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안주인들은 가래떡을 만들어 알맞게 굳혀 썰어두는 것으로 세찬상 준비를 시작했다.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 있는 음식 떡국이 있는 맛있는 세찬상 이야기.
지금은 흔한 풍경이 아니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설이 되면 아낙들은 큰 대야에 잘 불린 쌀을 담아놓고 고운 밥상포로 덮어 방앗간에 가곤 했다. 그날은 온 동네 아낙들이 방앗간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지라 긴 줄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기다림의 끝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받아 들면 그제야 아낙들은 집으로 향했다. 반나절 정도 가래떡을 채반에서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떡을 썰었는데, 이로써 명절 음식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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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떡국은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설날, 청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깨끗한 흰 떡국을 끓여 먹게 된 데서 유래했다. 이날의 떡국은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하여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한다. 떡국은 지방에 따라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북쪽 지방에서는 만두를 넣어 함께 끓이기도 한다. 함경, 평안, 황해 등 북쪽의 삼도에서는 설 차례상에 주로 만둣국을 올렸고 충청, 전라, 경상 등 남쪽의 삼도에서는 떡국을 차렸다고 알려져 있다. 남과 북이 만나는 경기와 강원에서는 떡국과 만둣국을 모두 먹거나 아예 떡만둣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떡만둣국에 들어가는 만두는 쌈을 싸서 빚었다 하여 ‘복’을 주는 음식으로 여겼다. 떡국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다진 소고기를 볶아서 얹거나 온면처럼 오색의 채로 된 고명을 얹기도 한다. 또한 작은 고기산적을 지져서 얹기도 하고 달걀로 줄알을 치는 대신 지단을 부쳐서 넣기도 한다.
떡국의 맛은 뜸이 잘 들고 적당하게 말라 쫄깃한 식감의 떡국 떡에도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물이다. 떡국의 국물은 지방에 따라 그 재료가 달라지는데 양지머리나 사태, 사골 혹은 닭고기나 멸치 육수 등으로 맛을 내기도 한다. 국물을 내는 데 사용했던 고기는 건져 얇게 썰거나 가늘게 뜯어 양념해 얹어 먹으면 떡국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육수를 아무리 맛있게 내도 다량으로 떡국을 끓이다 보면 떡이 붇거나 국물이 걸쭉해질 때가 많다. 떡국을 다량으로 끓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국숫집에서 국수를 미리 삶아놓고 국물에 흔들어 면을 뜨겁게 하는 것과 같이 끓는 육수에 떡을 넣고 5분 정도 끓인 뒤 건져놓고 먹기 직전에 한소끔 끓여 내면 떡이 붇지 않고 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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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산물 떡국
해안가가 많은 경상도의 떡국은 해산물로 육수를 우려 국물이 시원하다. 멸치를 비롯한 굴이나 미역, 조개 등이 대표적인 육수 재료다.
2. 굴떡국
멸치, 새우, 다시마 등을 우려낸 육수를 이용하면 담백한 맛이 한결 더 좋아진다. 굴떡국의 고명으로는 김을 구워 잘라 올리는 것이 좋은데, 구운 김은 굴의 비릿한 맛을 상쇄해주고 구수한 맛을 더해준다.
3. 양지머리 육수 떡국
양지머리 육수에 조랭이 떡을 넣고 청장, 소금, 후춧가루로만 간해도 국물 맛이 심심하니 맛있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서는 멸치나 양지머리, 사골 등으로 떡국의 육수를 내곤 했다. 국물을 내는 데 사용했던 양지머리는 건져서 얇게 썰거나 가늘게 뜯어서 양념하여 건지로 얹었다
4. 닭장떡국
닭장이란 닭을 간장에 조려 만든 것으로 예부터 전라도에서는 닭장을 만들어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닭장에 떡국 떡을 넣고 바로 끓여 대접하곤 했다. 꿩고기로 육수를 내어 끓이던 것을 요즘은 닭을 넣고 끓여 먹는다. 육수를 낼 때 대파를 넣으면 닭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5. 떡만둣국
주로 강원도 지방에서 즐겨 먹는 떡만둣국의 만두는 고기보다 김장 김치를 더 많이 다져 넣고 만들어 매콤하고 개운하다. 여기에 직접 만든 손두부를 넣으면 더욱 담백하고 깊은 만두 맛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