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사회현상" 취급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드라마는 정말 정말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우연찮게 요즘 드라마를 죄다 -_- 시청할 일이 생긴 나는 올해의 여름이
정말 정말 정말 황홀하다.
영웅시대.
역시 내가 가장 기대했던 드라마답다.
정몽헌의 죽음으로 무려 2회분량동안이나 위대한 현대에 대한 대사들로 장식했던 그 일관성과
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가출했다가 끝내는 누이가 죽어버려 슬퍼하던 어린이의 서글픈 삶을
2주동안이나 관찰해 보여주던 끈기는 정말이지 동급 최강이었다.
4회분을 넘게 봐도, 인상깊은 대사 하나 못건진 나의 무지와,
1시간동안 리모컨에 5번이나 손을 대던 불량한 내 인내심으로
이 드라마와 작별해야했던 것은 비극이다.
파리의 연인
쥐도 새도 모르게 시작하더니 갑자기 국민드라마로 성장해버린 용한 드라마.
1회를 보고도, 이 신들린 인기를 예감할 수 없었던 나의 비참한 안목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드라마가 왜 뜰 수 밖에 없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 드라마의 강점은 인생 "날로" 먹기에 대한 미학.
변변한 것 하나 없는 여주인공이 무리해서 파리에 갔다가 인생역전하는 이야긴데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집에 파출부로 잠입하라!)
대대손손 사랑받아온 동화를 21세기 버전으로 잘 버무린게, 보통 솜씨가 아니다.
남다른 발크기와 12시 되면 튕겨주는 신비주의로 왕자를 홀렸던 렐라 언니는
여성시대 21세기를 맞아 푼수끼와 대책없는 밝음으로 전략을 바꿔
재벌가 남자들 섭렵에 성공한다.
열심히 한 일이라곤 포스터잇에 뭔가 잔뜩 쓴 것 뿐이지만
그동안 드라마 여쥔공들이 겪어왔던 숱한 역경들은 이 언니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차를 차도 한복판에 버리고 버스를 탈만큼 사랑에 눈떠버린 박신양과 (이명박보다 나빠요~;;)
갑자기 나타나서 별 이유도 없이 자기 가슴에 그녀를 넣어주는 이동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의 신들린 듯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데.
이쯤되면 그녀의 정체는 단 하나, 그대 이름은 구미호~ (구미호외전의 주연난은 우연이 아니다)
남자주인공들은 라이벌을 물리치기 위해 적성에 안맞는 회사에도 들어가고, 공부도 하고,
연애하겠답시고 아버지랑 싸우고 난리도 아닌데
우리의 여주인공은 그냥 "고민"만 해주면 된다.
나름대로 영화를 하겠다고 영화감독들이 공부하는 방법 (사진찍기와 녹음하기) 을
구사하고 있지만
주로 뒤에 숨은 남자 찾기나 신세한탄 용으로 쓰느라 공부씩이나 해줄 시간이 없다.
라이벌로 설정된 여자들은 그 추악한 내면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함으로
등장하는 즉시 그녀들이 패할 것임을 암시해 우리 언니를 안심시킨다.
(사랑에 적극적이고 성공 지향적인 여성은 가만 내버려둬도 출세할만큼 우리나라가 발전했으니
드라마에서까지 잘 나갈 필요는 없다)
킹카도, 직업도 죄다 "날로" 먹은 언니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마치 손목에 자동모터라도 달린 양, 여주인공만 발견하면 날아드는 재벌가 여사의 손바닥만
허용해주면 된다.
그후론 뭐든지 일사천리. 잘나가는 남자들이 알아서 다 해준다.
노력해도 노력해도 유리천장에 부딪혀 출세하기 어렵다는 팍팍한 인생의 여성들을 위해 내놓은
여성상위 드라마의 최고봉!
모르는 여자 파티에 데려가기, 물에 빠지기, 재벌모임,
분노에 의한 과속 운전, 남의 식당에서 노래하기 등등등
웬만한 여성 심장겨냥 카드는 죄다 써먹은 이 상황에서 제작진이 야심차게 준비한 극적 장치!!
모든 국민들이 너무 궁금해서 밤잠을 설친다는 그 출생의 비밀!! 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가 관건.
질병백과 뒤적이기를 생략한 작가의 게으름 탓으로 결말이 심심하게 끝나버려
주인공들의 튼실한 연기와 이동건의 막강 비주얼, 재치있는 대사들을
헛되게 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된다.
(불치병 없는 결말은 이승기 노래의 마지막 소절만큼이나 찜찜하다!! )
황태자의 첫사랑
내가 싸랑하는 차태현을 티비로 만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만점!
하지만 드라마 강국 엠비씨는 여전히 배가 고팠나보다.
성유리가 찜했던 김남진과 성유리를 찜한 차태현이 이복 형제라는 것은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다.
그런데 또 김남진이 사업상 중요하게 거래하는 회사가 숨겨진 자기 아빠꺼라니!!
3.5다리만 건너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아는 사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탄탄한 설정에서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쯤되면, 그 넓은 파리에서, 두 남자를 따로 만나서 아무 사심없이 꼬셨는데
알고보니 걔들이 형제라거나
비행기타서 옆자리 남자한테 토했는데 알고보니 우리집을 산놈이라는 설정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지.
스타워즈 시리즈의 "I'm your father."라는 불후의 반전을 능가하는
이덕화 아저씨의 "넌 내 아들이야!"는 나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오랜만에 만난 김남진과 성유리가 특유의 선문답 버전 대사 날리기로
막강한 차태현을 견제하는 장면들은 보너스~
또한 진재영을 옆에 끼고도, 성유리를 향해 버닝하는 차태현을
알고보면 순수한 남자로 묘사해
남자의 순결은 몸이 아닌 가슴에서 비롯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고수한 것도 자랑거리.
드라마가 어찌나 튼실하고 흥미진진한지 발리의 풍경엔 신경쓸 겨를도 없는 게 다소 아쉽다.
풀하우스
많은 사람들의 말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줘야 하는 법!
원작이 풀하우스이던 말던 우리는 라이더와 엘리를 잊어야한다!!!
내가 만약 풀하우스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지적이고 도도하지만 다소 인물이 떨어지는 여성과
쳐다보면 숨막힐 정도로 잘생겼지만 다소 무식한 남성이
동등한 입장에서 알콩달콩 싸우는 걸로 만들텐데.
낮은 시청률의 백척간두에 서 있던 케비에쓰의 선택은 상상을 초월했으니.
여자들의 인생 날로 먹기라는 시대의 흐름을 캐치하는 순발력을 발휘한 것.
드라마로 성공하려면
여주인공은 최대한 무식하고 가난하고 용맹한 푼수여야한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해줘서
무명 드라마 작가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영웅시대가 실패하면, 그건 김지수가 푼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풀하우스가 드라마 업계(?)에 남긴 지대한 공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정 타겟만을 위한 마케팅도 눈에 띠는데.
그 타겟은 바로,
돈과 집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옆자리 남자한테 토하고도 금방 잠들수 있는 순수한 동심을 가진 계층.
그 계층의 대중문화에 대한 무서운 영향력을 존중해준 케비에스에 박수를~
뿐만아니라 제작진은 주인공들의 호연에 만족하지 못하고 독특한 캐릭터 창조에도 힘쓰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도무지 내 이성으론 이해할 수가 없는
그야말로 사교계의 유X철 커플을 송혜교 친구들로 배치한 점은 이 드라마의 최대 강점.
싸가지 없는게 매력이라는 초딩 문화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어 더 없이 좋았다.
더불어, 옥고때의 저력을 백분발휘해서 두 남녀의 에피소드를 쏟아내고,
작년에 경민이에 열광했던 팬들을 위한 영재의 경민이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작가의 능력 역시 최고.
특히 이 드라마는 단순한 사랑얘기에 그치지 않아 나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자신을 따르다가 딴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남주인공에게
털달린 배트맨 옷을 입혀 잡지사진을 찍게 하던 한은정의 치밀함은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
평상복 역시 한은정이 비에게 선물한 것이어서
일찍이 다른 여자로부터 비가 시선을 덜 받아오게 한 한은정의 음모가 언제 드러날지가 주목된다.
이쯤되면 요즘 드라마는 렐라 언니들이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들의 날로 먹는 인생사는 우리에게 훈훈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렐라 언니들이 무조건 날로 먹는 건 아니다.
그들이 화려한 과거를 자랑하는 킹카들의 신들린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은 단 하나.
그것은 바로 며느리도 모르는 깨끗한 과거.
별다른 남자도 없었던 그들이 단번에 대어를 여러마리씩 무는 것을 보면
하루 날잡아 야산에 올라가서 김태희한테 단체로 물린 게 틀림없다 -_-
이렇게 유난히 막강 드라마가 많은 올해 여름!
정신 못차리고 있는 드라마가 있으니... 구미호외전!! -_-
언더월드 관객에게 데자부를 주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뛰어난 연출!
누가 더 나은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주연들의 똘똘 뭉친 연기력!
(조현재는 왕따 안당하려면 분발해야해!)
1회가 끝나자마자
구미호외전이 걸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장담했으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마이클럽에 글 올렸음;;)
의외의 부진에 난처해 하고 있는 중이다 -_-
한예슬이 전진을 좋아하고, 전진이 김태희를 좋아하고, 김태희가 조현재를 좋아하는 지금
조현재가 한예슬에게 한눈에 반하고,
한예슬의 농간으로 직장에서 짤린 김태희가 조현재 집에 파출부로 취직해
조현재 아빠가 알고보니 재벌이라는 비밀을 파헤쳐 사랑을 이루려 하는데
이에 발끈한 전진이 조현재와 김태희를 죽인다면
시청률 1위는...... 구미호, 너의 것~
날로 먹어야하는 김태희를 위해 그녀의 라이벌 한예슬에게 정신병도 하나 준다면
잠시 후에 찾아올
알고보니 재벌가의 딸이라는 열아홉살 짜리 형수님까지 한방에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카페 게시글
유쾌방
2004, 대단한 드라마들의 향연
브리트니~
추천 0
조회 13,523
04.07.29 18:46
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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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흠... 흥미진진한데 !
-_-
나도 파리의 연인 별로ㅡㅡ^ 어서 네멋대로해라 같은 드라마가 나와야 할텐데...
구미호외전이 저렇게 된다는건가요, 아님!!!! 이걸 쓰신분의 생각이신가요, ? =_= 궁금해서.. ...
-_-, 난 별로동감x-_-; 뭐 개인별로 생각이다르니깐..
재밋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본 드라마 다 쓰레기 던데 ㅡ,.ㅡ
글쓰신분도 드라마 꾀 많이 보신듯..
나도 동감X .
영웅시대 파리의 연인 올인이오ㅡㅡ
일본 드라마도 조금 황당한 것이... 뭐 여자가 작아져서 남자 친구 집에서 남자 친구의 가족들 몰래 살아간다거나 (미나미군의 연인) 무능력한 남자가 길거리에서 능력있는 여자의 구원을 받고 애완동물로 살아간다거나 (너는 펫)... 그래 너는 펫은 아예 없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눈감아주지...
하지만 난 우리나라 드라마가 더 신기하다고 봐 ^^
글쓴이...정말 드라마 천재요...감동했소이다
비꼬면서 볼껀 다봤네. -_-;;
음....일본 드라마중 트릭은 소재가 상당히 괜찮다는...연출도 괜찮고; 우리나라는 진짜 말그대로 뻔하디 뻔한 사랑스토리...(하지만 재미있는걸 *-_-*)
재미있네요.. ㅋㅋ
어머.ㅋㅋㅋㅋㅋ 너무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 털달린 배트맨 옷.ㅋㅋㅋㅋ 글쓰신분. 왜 이렇게 말빨이 좋으신거요.ㅋㅋㅋ
참 구미호외전..정말 보기힘들데..월/화 볼께없음 ㅡㅡ
ㅋㅋㅋㅋ 초대박동감 ㅋㅋㅋ 글쓴사람 누구에요 너무 사랑스럽다 ㅋㅋ
대략 공감ㅋㄴㅋ 나도 재미있게 보고는있지만 ㅋㅋ 풀하우스에서 자기네 집 짐을 다실어가는데 그것도모르고 잠만잘 사람이 이세상 어디에있겟는가?ㅋㅋㅋ
이승기 노래의 끝소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찜찜해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동감 ㅋㅋ 내가생각했던거 잘정리해놓은것같음 ㅋㅋ쫭!
일본드라마는 정말 엽기적으로웃길려고한다 라는 생각밖에 안든다오=_=. 이승기노래 끝소절이뭐요? 그노래 맘에 안들어서 잘 들은저이 없기에; 한글17자님 말대로 트릭은 참 재밋소-0-흐흐.
요새 드라마중에 왕꽃선녀님 빼고 맘에 든거 하나도 없음. 아! 구미호 외전 좋지.
갠적으로 구미호외전유치하던데...-0 -;;
정말 글쓴사람 너무 사랑스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내가 하고싶었던 말이다... 파리의연인하고 황태자 진짜 이상하고 -_-; 뭐땀시 그렇게 사람들이 보는지 몰겠다눈..
일본드라마 대략 황당무계 하다오-_; 그런데도 재미있게 보고 잇는 난 참_;;
I'm your mother
↑ 뭐라고? 넌 울 엄마??
풀하우스얘기가 특히 심하게 공감ㅋㅋ 이승기노래 끝소절ㅠㅠㅠ푸하하학
황태자의 연인............<-사라져!!!
구미호외전 -_-; 유치함 ; -_-; 액션 영 ~ 아님 .. -_-;; 뭐야 ;ㅋ
일본드라마 다 이상한건 아닌데 -_ㅠ 예를 들자면 기무라타쿠야가 나온 `프라이드`라던가,ㅋㅋㅋ♡
구미호외전 유치 최고-_-;
요즘 드라마들은 옴니버스 형식이 아닌 장편 시트콤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 ㅎㅎ
일본드라마의 장점은 장르와상황의다양성에 있고 우리나라드라마의 장점은 환상적로맨스에 있다.
진짜 웃기다ㅋㅋㅋㅋ
마져..요즘에 볼 드라마가 없어요.. 다 그게 그거야...
풀하우스 공감공감~원작만화에선 여주인공 옥스퍼드 출신으로 나오는데=_=
영웅시대 전광렬 때문에 보고 있소 ㅋㅋㅋ
진짜 웃기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파리의 연인은 쥐도새도 모르게 시작했죠.....그래도 김정은, 박신양이 주인공인데 어쩜 저리 소리소문 없이 드라마를 할까 했는데 어느새 인기 폭발..
풀하우스가 젤잼씀 ; 그다음 파리의 연인 , 구미호저리가라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