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태양의 제국과 긴 여름 싸움에서 온몸에 햇볕을 맞아 검게 그을린 바위.
내가 전우의 심정이 되어 바위 위에 앉아 세상을 들어본다.
윙윙거림의 세상에 더 귀 기울이기도 전에
굶주린 떠돌이 까마귀들과 방울새들 참새들 짹짹.
개들이 짖는다.
차마 내가 마주하기 벅찬 무질서한 소리.
마지막 심판의 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저 소리 같을까.
그렇다면 저것들을 감당하기 위해
지금부터 나는 얼마나 많이 독해져야 하나.
산들바람이 내 얼굴을 쓰다듬어.
솜사탕으로 만들어 놓고
자비로운 창문 같아 보이는 거미줄이 흔들린다.
10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가 죽은 듯 웅크리고 있다.
나는 팔다리 다 합쳐서 4개뿐이다.
그래도 저 거미만큼 독해질 수 있을까.
오고 가는 도마뱀은 집안일로 바쁜가 보다.
초간에 흔드는 머리
자세히 생각할 겨를도 없어 보인다.
나를 쳐다봐.
사적인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마 - 그런 거야?
벌써 사라져서 안 보이네.
내가 보는 광경과 들리는 소리들
이 지구, 내 집
광활한 파란색 하늘에 구름이 떠 다니고
심호흡을 하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가져와 본다.
잡을 수 없어, 다 구름 같다.
10개의 다리를 가지고 거미줄을 뿌리면 모두 잡아놓을 것 같은데
나는 팔다리 합쳐서 4개뿐이고 독이 없어 거미줄도 못 뿌리지.
늘 부지런히 쓸어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도마뱀이 그렇게나 바빴나 보다.
이래도 저래도 한판인생 가는 건 마찬가지 대충대충 살면 안 돼?
안돼.
내 얼굴을 쓰다듬는 산들바람이 말한다.
대충 거리기엔 제국의 태양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단다.
천상의 기름으로 활활 타오르는 여름의 거리는
완벽하게 밝은 열기로 아무 데나 빈틈없이 거칠었다.
긴 여름의 언어는 그렇게 울림이 없었다.
그래서 밤새 원을 그리며 춤추고 신성을 마시려 했어.
명료하게 깨닫는 것은
21세기 상징의 토템 기둥이 되고 싶다.
매일매일 향기로운 아침을 선물하는
바람둥이 신이 아직 없다.
토템의 빈자리라곤 그거 딱 하나뿐이니라.
그 자리를 꿰차는 꿈으로만 내가 벌써 20년째.
바쁘고 부지런했지만 아무것도 의미를 둘 수 없었던
그런 올여름이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첫댓글 여름도 서서히 끝나 가는 것
같네요.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으니까요.
소식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고요.
여름도 가고 순환의 다음 계절 가을이 벌써 보입니다.
가끔만에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ㅋ
체머리 흔드는 도마뱀은 생각없이 먹고살기 바쁘고
살의를 품은 독거미는 칼날을 숨기고 웅크려 있군요
토탬의 빈자리 찿습니까
계룡산 가면 많지 싶습니다
관운장 교, 이순신장군 교, 박정희장균 교, 심지어는 세탁기 사용 설명서를 교리로 택해 암기 낭송하는
애벌빨래교 도 있다 합니다
적당한 동굴 찾거든 권리금 합의보고 자리 차지하면 될듯 합니다
종교명은 가루지기교가 적절하지 싶습니다
오. 계룡산이 어딘지 검색해보니까 그리 크지않은 산이던데요.
그곳에 저리 많은 교파가 있어요?
가루지기. 처음 보는 단어인데 뭘까.
아시는것도 많으십니다. ㅋ
최장 열대야도 어제부로 멈췄다 합니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도 가을 바람을 이기지 못하나 봅니다
새벽엔 추워요. ㅋ
바쁘게 부지런히 보냈으면 됐죠
모든것에 의미 둘 필요있나유?
건강하면 됩니다
토템은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있는
여인도 있구만요ㅡ푼수댁~^^
청풍댁? 청양댁? 이라고 들었는데 푼수댁은 또..
의미를 안두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ㅋ
기억에 남지도 안고요.
깨비는 여행이라도 댕겨왔지 나는 야 그냥 태양을 피해
쥐새끼처럼 숨어 다니다 여름 다 보냈으니 허망하기 짝이 없네
그래도 여름 났네 하며 생색은 다 내고 살지 내가 말야
ㅎㅎ 여름 내 건진 것은 노추에 더한 주름살 뿐이라도
한 계절 견뎌낸 것만도 어디냐 하는 심보로 밀어 붙여야지
가을이 오긴 오겠지 그치? 깨비야
올여름은 허망하였더라도 또 내년 여름도 있으니까
태양 제국과의 거치른 싸움에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ㅋㅋ
가을은 다 빼앗기는 계절이라서 더 많은 투쟁이 필요하오니 심보를 단단히 하소서. ㅋ
여름 내내
수고많으셨어요
근데
이미
깨비교 교주님 아니신감요
ㅎㅎ
남은 여름
새로올 가을 더 잘 되실겁니다
빠이팅 힘 내 주세요 ^^//))
신자가 없어서 깨비교 망한지 오래되어서요. ㅋ
드가님도 새로 올 가을에 더 잘되시구요.
얼마전 수락산 갔더니 새끼 손꾸락 보다도
더더더 ㄷ ㅓ ~~~ 작은 도마뱀이
주위를 맴도네요
반찬 잡듯이 젓가락으로 콕~ 집었더니
온몸을 젓가락에 돌돌 말고 있네요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바라보다
풀어 주었습니당,,ㅋ
귀여운 녀석 도마뱀..
의미를 부여하던
부여하지 않던..
여름날은 갑니다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옴을 반기며
맞이해야 겠지요
도마뱀을 젓가락으로 집었어요?
오. 내가 오늘 아우님 진짜 존경합니다.
귀엽다고 하고..
알겠습니다. 또 다른 계절을 반기며 맞을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