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의 입맛을 자극하는건 그리운 어머니의 음식입니다
궁했던 시절엔 왜 그렇게 배도 빨리 고파오는지요
어머니가 머리에 수건을 쓰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면
빈 솥에 물을 끓여도 새앙쥐처럼 정재(부엌의 전라도사투리) 를 들락거렸지요
겨울밤 긴긴밤에 출출했던 나의 배를
불룩하게 만들어 주었던 음식중에 하나가 바로 팥죽이었습니다
제 흐린 기억으로는 한 겨울을 날때까지 이 팥죽을 서너번 먹었던거 같습니다
팥을 넉넉히 너어 국물이 걸쭉해야 맛있지요
남편은 간식을 싫어 하는 편이고 그중에서도 죽 종류는 입에도 안댑니다
바부탱이 이 맛난걸 안먹다니~~~~
밥하고 술안주 밖에 몰라!!!
나 혼자를 위해서 오늘은 공을 좀 들여볼까나! 히히^^
팥을 깨끗이 씻어 압력솥에 앉혀놓습니다
삶아진 팥이 어느정도 식었을때
믹서기에 넣고 갈아 손으로 박박 문질러 고운체 거르기를 몇번하지요
거르고 남은 팥고물은 버린다구요
아니 아니 아니되오~~~
한알의 팥이 나올때까지 농사 지으며 흘리는 땀을 생각하면
이건 찌꺼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답니다
거르고 남은 고물은 다시한번 프라이팬에 설탕을 넣고 조려주고 한김 식힌후에
소포장해서 냉동실로 보냈습니다
또 입이 궁금해질 어느날 찹쌀 부꾸미를 해먹기 위해서지요 ^^
거른 팥국물에 소금을 약간하고 눌지 않게 저으면서 끓여줍니다
미리 불려놓은 현미 찹쌀을 넣고
현미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서 동그랗게 옹심이를 만들어서
밥알이 거의 퍼질 무렵 넣어줍니다
내고향 어머니의 팥죽엔 이런
찹쌀이나 옹심이를 넣지 않았지요
대신 밀가루를 칼국수처럼 그것도 새끼 손가락 굵기만큼 굵게 썰어서 넣어주었지요
오늘 저도 몇번이나 그렇게 해볼까 망설이다
찹쌀과 옹심이를 선택한 이유는 약해 빠진 저의 위가 밀가루에 쓰려올까 염려되서 이지요^^
어머니는 팥죽을 끓이면 언제나 장독 항아리 위에 큰 양푼채 올려놓고 식혔습니다
먹고 남은 팥죽도 역시 밤새 장 항아리에 두면 다음날 한덩어리로 굳어서
숟갈로 뚝뚝 떠먹었는데
그 맛도 참 죽여주었지요
팥죽을 누구네 집에서 했다는 소문이라도 들은 동네 청년이 있다면
그날밤엔 어김없이 서리를 당하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그자리에 팥죽을 올려두기를 반복했지요
이제와 생각하면 어머니의 그 넉넉한 마음을 알 수 있지만
그땐 동네 오빠들을 많이 원망했었지요
기호에 따라서 설탕이나 꿀을 가미해서 먹어도 좋고
단게 싫다면 그대로 먹어도 좋지요
오늘도 역시 남편은 나의 이 정성어린 팥죽을 입에도 안댑니다
모,,, 그러든 말든!
저혼자 음~음~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부드럽고 달콤한 팥죽을 흡입합니다
아~ 어머니여!
그리운 고향의 맛이여!
첫댓글 수정에 들어가서 맨 윗사진은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하고 나오세요.
맨 밑의 그림도 오른쪽으로 180도 (아님 왼쪽으로 90도) 회전함 좋겠어요.
맨 아랫것도 오른쪽으로 90도 회전을 해야 하겠네요.
헉 제 컴퓨터에서 바로 보이는데 왜 그러지요
저도 나이가 이제 오십이 되는데도 아직까지 팥죽, 호박죽 한번 안끓여봤습니다...
해봐야 먹을 사람 없고 저도 별로 안좋아한다는게 핑계였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부끄럽기가 한이 없습니다...
레시피 잘 봐줬다가 저도 꼭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부끄럽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은게 당연하지요
그리고 해 먹는거 보다 맛난거 해주는 음식 얻어 먹을 수 있다면 그건 더 큰 복이구요^^
어릴때 먹던 팥죽 생각나면 콧등이 새큰합니다..
다시는 맛보지못할 엄마의 손맛이기 때문이겠죠..^^
차갑게 식은 팥죽 젤 윗부분을 뚝 한숟갈 떠먹는 그맛은 세월이 삼십여년이 지났어도 혀끝에 생생합니다~
맛아요 차가운 식은팥죽맛 그건 아는사람만 알지요
믹서기에 갈면 팥고물같은건 안생기던에요..그냥 끓여서 먹었었는데...잘못한건가요?
음 좀 덜 삶았을까요?
저는 초등학교시절 학교 파하고(?) 집에 가는 길목에서
쪼그려 앉는 좌판에서 1~2원 주고 사먹던 팥죽이 젤로 맛있었습니다.
아주 묽게 쑤어진 그리고 아주 달디달던 그팥죽
지금도 가끔은 팥만 삶아서 해먹지요... 설탕 듬~~뿍넣고....
그런데 절보고 이상하게 해먹는대요.... 친구들이....ㅋㅋㅋ
달디 단 건 단팥죽이라고 하죠!
단팥죽도 맛있어요.
어려선 단팥죽을 좋아했더래는데. 나이 들면선 걍 팥죽이 좋더군요,
맞아요....ㅋㅋㅋㅋ
단팥죽...
냉동실에 팥 삶아 얼린것 꺼내 놨지여...
도깨비 방망이로 드르륵 갈아서.....
본인 입맛에 맛으면 그게 좋지요 머^^
제 경우는 한 끼에 다 먹을 게 아니면,
죽 쑬 때 소금을 넣지 않습니다.
죽 쑬 때 소금을 넣음 죽이 빨리 삭아서요....ㅎ
맞아요 그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어릴적 엄마가 5일장에 천막을 치고 밥장사를 했어요 초딩 팥죽을 만들기 위해 낮에는 하루종일 옹심이를 만들었고
새벽마다 시커먼 솥단지 부두막에 올라가 졸린 눈으로 팥죽을 쑤었던 생각이 나네요
얼마나 힘들고 팔이 아푼지 새벽에 한솥단지 만들면서 정작 집에 바가지 한그릇만 남겨놓으면 5남매가 옹기종기 앉아 한숫가락씩 먹던 생각이
남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면 팥죽은 구경도 못하고 빈바가지만 끓어 안고 울었던 기역이............오늘 저녁 함 만들어 먹어 봐야 겠네요
아이쿠 상상을 해보니 마음 한구석이 찡해옵니다
진하고 먹음직스럽게보입니다~
남은 팥 부꾸미속 활용배워갑니다^*^
네 네... 아까우니 모두 먹어치워야지요 하하
옛날 엄니가 생각나네요. 내일을 팥죽한번 해볼랍니다.
오늘 동지팥죽 먹는사람 많겠어요 맛있게 해드세요
먹어 줄 사람 없어도(제 옆지기 또한 한 숟갈도 안 먹거든요.) 팥 불려야겠어요. 오늘은 눈으로만... 즐감하고 갑니다.^^
미향님만을 위한 팥죽을 만들어 보세요
더 맛있어요 ㅎㅎ
저만을 위해서 만들었다가 손이 워낙 커서 양이 많아지는 바람에 동네 한바퀴 돌렸답니다.^^
하하하 잘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