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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해 민심은 이미 ‘공황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부재와 이 틈을 노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일부 사람들의 무분별한 ‘카더라’ 주장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내용 중 다수는 메르스 현황을 직접 파악 중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내용들이 많다.
“삼성·LG전자 직원 확진” 다 거짓
지난 2일 언론들에도 퍼진 ‘괴담 SNS’ 가운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주장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라인 직원 1명 확진 판정이 나서 접촉자 포함 7명 전부 2주 휴가를 보내고, SSD 개발팀의 행사는 취소 됐으며 본사 관계자들 회의도 취소, 동탄 어린이집은 휴교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직원 50명을 격리조치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괴담 SNS’에는 삼성전자가 6월 2일 오전 7시부터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으며, 중동 출장을 갔다 복귀한 사람 98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도 넣어 사람들을 혼란케 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사실과는 달랐다. 삼성전자에서는 메르스 확진환자는 물론 의심환자도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행사를 취소"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는 '메르스 공포'에 질린 직원들을 배려해 내린 조치였다고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이 격리조치 중인 메르스 확진환자 K 모 씨가 LG전자 직원이라는 ‘괴담 SNS’도 함께 퍼지고 있다. 이 글을 보면 K씨는 오산 LG이노텍으로 출장을 나온 김 모 씨(44세)라고 돼 있다.
이 ‘괴담 SNS’에는 “김 씨가 26일 중국 입국, 오후 7시 심양호텔에 체크인, 27일 오산 LG이노텍에서 LED 품질회의 실시, 저녁 6시 중카이 고향집 맞은 편 호남음식집에서 회식 후 7시 25분 캉디 체크인” 등 마치 그의 동선(動線)을 옆에서 지켜본 ‘회사 관계자’가 쓴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현재 LG그룹 측은 중국 당국에 강제격리 된 K씨는 자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실명을 거론한, "서울 여의도 KDB 대우증권의 국제영업부 직원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괴담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직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그런 병에 걸린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괴담'은 사라지기도 했다.
‘연예인 찌라시’ 떠올리게 하는
‘메르스 병원 리스트’ 대기업 직원의 ‘메르스 확진 판정’ 만큼이나 그럴싸한 이야기로 도는 ‘괴담 SNS’가 바로 ‘메르스 병원 명단’이다.
현재 SNS 등을 통해 나돌고 있는 ‘메르스 병원 명단’은 몇 가지다. 이들 가운데 많이 꼽히는 병원은 분당제생병원, 삼성서울병원, 성 빈센트병원, 동탄성심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고대 구로병원, 평택 성모병원, 평택 굿모닝병원, 건양대 병원, 충남대 병원, 아주대 병원, 인하대 병원 등이다.
‘괴담 SNS’ 속 ‘메르스 병원 명단’은 지난 2일, ‘의료계 지인의 이야기’ ‘모 보건의료대학원 내부 소식’ 등으로 둔갑한 뒤 언론, 기업,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치면서 명단에 포함된 병원은 더욱 늘어났다.
여기에는 서울 강동구의 경희한방병원, 둔포 서울의원, 안중성심병원, 서울아산병원, 평택 굿모닝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아주대 병원, 대구의료원, 동국대 경주병원, 광주대 병원, 전남대 병원, 충남대 병원, 건양대 병원 등이 새로 포함돼 있었다.
전북대 병원, 예수병원, 강원대 병원 등은 ‘음성 판정을 받은 병원’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메르스 병원들’이라는 명단에 있는 곳은 거의 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평택에 있는 G병원만 응급실을 폐쇄조치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원지는 보건당국 등 정부에서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의심가는 곳이 있다. 바로 각 지역 별로 형성돼 있는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와 인터넷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성 커뮤니티가 '괴담의 발원지'로 추정된다.
이유는 이렇다. ‘괴담’의 구조를 살펴보면, 40~50% 가량의 ‘사실’에다 자신이 “어디서 들었다” “믿을만한 누군가가 이렇다 카더라”를 붙여 넣어 만든 것인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성, 특히 취학아동을 둔 주부들의 표현이나 관심사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괴담’은 곧 언론계에 있는 ‘지인들’에게로 전달돼 점차 살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대구로병원이다.
고대구로병원에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자 국내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로 알려진 김우주 교수가 재직 중이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민관합동메르스중앙대책반 공동반장을 맡고 있다. 김우주 교수의 인터뷰와 메르스에 대한 소견 등이 나오자 이를 “고대구로병원에 전문가가 있으니 거기에 메르스 환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그 추측이 ‘사실’로 둔갑해 이 같은 ‘괴담’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분당제생병원의 경우에도 현재 메르스에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수원·성남과 가까운 대형 병원 중 한 곳이라는 이유로 “메르스 환자가 이 곳을 들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이것이 ‘사실’인양 둔갑해 ‘괴담 속 병원 리스트’에 포함된 것이다.
‘메르스 괴담’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급속히 퍼지고 있는 ‘메르스 괴담’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보건 당국의 대처 태도에 있다. 지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은 2008년과 2009년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었을 때와는 너무도 다르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돼지플루(Swine Flu)’라는 이름의 ‘신종플루’가 멕시코에서부터 퍼지자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긴밀히 협의하며 대응에 나섰다.
보건 당국은 ‘신종플루’가 한국에 들어오자 모든 병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하도록 지시했고, 감염자들에 대해서는 초기 격리조치를 실시한 뒤, 감염률은 높아지고 사망률은 크게 떨어진 뒤부터는 타미플루 등의 보조치료제를 공급하고, 각 대형병원마다 격리병동과 치료시설을 갖추도록 지시했다.
‘신종플루’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병원 이름을 숨기거나 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형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장했다. ‘신종플루’에 걸리면 위험한 사람, 즉 노약자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매일 끊임없이 주의할 점을 매체를 통해 알렸다.
반면 현재 보건 당국은 ‘메르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응조치 또한 너무 무성의하다. 몇 년 전에 작성한 ‘해외여행 시 메르스 감염 주의’ 삽화를 버젓이 페이스북에 올리는가 하면, 학생들의 감염을 우려하는 교육부와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초기 감염병원이 어디인지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측은 “해당 병원을 밝히면, 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은 물론 당시 진료 받은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들과 언론이 요구하는 ‘감염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곳이나 확진판정을 받은 대형병원이 아니라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몇 곳의 병원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국민과 보건 당국 간의 ‘정보 비대칭’과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지금도 SNS 등을 통해 ‘메르스 괴담’은 점점 더 발전한 형태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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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광우뻥 만들려는 ,허위유포자 색출하여 엄벌에 처하라!!!
국개업무에 충실하지못하니 메리스유언비어 퍼트리고 국민분란 이간질 조작설에 휘말리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