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시집 투투섬에 안 간 이유
―이름 모를 시공으로부터 다짜고짜 달려온 시적 담론의 참신성.
김영찬 시인의 시집 『투투섬에 안 간 이유』는 눈부신 상상력과 앙똥한 어조가 빚어내는
파노라마와 같은 시의 원근(遠近)이 눈이 빛날 정도로 빛나고 있다. 막무가내인 듯하면서도
살갑게 눙치는 낯선 기법도 기법이려니와, 저 어디 이름 모를 시공으로부터 다짜고짜 달려
와서 천일야화처럼 들려주는 변화무쌍한 시적 담론이 정녕 참신하다. 앞뒤 재고 가리는 흔
한 시인의 일상을 내던지고 스스로 보헤미안의 허무와 방랑 속에 투신하는 김영찬 시인은
이제 우리 시단의 금(金)빛 먹을알로 꽉 자리 잡게 되었다.
-오탁번(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다중적 이미지, 기표/기의의 결합을 와해시키는 섬광의 언어들
김영찬 시편의 진정한 의미는, 의미 너머 혹은 의미 이전의 세계에 대한 상상적 희원에 있다.
그는 의미 부여가 불필요한 “나뭇잎 살랑살랑語”나 “달맞이꽃 조용한 속눈썹웃음語”(「불립문자들」)
같은 것들을 시에 적극 끌어들이거나, “영혼의 칸막이마다 글자들의 침묵을 끌어”(「우로보로스
Ouroboros로 가는 깊은 침묵」)들여 의미론적 과잉의 벽(癖/壁)을 반성적으로 해체한다. 이러한
반성적 해체론에는 “오독은 오독오독~ 사탕 깨물던 습관이 만든 의성어”(「의도적인 오역」) 등을
활용한 활달한 펀(pun)과 함께, “책갈피마다 지문 찍힌 행간이 좁은 골목길”(「《새로운 세상》의 책」)
을 오래 돌아온 이가 엮어내는 폭 넓은 상호텍스트성이 독자적 내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안에
그는 역동적 몽유의 상상력과 음악적 자의식의 흔연한 결속, 다중적 이미지 다발이 풀어내는 아득한
에스프리, 기표와 기의의 착한 결합을 와해시키는 섬광의 언어들을 가득 풀어놓는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과 열망의 이면에는 쓸쓸하고 고독한 나그네로서의 실존적 표정이 어둑하게
깃들여 있다. “가난한 영혼은 어딜 가도 오아시스처럼 수줍고 외롭다”(「아부다비」)고 노래하는 그의
마음은, 그래서 언제든 “마음을 햇빛 바깥에 두고/머나먼 길 떠나게”(「관타나모에 내리는 비」) 될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결국 김영찬은 고백과 증언이라는 근대 시학의 너머를 꿈꾸면서도, “실은 조금 외로
울 뿐”(「던킨도넛*Dunkin Donut 속의 당나귀」)인 자신의 삶과 시간과 감각을 이렇게 수줍고도 외롭게
노래하는, 역설적 의미의 서정시인인지도 모른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투투섬에 안 간 이유
차례
□시인의 말
1부 캡틴 캡, 모자^모자^모자^
해바라기 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 역사서
던킨도넛Dunkin Donut속의 당나귀
당신이 떠나간 후에
아핫 하~, 하이퍼리얼리즘!
너바나nirvana의 길
통영에 가서 시를 쓰자
어떤 개인날의 상처
불립문자들
캡틴 캡, 모자^모자^모자^
내 생의 아비뜌드habitude, 평택항
알로하 오에, 용량초과 부팅
수학에 대한 때늦은 후회
2부 캘리그라피 미래에의 확장
키스로 봉한 스틸 컷
코끼리구름 서식처
L의 외출
손가락 끈적거리는 밤하늘
그러자 브넹씨가 왔다
우로보로스Ouroboros로 가는 깊은 침묵
건지 아일랜드에서 감자껍질 요리하기
이 ☆의 신천지 부산정거장
무정부주의자의 달밤
데낄라는 43˚
아웨나무 숲
케추아어에 갇히다
캘리그래피 미래에의 확장
3부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두 대의 피아노와 당나귀
엘의 나라에서
실없는 확률론
팔라우의 경야經夜
바그다드의 밤
아니스Anise와 별
코끼리 코가 길어진다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
마크툽의 키스
의도적인 오역
투투섬에 안 간 이유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그리고 엘가의 추억
마리포사Mariposa내 사랑
4부 카자르 세탁소
별들의 마그나카르타
탕헤르에서 비에 젖다
《새로운 세상》의 책
맙소사에 들다
아부다비
사막의 매부리코, 메브릭maverick
화요일 밤의 자동기술법
아마데우스 후일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내 생일-백 년 동안 지나갈 고독
태양의 언덕에 떠오른 계란반숙-The sunny side up fried egg
카자르 세탁소
구름의 헛기침
강아지 꾸꾸
관타나모에 내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