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처음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을 때는 룰도 잘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은 실력들이 대단하다. 도를 닦는 것도 그와 같아서 어제 오늘, 하루 상간은 표시가 나지 않지만 보름, 한 달의 기간을 보면 차이가 난다. 그 누가 뭐라 하더라도 잘 견뎌야 한다, 설령 주위에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은 그저 객으로 지나칠 뿐이다. 인생은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3년 후, 은사인 내가 무문관에서 나올 때까지 열심히 정진들 하길 바란다.”(문 닫기 7일전)
“밖에서 수발하는 모든 이에게 고맙다. 자리가 잡히는지 따분해 진다. 화두 드는 사이 외로움이 찾아든다. 밤이 되자 더욱 갑갑함을 느끼며 갇힌 맹수처럼 포행마당을 수도 없이 돌았다.”(3일차)
“차복이 터졌다. 차는 겉모양으로 진가를 알 수 없다. 직접 마셔보아야 한다. 마음 닦는 참선도 그렇다. 직접해봐야 그 묘한 도리를 터득할 수 있다.”(50일차)
“수행을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게 감사의 예를 올립니다. 무일귀대도(無一歸大道), 하나도 남김없이 중생계에 멋지게 회향하는 날을 기다립니다.”(100일차)
우학 스님이 천일(3년) 무문관 청정수행결사를 시작한 것은 2013년 음력 4월 15일. 2016년 음력 1월 15일 회행한다. 우학 스님이 무문관 첫 백일 동안의 수행일기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책으로 나왔다. 무문관(無門關)은 ‘문이 없는 집’이란 뜻으로 폐관(閉關)과 통하는 말이다. 그래서 무문관 수행을 폐관수행이라고도 한다.
무문관 수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우학 스님은 ‘수문견성(守門見性), 문을 지키면 성품을 본다’이라고 말한다.
우학 스님은 “복잡하고 혼탁한 세상살이에서 자기 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스님뿐아니라 재가신도들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우학 스님은 “무문관은 공덕의 창고, 공덕장(功德藏)이다.”며 “무문관 수행의 공덕은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공덕, 음해도 없고 진투도 없는 공덕, 배부르지 않고 살찌지 않는 공덕, 명예도 떠나 있고 오욕락도 떠나 있는 공덕, 시간에 쫓길 이유도 공간을 의식할 이유가 없는 공덕,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공덕이 있다.”고 했다.
우학 스님은 “단군신화에 사람이 되려고 하는 곰과 범위, 폐쇄된 공간에 아주 적은 양식을 가지고 들어가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것 또한 무문관 정진을 의미한다. 철저히 혼자가 됨을 써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내공(內空)이 갖춰진다.”고 했다.
“나는 어릴 때 시골집에서 아무리 집적대도 알을 품고 부화시키는 닭의 인내심을 보고 자랐다. 그런 의미에서 닭털로 된 붓, 계호필로 글씨를 썼다. ‘천일청정결사, 불퇴전, nonretrogression’ 그리고 선방 벽에 붙였다.(무문관 첫 날)”
무문관 첫날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3년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수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터다. 우학 스님은 첫 날 ‘불퇴전(不退轉)’이라는 글귀로 각오를 다졌다.
“무문관 뜰에는 하루 종일 보아도 다 보지 못할 그 무엇들이 있다. 아름다움을 찾는 안목, 심미안은 누구든 다 갖추고 있다.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본래로 아름다운 세상에 ‘둔함’의 막이 하나 쳐져 있을 뿐이다. 요동치는 마음, 헐떡거리는 생각만 없어지면 아름다운 것들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수행의 참된 묘미가 여기에 있다. ‘생각을 그치고 가만히 들여다 봄’.”(83일차)
‘천일 청정결사 무문관 첫 백일일기’는 소박한 무문관의 이상에서 폐쇄된 공간에도 살아있는 생명들이 뿌리내리는 모습을 수행자의 눈으로 살피고, 무료할 것 같은 무문관의 치열함을 전한다.
무문관은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지만, 밥과 물을 들여보내는 작은 구멍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대관음사 유치원 아이들의 편지에서 치열한 수행 속에서 드러나는 애정도 읽힌다.
“유치원 아이들의 위문편지가 왔다. 내용들은 대부분 ‘건강하고, 오래살고, 공부 잘해라’는 애늙은이 같은 말이다. 물론 ‘사랑하고 보고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의 그림 곁들인 편지를 보면서 ‘참 좋은 인연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67일차)
무문관에도 생명이 넘친다. “온 천지에 자기 기운을 퍼붓는 태양의 생명력이 또한 대단하고 경이롭다. 나 또한 버거운 물뿌리개를 들고 살아서 할 수 있는 작은 텃밭에 쫙쫙 뿌린다. 아침을 이고 지고, 세상이 약동하는 몸짓으로 가득 차 있다.”
천일(3년) 청정결사 무문관 첫 백일일기/글과사진 우학 스님/도서출판 좋은인연/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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