 거래하며 예술을 금융상품화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그런 비난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저희는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의 프라이머리 마켓이 아닌) 세컨더리 마켓이고 투자 가치가 확실한 자산들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저희의 역할로도 미술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소위 블루칩인 이우환과 윤형근 화백조차 우리나라 국민 중에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가 안 된다. 일단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김환기·윤형근 이우환 이런 예술가들의 작품이 정말로 자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미술 시장에 대한, 나아가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프라이머리 마켓에도 눈이 열리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미술을 공부하면서 개인 컬렉팅도 해왔다고 들었다.
A : “총 300여 점 정도 있는데, 그중 200여 점이 신진 작가 작품이다. 아트페어를 많이 다니면서 신진 작가들 작품을 보고 괜찮으면 산다. 80~100여 점은 유명 작가 작품인데 윤형근·박서보·이우환 화백의 원화가 있고, 또 판화를 많이 가지고 있다. 김환기 화백의 뉴욕 시대 전면점화를 너무나 갖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너무 비싸다. (웃음)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꼭 제 소장품으로 사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저희 회사가 유명 작가의 세컨더리 마켓으로서 수익을 내면, 그 일부는 신진 작가에게 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신진 작가 공모전을 해서 상금을 드리고 무료로 전시를 열어드리는 것 같은 일을 한다. 지난해에는 저희가 KBS 신진 작가 경연 프로그램 ‘노머니 노아트’ 제작비를 후원하기도 했다.”
■ 소유권 쪼갠 토큰증권, 같은 액수 지분 유통 가능…NFT는 대체 불가, 거품 꺼지는 중
「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유동성이 없으면 미술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하며 미술품 조각 투자의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이용한 토큰증권의 입법화를 촉구했다. 그렇다면 토큰증권과 몇 년 전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킨 NFT는 어떻게 다른가. 다음은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토큰증권이라고 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기초자산이 있어야 한다. 기초자산이 붙어있고 그 자산을 기반으로 해서 소유권을 분할해 놓은 증권이 토큰 증권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투자계약증권과 비슷한 것인데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하면 투자계약증권은 유통이 불가능하고, 토큰 증권은 유통을 전제로 해놓고 발행을 하는 것이다. NFT와 다른 점은 NFT는 말 그대로 non-fungible token, 즉 대체 불가 토큰인 것이다. 예를 들면, 에디션이 50점인 이우환 화백 판화가 있다고 하면 1번 에디션과 2번 에디션은 서로 대체 불가다. 그럴 때 각 판화당 NFT를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이우환 그림을 기초 자산으로 한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같은 액수의 지분 토큰증권은 서로 대체 가능하다.
몇 년 전 NFT는 거품이 너무 심했고 사기도 정말 많았다. NFT 거품이 극에 달했을 때 제가 강의를 하면서 이런 자료를 보여드렸다. 거래량과 거래액으로 전세계 톱텐 작가들의 작품 원본이 경매에서 판매될 때의 가격과 그들 작품을 디지털화해서 NFT로 판매한 가격을 보여드렸다. 심한 경우에 NFT가 천 배 비쌌다. NFT화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이게 말이 되는가? 똑같은 작가의 똑같은 미술작품이 하나는 10억원에 거래되고 하나는 1000만원에 거래된다면 어느 쪽으로 가격이 움직이겠는가? 당연히 1000만원 쪽으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NFT 거품은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NFT 자체가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디지털 작품을 거래하기에는 좋은 수단이다. 또한 (아날로그 작품의 경우에도) 작가를 전세계로 홍보하고 굳이 작품을 물리적으로 이동시키지 않아도 판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데 그 좋은 점이 부각되려면 먼저 거품이 꺼져야 되는 것이다. 이제 다 꺼진 것 같기는 하다.”
」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ㅁ
열매컴퍼니는 왜 ‘수익률 600%’를 바라지 않을까(feat. 미술품 조각투자) / 이슈체크
2023. 12. 19. #열매컴퍼니 #조각투자
구성 및 출연 : 기업경제센터 이일호 기자
ㅁ
첫댓글 https://v.daum.net/v/20240629020226262
명화 ‘조각 투자’, 공동구매에서 신종 증권으로…‘화테크’도 진화한다
2024. 6. 29. 00:01
https://v.daum.net/v/20240629000135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