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아침, 느닷없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농촌 7월의 논두렁이
생각나고 그리움이 찾아 왔으나, 천리길인 고향은 갈 수는 없어 집에서 그리 멀잖은
광주의 퇴촌마을의 어느 농촌 길을 찾아, 몇 시간 추억을 달래는 마음의 길을 달렸다.
지금 7월의 농촌언어는 세상의 온갖 형형색갈이 한 색깔로 어울러진 초록빛 대화이다.
온 세상의 그 짙푸른 세상살이 속에서도 소박한 뒤꼍에 올망졸망 피어난
이름 모를 노랗고 하얀 풀꽃들마저 은연이 초여름의 자기목소리를 내고 있다.
7월의 농촌세상은 이렇듯 큰 것은 큰 대로, 작은 것은 작은 대로, 깨끗한 것은 깨끗한 대로,
더러운 것은 더러운 대로 자기만의 멋으로 7월의 시간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
서둘러 벼가 크게 자란 논두렁 길을 걸어 보았다.
그런데 논둑 길 가기 전, 또 다른 작고 진지한 삶이 목격된다.
아주 작은 벌과 쐐기인지 서로 노란 꽃봉오리를 차지하려고 서로 아우성이다.
농촌은 자신이 가장 부지런을 떠는 것 같지만 언제나 항상 자기보다 먼저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농촌은 활기 있게 돌아가도 그게 농촌의 힘이다.
작은 미물인 벌과 쐐기에게서도 삶의 부지런함과 진지함을 게으른 인간에게
일깨워주는 곳이 바로 자연 속의 농촌이다.
저 건너 논에는 한참 키가 자란 벼가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고 있다.
일사량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지나면서 제법 굵기도 굵어졌고
논바닥에 뿌리내린 힘도 만만치 않다.
그 벼를 대견함으로 바라보면서 거센 장마, 거대한 태풍 같은 세상풍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몫을 다하며 살아가기를 간절하게 기원해 본다.
그런 마음으로 논두렁을 지나면서 괜스레 쓸데없이 같이 자란 피를 뽑아 버렸다.
논두렁을 지나 옆 마을로 들어서니, 돌담 사이로 올망졸망 여문 살구나무가
벌써부터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며 그 옆 뽕나무는 어느새 길게 그늘을 만들어
농부들에게 점심시간을 알리면서 평상에 짙은 그늘까지 쳐 놓았다.
오디가 빨갛게 열린 큰 뽕나무 아래서 바라본 하늘에서는 구름이 서둘러 흘러가며
서둘러 흘러가는 그 구름을 보니 느긋하던 마음이 그새 바빠진다.
어디론가 바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게으른 인생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하는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이다.
논두렁에서 바라본 7월은 참 바쁘다. 농사꾼도, 자연도 바쁘고 주변의 모든 것이 바쁘다.
좀 더 성숙한 8월에게 전달할 자기역할을 다하기 위해 열심이다.
몇 개월 후 추수기를 생각하면서 풍년이 들기를 위해 농촌의 7월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십 년 농촌을 떠나 살았던 내가 괜히 돕는다고 방해될지 모르겠지만,
스쳐가는 바람과 저 논의 벼는 나의 이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첫댓글 고향이 천릿길이라면 어디를 말하는지요. 광주의 퇴촌이라면 통일이 되어야 갈수 있는 고향은 아니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릴쩍은 경북 영덕, 고등은 대구, 대학이후 지금까지 수십년은 서울.
말하자면 타향살이 일생입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좋은글 입니다
고향을 그리워 하시며 올리신 글에
공감과 찬사를 드립니다
하실수 있는 일 하시옵소서
농사짓는 분들에게
방해되지 않습니다.
님의 마음이 그러하실진대
설령 나락나무를 피나무라고 뽑는들
나무라겠습니까-
새참에 막걸리 한잔도 하시고
나름대로 보람도 되실터이니 실행 하시옵소서!
고향!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려 옵니다^^
옛 고향이 그리워
긁적거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