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법은 존재 자체로 골칫거리다. 주정부, 연방정부, 시정부 모두 법 규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2013년 21세의 팀 황은 제각기 다른 법 정보를 하나의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피스컬노트(Fiscalnote)를 창업했다.한 달에 정액을 지불하면 50개 주의 법과 연방법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 아이디어에 로비스트, 변호사, 제약회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열광했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200억원에 달하고, 2014년엔 CNN이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3세의 젊은 CEO는 사업의 성공 비결로 유능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실시간 법률 분석 서비스를 생각 했는가.
▷내 성장 배경은 언제나 법, 정치, 기술이 겹치는 영역에 있었다. 나는 16세였던 2008년에 버락 오바마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7세 때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는데, 내 분석을 정치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기회였다. 계속 그런 식의 접합에 대해 생각하면서 진학한 프린스턴대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나는 법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바뀌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다. 미국에는 50개가 넘는 주 정부가 있으며, 연방정부가 있고, 3000개의 시 정부가 있다. 변호사들이 그 많은 정부에서 통과시키는 법률들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다. 수백 년 동안 법이 운용돼 온 방식은 매우 구식이고, 그것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이었다. 이런 법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경영학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해 본 적이 있나.
▷오바마 선거캠프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조직을 운영해 본 것이 경영학에 대한 공부 그 자체였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상당히 큰 규모의 국가 조직을 운영해 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 최고경영자로서 경영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 중 상당수는 피스컬노트 서비스를 하루 종일 끄지 않는다고 하던데.
▷변호사들은 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뢰인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실제 법정에서 정확한 법률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실시간 법률 정보를 보유하는 것이 매우 강한 권한을 갖는 셈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법률에 대해 보고하고, 공유하고, 분석한다. 변호사들이 출근해서 피스컬노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의뢰인들에게 법이 어떤 식으로 변하고 있는지 바로 알려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인 것이다. 그들은 자기가 처리하는 케이스에 대한 참조 항목을 찾기 위해 더 이상 자기 발로 뛰어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한국 스타트업인 '우리동네후보'를 인수했다. 선거 출마 정치인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우리동네후보와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피스컬노트 사이에 시너지 효과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피스컬노트는 입법가들과 정치인들을 분석하는 것으로 법령 정보의 변화를 제공한다. 우리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것이 입법가들과 정치인들의 사회적 관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서비스는 더 많은 콘텐츠와 접속하며 정교해지므로, 정치인들 정보를 제공하는 우리동네후보와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중국, 남미의 모든 곳에서 정치인들과 입법가들의 결정은 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동네후보 인수로 한국에서 시작한 사업 모델이 성공하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에 계속해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수·합병(M&A)을 혁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기업이 M&A를 혁신의 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상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코어컴피턴시(Core- competency·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혁신 기술)에 대한 것이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코어컨피던시를 스스로 더 확장시켜 나가든지, 아니면 우리가 확장하길 원하는 방향의 코어컨피던시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인수해 혁신할 수 있다.
―M&A 후보군을 볼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술이 얼마나 강한지, 제품과 마케팅이 얼마나 뛰어난지, 디자인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중학교 때 전국적으로 3000명이 넘는 과외 교사를 확보해 과외 사업을 해서 큰 수익을 거둔 것부터 피스컬노트까지 당신은 네트워킹에 굉장히 강한 사람 같다. 네트워킹이 혁신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각각 다른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통합하는 것이다. 기술의 레버리징(leveraging·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타인의 힘을 빌려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혁신의 기회를 찾기 위해선 당신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당신의 종업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피스컬노트는 빅데이터를 잘 쓰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빅데이터라는 말을 싫어한다. 스마트데이터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백만의 데이터를 다룬다.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거나 잘 조직화돼 있지 않다면 완전 쓰레기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조직화해서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명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사업에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