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에 존재하는 5대 대형병원에 지방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고 지방에 계시는 분들에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방의 국립의과대학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동시에 의과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곧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리면 소정의 과정 이수 후 자동적으로 취업의 길이 열리므로 학무보들은 의과대학 학생 증원 움직임을 반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의사 협회에서는 의료전달지원체계를 먼저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무조건 의과대학 정원을 먼저 늘려도 지금과 같이 필수의료요원 편중과 부족 현상은 해소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과대학생 증원문제는 명분과 실리 차원에서 일견 매력적인 정치 의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이문제는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의사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모로 미숙하고 장래가 불안하고 불투명하지만 젊음 자체가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내포한 인생의 황금시대이라는 예화가 있어 아래에 소개합니다.
어떤 청년이 자기에게는 항상 나쁜 일 만 일어난다며 하늘을 원망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꿈속에서 만난 신선에게 자기 처지를 하소연했다.
신선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렇게 젊고 건강한데 어째서 그렇게 불평만 늘어 놓는가?’
청년이 대답했다.
‘젊은 게 무슨 소용입니까? 제 밥 그릇도 챙기지 못하는 걸요. 배불리 먹어 본 게 언제 인지 기억도 안나요.’
신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자네의 두다리를 빌려주게. 내가 천금을 벌게 해 주겠네. 그렇게 하겠는가?’
청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다리가 없으면 걸어 다닐 수 없지 않습니까? 싫습니다.’
신선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자네의 젊음을 나에게 주게. 내가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네. 그렇게 하겠는가?’
청년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그럼 저는 노인이 되지 않습니까? 안 바꾸겠습니다.’
신선이 물었다.
‘자네의 건강을 나에게 주게. 자네를 황제로 만들어 주겠네. 하지만 자네는 건강을 잃었기 때문에 누워 있어야 하고 3년밖에 살지 못하네.’
청년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젊음과 건강을 잃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되고 황제가 된 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젊음과 넘치는 생명력이 가장 값진 재산입니다.’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 편작(扁鵲)은 아무리 명의라도 여섯 가지 유형의 병은 고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편작이 말하는 여섯가지 불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일불치(一不治) 교자불논어리(驕恣不論於理) 첫째 불치병은 교만하고 도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불치(二不治) 경신중재(經身重財) 둘째 불치병은 몸을 가벼이 하고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삼불치(三不治) 의식불능적(衣食不能適) 셋째 불치병은 입고 먹는 것을 잘 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사불치(四不治) 음양병장기부정(陰陽幷藏氣不定) 넷째 불치병은 음양의 조화를 거스르고 과욕을부려 장기의 기가 불안정한 것이다.
오불치(五不治) 형리불능복약(形羸不能服藥) 다섯째 불치병은 몸이 극도로 허약하여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육불치(六不治) 신무불신의(信巫不信醫) 여섯째 불치병은 무당의 말을 믿고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사기(史記)에 실린 첫째 불치병 즉 ‘교만하고 도리를 무시하는 것’의 사례입니다.
편작이 제나라를 방문하니, 제나라 환후(桓侯)가 그를 빈객으로 대우하였다. 편작이 궁중에 들어가 환후를 알현하고 말했다.
‘임금께는 병이 있는데 그 병은 피부에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시면 장차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것입니다.’
‘과인에게는 병이 없소’
편작이 밖으로 나가자, 환후는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의원은 이익을 탐하는구나. 병이 없는 사람을 가지고 공을 세우려 하다니..’
닷새가 지난 뒤에 편작이 다시 알현하고 말했다.
‘임금께는 병이 있는데 그 병은 혈맥속에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시면 아마도 안으로 더 깊이 들어 갈 것입니다.’
‘과인에게는 병이 없소’
편작이 밖으로 나가자, 환후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다시 닷새가 지난 뒤 편작이 환후를 알현하고 말했다.
‘임금께서는 병이 있는데 위와 장사이에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시면 장차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것입니다.’
환후는 이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편작이 물러나가자, 환후는 더욱 못마땅하게 여겼다. 다시 닷새가 지난 뒤에 편작은 다시 환후를 알현했는데, 환후를 바라보다가 달아났다.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이유를 묻자 편작이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과 고약으로 효험이 있고, 병이 혈맥에 있을 때는 금침(金鍼)으로 고칠수 있으며, 병이 장이나 위에 있을 때는 주료(酒醪)로 고칠수 있는데, 골수에 있게 되면 비록 사명(司命)일지라도 어찌할 수 업습니다. 이제 임금의 병이 골수에 이르렀기에 내가 치료하자는 권유도 못한 것입니다.’
닷새가 지난 뒤 환후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사람을 보내 편작을 불렀으나 편작은 이미 도망가 버렸다. 환후는 마침내 죽고 말았다.
위에서 주료(酒醪)는 탕약을 말하며 사명(司命)은 운명과 수명을 맡은 신(神)을 말합니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을 도와 새 왕조 건립에 큰공을 세운 유기(劉基)는 죽은 지 130년이 지난 정덕제(正德帝)때 태사(太師)로 추증된 인물입니다. 태사는 군사를 총지휘하는 조정대신 대표로서, 신하 가운데 최고의 자리에 해당합니다.
원래 유기는 원나라 때 가끔씩 치르는 진사시험에 합격한 당대이 수재였으나 한족출신이라는 신분의 제약 때문에 지방관으로 전전하다가 마흔일곱에 파직된 후 고향으로 내려가 산속에서 기거 하며 욱리자(郁離子)를 섰습니다. 욱리자는 원나라 말기에 어지러운 세태를 통렬히 비판하며 치세의 구현 방략을 논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욱리자는 장자로부터 시작되는 우언문학의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욱리자에는 주옥과 같은 경구와 경언이 가득합니다.
욱리자에서 유기는 정치를 의술에 비유하여 ‘치란(治亂)은 증세, 기강은 맥, 정령(政令)은 처방으로 그리고 인재(人材)는 약(藥)’ 에 비유하는 탁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기의 말을 풀이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 않아 어지러운 양상이 나타나면 바른 인재를 적제 적소에 배치해 올바른 정령(정책)을 펼쳐 바로잡아야 한다’고 아래와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자는 의원과 같다. 의원은 맥을 짚은 뒤 증세를 잘 살펴 처방을 내린다. 증세에는 음과 양이 있고, 맥에는 부침과 강약이 있다. … 증세를 잘 알고 맥을 잘 짚어 처방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의원이 아니다. 비록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과 같은 식견을 지녔을지라도 떠들어대기만 하고 치료하지 않거나, 증세도 모르고 맥도 제대로 짚지 못하고 떠도는 말을 쫓아 처방을 내리면서 ‘스스로 유능하다’ 라고 떠 벌이면 이는 천하를 해치는 짓이다. 치란(治亂)은 증세, 정영(政令)은 처방, 인재(人材)는 약(藥)이다. ….. 처방이 증세에 부합하고 약도 오차가 없었던 까닭에 천하의 병은 치유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
환자에게 명의가 필요하듯이 난세에는 인재가 나서서 때를 놓치지 않고 혼돈과 기강해이의 징후가 보일 즈음 초기에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유기의 주장입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역량의 인재가 난세를 다스리는데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입니다.
지역과 이념, 정당과 정파간, 지난정권과 현정권, 젠더와 세대 간 갈등으로 사분오열된 이나라를 다스리는데 적합한 인재는 과연 어떤 소양과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요.
생각을 유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항에 답하는 방식으로 미래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머리속에 그려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1. 정직한 사람인가?
2. 책을 가까이 두는가?
3. 유머 감각이 있는가?
4.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가?
5. 소통을 잘 하는가?
6. 맞지 않은 사람도 포용하는가?
7. 의지할 만한 멘토가 있는가?
8. 주변에 믿을 만한 친구가 많이 있는가?
9. 겸손한 사람인가?
10.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11. 일을 함에 있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가?
12.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인 사고를 하는가?
13. 분노 조절을 잘하는가?
14. 약자를 위하는가?
15. 경제에 관한 적절한 안목을 갖추었는가?
16. 조급 해하지 않는가?
17. 기회를 만들어 갈 줄 아는가?
18. 인내심이 있는가?
19. 신념이 있는가?
20.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추었는가?
위의 20가지 checklist에 열거된 항목은 채복기 지음(북스토리간)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 다시 링컨” 288쪽에 첨부된 ‘링컨리더십 체크 리스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앞으로 대한 민국을 양 어깨에 걸머질 지도자감이라면 기본적으로 이정도의 소양과 자격을 갖춘 인격자라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권력(權力) 내지 권좌(權座)라고 표현할 때 두단어를 구성하는 한자 권(權)자는 공히 나무목(木)과 황새관(雚)의 합성어로 또는 저울추 권(權)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둘 다 리더는 공동체를 지휘하는데 균형을 잡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강한 느낌을 주는 상징어로 다가옵니다. 황새가 극단적으로 나뭇가지 끝에 앉으면 힘의 방향이 한쪽으로 쏠려 나무를 휘게 하여 공동체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울추도 만인에게 공평한 잣대로 무게를 다는 역할을 할 때에만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에게 모든 가족 구성원이 사랑스런 자녀이듯 권력자도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불편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해야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는 이치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욱리자 제24장 덕승(德勝)에 관한 문답 글을 소개합니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쟁으로 영일이 없는 우리나라 정치판에 ‘비록 거짓된 인의(仁義)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욱리자의 말이 큰 울림으로 와 닿습니다.
누군가가 나 욱리자(郁離子)에게 천하를 놓고 다 투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비법을 묻는다면 ‘덕(德)’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찌해서 덕(德)이 이기는지 묻는다면 이같이 대답할 것이다.
‘큰덕은 작은 덕을 이기고 작은 덕은 무덕(無德)을 이긴다. 큰덕은 큰힘을 이기고, 작은 덕은 큰힘에 필적한다. 힘은 적을 만들고, 덕은 힘을 낳는다. 힘이 덕에서 생겨 난 것이라면 그 힘은 천하무적이다. 힘의 의한 승리는 한때이지만 오래된 덕의 의한 승리는 그 만큼 오래 간다. 무릇 힘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 힘을 쓴다. 오직 큰 덕만이 여러 사람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덕은 궁박 함이 없으나 힘은 곤경이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춘추오패의 거짓된 인의에 대해 말하자 누군가가 물었다.
‘그들을 두고 어찌 뭐라고 말 할 수 있습니까?’
욱리자가 대답했다.
‘그건 어진 사람이 할말이 아니오. 춘추오패의 시대는 천하가 극도로 어지러웠소. 제후들의 덕은 더 낳아 질 수 없었소. 비록 거짓된 것이기는 하나 그렇지 못한 것보다 나았소. 이 때문에 공자 같은 성인이 그들을 인정 인정한 것이오. 그래서 말하기를 ‘진실된 인의는 거짓된 인의 보다 낫고, 거짓된 인의 라도 없는 것 보다 낫다고’ 하는 것이오. 천하의 지성(至誠)은 만나 볼 수 없으니 거짓된 인의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 일 것이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