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만 달러 진실’ 역사 속에 묻히다
검찰, 盧 전대통령 수사내용 공개안해… 신문조서 등 기록은 영구보존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 21명 기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의 정관계 로비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6개월여의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막을 내렸다. 청와대와 국회, 법원, 검찰, 경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힘 있는 권력기관의 전·현직 고위인사 30여 명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이 사건은 사상 최대 규모의 로비사건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도덕성’을 무기로 대통령 직에 올랐던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이 사건에 휘말려 온 국민은 검찰 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영구미제’ 사건이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12일 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내사 종결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는 박 전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부분 역시 내사 종결하고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사람이 사망해 기소하지 못할 경우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면서 뇌물을 준 사람도 기소하지 않는 게 관례다. 공여자만 기소할 경우 재판에서 뇌물 수수자 측의 변론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고 자백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송금 자료, 환전 자료 등 증거를 근거로 박 전 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혀 노 전 대통령의 의혹도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4월 30일 대검 중수부의 특별조사실에서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은 영구 보존돼 역사의 기록물로 남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사법적 평가가 불가능하게 됐으나 후일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통상 검찰 수사기록을 5년간 보존하지만 중요 사건 기록은 영구 보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수사가 완결되지 않아 640만 달러 수수 의혹 관련 증거를 수사결과 발표문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이 사건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배포한 수사결과 발표문에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요지와 수사 과정에서 64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단서를 확보하게 된 경위를 명기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회장을 포함해 그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모두 21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등 7명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 한나라당 박진 김정권 의원, 민주당 서갑원 최철국 의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이택순 전 경찰청장,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 등 14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태호 경남지사에 대해선 돈을 전달한 참고인 조사가 아직 안 돼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기사입력 2009-06-13 02:59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