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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08
씬1.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의 침소 (밤)
송매설수, 검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아미·술이, 옆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송매설수의 뇌리에 갖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플래시) 8부 씬25
호동 : 어마마마와 한 번 겨뤄보고 싶습니다.
검복의 매듭을 짓는 송매설수의 손길이 파르르- 떨린다.
(플래시) 8부 씬25
호동 : 소자, 스승께 배운 것은 힘에 검이 아니라, 혈육이라도 벨 수 있는 검이었습니다.
송매설수, 입술을 깨물며 머리를 묶으려 비단끈을 든다.
“왕비마마.. 저희가..” 하며 아미, 빗을 집어 들고. 술이, 송매설수의 손에 들린 비단끈을 받으려 하면.
송매설수, 팔로 술이의 손을 밀쳐내고 비단끈 한쪽을 입에 물고 머리를 묶기 시작한다.
(플래시) 8부 씬26
송수지련, 화사하게 웃고 있다.
송옥구 : 지금 왕비마마는 시든 꽃이오니, 더는 열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송옥구 : 비록 제 딸이오나, 폐하와 고구려에 죄를 지은 여인이니 왕비에 위를 폐하고, 새 왕비로 후사를 이으셔야 합니다.
송매설수, 다탁에 놓인 술주전자를 들어 한잔 따라 마신다.
송매설수 : 검을 가져오너라.
아미 : .. (술이를 보며, 나지막이) 어떡해..
송매설수 : (버럭) 귓구멍에 고래기름이라도 퍼부었느냐! 검 가져오라니!!
술이 : .. 예, 마마..
술이, 침상 쪽으로 가 그 밑에서 검이 든 긴 오동상자를 꺼낸다.
송매설수, 다탁에 놓인 술주전자를 든다.
문 열리고, 시녀장 황급히 들어온다.
시녀장 : 마마! (술주전자를 잡는다)
송매설수 : .. (다른 손으로 시녀장의 손을 떼 내고, 그냥 주전자째 한 모금 마신다)
술이, 나무상자에서 송매설수의 검을 꺼낸다.
술이 : 여기.. (송매설수에게 두 손으로 올리는)
시녀장 : 아니되옵니다! (송매설수 앞을 막아선다)
송매설수 : (검으로 시녀장의 목을 겨눈다)
시녀장 : 차라리 이년에 목을 베고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송매설수 : 오냐, 베주마! (검집에서 칼을 빼며) 누구든 내 앞을 막는 자, 다 죽여 버릴 것이야!!
아미·술이, “꺄-/살려주세요, 마마!!” 소리치며 복도와 연결된 문을 열고 도망친다.
송매설수, 완강하게 자신의 앞을 막고 버티는 시녀장의 눈을 바라보다 비켜서 경의실로 걸어간다.
씬2. 동, 송매설수의 침소 경의실(更衣室) (밤)
침실에 딸린 일종의 드레스룸. 송매설수의 옷과 장신구들, 신발 등이 수납되어 있다.
송매설수, 벽 한쪽에 위장돼 있는 나무판을 뜯어내고 보석함 같은 은함(銀函)을 꺼낸다.
은함을 열면 암기 매화표(梅花?, 매화꽃잎모양의 칼날이 믹서기날처럼 회전하며 살을 파고든다)와
뚜껑달린 작은 자기병이 들어있다.
송매설수, 자기병 뚜껑을 열어 매화표에 붓고, 자기병은 바닥에 던진다. 은함의 색이 검게 변한다.
시녀장, 들어와 그 모습을 본다.
시녀장 : (은함의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
시녀장, 자기병을 주워 코에 가져간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손끝으로 자기병 입구에 묻은 액체를 조금 찍어 신중하게 혀끝에 맛보려면.
송매설수 : 똥인지 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건 아니잖니. 관둬라. 호동보다, 널 먼저 앞세우고 싶지 않으니.
시녀장 : (떨리는) .. 이것이 다 무엇입니까?
송매설수 : 상양어(湘洋魚).
시녀장 : !
송매설수 : 참을 만큼 참았다. 몇 번이고 그걸 입에 털어 넣고 싶은 내 마음도 참았고, 날 이리만든 호동일 죽이고픈 마음도 참았다.
이만 참았으면 됐다.
송매설수, 독약 묻힌 암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품에 넣는다.
시녀장 : 마마!!
송매설수 : 비류나부가 망하든·죽든 상관없다! (문쪽으로)
시녀장 : 이 년, 마말 버린 비류나불 걱정하는게 아니옵니다.
송매설수 : (본다)
시녀장 : 그 문을 나가시면 마마가 죽습니다. 왕자님 손이든, 폐하에 손에든.. 마마가 죽습니다..
송매설수 : ..
시녀장 : (안쓰러운 눈빛으로 송매설수를 보며) 이 천한 년, 오직 한 소원은 늙어 천수를 다 하신 마마를..
왕후의 능에 모시고 가는 것이옵니다..
시녀장, 자리에 부복하며 감정이 복받쳐 운다.
송매설수 : 난 죽음이 두렵지 않다..
시녀장 : 마마..
송매설수 : 난 이미 귀신이다. 오선전 돌무덤에 파묻힌 귀신. (처연한) 살아있는 사람이.. 어찌 이리 외로울 수 있겠니..
씬3.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호동, 낙랑국 지도를 보고 있다.
문 열리고, 송매설수 들어온다.
호동, 지도에서 시선 돌려보면. 검복차림의 송매설수, 머리를 동여매고 칼을 들고 서있다.
송매설수 : 나하고 겨뤄보고 싶다 했지? 나 또한 그렇구나.
호동 : (놀리는) 지금은 소자보다 수지련이란 여인을 (송매설수의 검을 보며) 베는게 바쁘지 않으십니까?
송매설수 : 니가 나를 조롱하는구나.
호동 : 아버지가 딸을 버리고, 여동생이 언닐 밀어내겠다 설치는 마당에, 소자 말 한마디에 뭘 그리 노여워하십니까?
송매설수 : 흐흥.. (자조적인 웃음) 하긴. (고개 끄덕이고)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있으랴. 이 모든 원인은, 너 아니더냐?
호동 : 왕권에 도전하는 비류나부에 오만방자함 때문이 아니구요?
송매설수 : 관두자, 입씨름은. 피곤해.
송매설수, 검집째 호동의 목을 겨누며.
송매설수 : 네 아버지가 준 칼이나 잡아라.
호동, 일어나 좌대에서 대무신왕이 준 검을 집어 든다.
씬4.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의 집무실 (밤)
대무신왕과 우나루, 을두지, 추발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을두지 : 비류나부는 지금 수양전을 겨냥하고 있사옵니다.
대무신왕 : 내 이미 아는 사실. 지루하니 모르는 것만 말하라.
을두지 : 왕자마마를 태자로 세우십시오.
추발소 : (OL) 안됩니다, 폐하.
을두지 : 이미 왕자마마 기다릴 만큼 기다리셨네. 그러고도 자네가 왕자마마에 스승이란 말인가?
추발소 : 비 오면, 비 막아주고. 눈 오면, 눈 막아주는 이가 스승입니까? 제 몫은 왕자에게 현실정치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대무신왕 : (추발소를 보며) 그대가 말하는 현실정치란 뭔가?
추발소 : 한 사람이 죽어야 한 사람이 사는 것. 그것이 정칩니다.
을두지 : 비류나부를 위해 호동왕자를 희생시키자?
추발소 : 송옥구는 왕후마마까지 버렸습니다. 상응하는 대가를 주지 않으면, 고구려가 깨집니다.
대무신왕과 을두지, 추발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을두지 : (우나루를 보며) 대장군은 왜 말이 없소?
우나루 : (대무신왕에게 뜬금없이) 그 여자 말이에요, 이쁩니까?
씬5.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便睡殿) 한 방 (밤)
송수지련, 시비들 없이 몸단장을 하고 있다.
문 열리고, 여랑 들어와 머리 빗고 있는 수지련을 본다.
수지련 : (열린 문을 보고) 춥습니다, 공주마마~
여랑 : 마자수 건너 돌아가지 그래? 여기 널 환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수지련 : (웃으며) 환대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왕비가 되려 왔습니다.
여랑 : 와하하하- (웃는다) 글쎄, 과연 뜻대로 될까 몰라.
수지련 : 정말 춥군요. 말씀 길어지실 것 같으면 (문을 보며) 닫구 이리 앉으시든지요.
여랑 : 숯불을 가져다주라 하지. (나가려는)
수지련 : 화로는 됐으니, 먹을 거나 좀 보내주시든지요.
여랑, 어이없어 돌아보면 수지련 빙그레- 웃는다.
씬6.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의 집무실 (밤)
대무신왕과 우나루, 을두지, 추발소 이야기 나누는.
우나루 : 원래 남남북녀라고, 미인들은 다 마자수 건너 비류나부에 우글우글 모였잖아요~ 우리 왕비마마도 그렇고 흐흐~
을두지 : (민망한) 이봐요, 대장군.
우나루 : 열여덟, 딱 좋을 때다~ 탱탱하니~
우나루, 이야기 하는 동안 문 열리고 여랑 들어와 남편을 째려본다.
여랑 : 좌우간 남자들이란, 어린 여자라면 사죽을 못쓰지. 세월 지나믄 흐트러지는게 몸매구, 주름지믄 여자 얼굴 거기서 거긴데.
우나루 : 뒷날 생각할게 뭐 있소. 우선 보기 좋음 되는 거지. (웃는)
을두지와 추발소, 여랑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읍한다. “공주마마 오셨습니까?(추발소)” 인사 건네고.
대무신왕 : 쯧쯧. (너그러운) 정무 논하는 자리에 불쑥.
여랑 : (애교스럽게) 이게 신하들하고 의논할 일인가요. 궁에 새 여자를 들이는 건 왕실일이고, 집안일인데. (자리에 앉는)
을두지 : (잠시 생각하다) 신들은 이만 물러가 있겠습니다.
을두지와 추발소, 대무신왕에게 읍하고 문쪽으로.
여랑 : 오라버니 어쩔 꺼에요? 언닐 쫓아내고, 정말 그 여잘 새 왕비로?
우나루 : 좋으시겠습니다, 양손에 떡 들고. 입맛대로 고르기만 하면 되니.
대무신왕 : 농담은 그만하라. 고구려에 대장군이 어찌 그리 가벼운가.
우나루 : (정색하고) 폐하께서 너무 심각하십니다.
대무신왕 : 우나루!
우나루 : (OL)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답은 언제나 졸라리 단순한 겁니다. 골 빠지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어요.
대무신왕 : 그 간단한 답이 대체 뭔가?
우나루 : 왕굉·최리 뚜드려 잡아야 되는데, 지금 비류나부 비위 건드려 좋을게 뭡니까?
대무신왕 : (본다)
우나루 : 왕비마마는 정비로, 수지련은 차비로 두세요. 좋잖아요~ 꽁먹구, 알먹구. 원래 재물하고 여잔 다다익선 아닙니까~
여랑 : 이봐요!
우나루 : (무시하고, 진지하게) 어쩔 수 없으면 상황을 그냥 즐기십시오.
대무신왕 : ..
씬7.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후원 뜰 (밤)
송매설수, 검을 꺼내고 멀리 검집을 집어 던진다.
호동, 검 아직 뽑지 않고 있다.
송매설수, “호동!!!” 외치며 뛰어올라 호동을 공격한다.
호동, 뒤로 공중제비 돌며 송매설수의 칼을 피한다.
송매설수, 호동이 착지하는 순간 주저앉듯 최대한 자세를 낮춰,
칼을 스핀시키며 호동의 두 발목을 자르려 원형으로 크게 휘두른다.
호동, 공중제비를 돌아, 착지를 안할 수 없는 상황.
호동, 송매설수의 칼의 혈조(血爪) 부분을 발레하듯 발끝으로 살짝 밟고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튕겨 착지한다.
호동, 그래도 칼을 뽑지 않는다.
송매설수 : (냉소) 많이 컸구나.
호동 : 마마는 두 번이나 날 죽일 수 있었지만, 놓쳤죠. 더는. (안된다는 뜻으로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송매설수 : (놀리는) 기회는 항상 세 번 있다잖니? 난, 오늘이 그날일 것 같은데? 건방 떨지 말고 칼이나 뽑거라.
호동 : 제가 핏덩일 때 강보에 쌓여 마마의 품을 빌린 빚을 갚느라, 이미 두 수를 양보했습니다. 한 수 더 접어 드리죠.
송매설수 : 이런 시건방진!!
머리끝까지 열 오른 송매설수, 호동을 매섭게 공격한다. 현란한 칼놀림으로 호동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고.
송매설수, 품에서 독을 묻힌 매화표를 한줌 꺼내 호동에게 던진다.
호동, 갑자기 날아오는 암기에 당황한다. 더러는 검집으로 쳐내고, 몸을 날리기도 하며 피하다가, 나무 위로 날아오른다.
송매설수, 남은 암기를 전부 호동에게 날린다. 그 중 매화표 하나가 호동의 신발을 스치며 나무둥치에 박힌다.
호동, 땅으로 내려서서 나무둥치에 꽂힌 매화표를 빼서 본다.
호동 : 잘 만들었군. 진짜 매화꽃잎 같이.
호동, 잠시 보다 손끝을 깨물어 피를 낸다. 매화표에 핏방울 떨어트린다. 피가 바그르- 끓으며 색깔이 변한다.
호동 : 하하- (웃고) 비류나부선 이런 것까지 가르쳐 여잘 보내는군요.
송매설수 : 그럼 죽고 사는게 장난인줄 알았더냐?
호동 : (매화표를 보다, 미소 짓고) 이젠 정말이지 봐줄 수 없군요.
호동, 매화표를 송매설수의 목 가까이 스쳐가도록 던져 나무에 박고. 대무신왕이 준 검을 빼든다.
호동 : 당신이 날 못 죽였으니, 내가 당신을 죽이죠.
호동, 검을 들고 송매설수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씬8. 고구려, 국내성 일각 (밤)
을두지와 추발소, 걸어온다.
추발소 : 공주 말씀처럼, 이건 폐하께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젠지도 모릅니다.
을두지 : 왕에게 개인의 일이란게 있을 수 있는가?
추발소 : .. 야직관(夜直館)에서 얘길 더 나누시죠.
을두지 : 먼저 가 있게. 잠드시기 전에, 잠시 왕자마마부터 뵙고.
추발소 : 언제까지 비 오면 비 가려주고, 눈 오면 눈 가려주시렵니까? 비류나부, 호동왕자. 결론이 어떻든 그들 몫입니다.
그냥 두면 절로 균형이 잡힙니다.
을두지 :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가 싸운다. 누구 편도 들지 않는게 균형인가? (고개 젓는다)
힘없는 이 편에 서는 것이 균형이고 중용일세.
을두지, 걸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추발소.
씬9.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후원 뜰/을두지 있는 곳 (밤)
을두지, 수양전 후원 문으로 들어온다.
호동, 송매설수를 매섭게 공격하고 있다. 송매설수, 이미 힘에서 호동에게 밀린다.
을두지 : ! (놀라서 멈춘다)
을두지, 두 사람이 대련을 하는 것인지, 진검승부를 내는 것인지 알지 못해 잠시 나무 뒤로 피해 바라본다.
호동, 이제 끝을 보겠다는 생각이다. 땅을 박차고 솟구쳐 두 손으로 검을 잡고 혼신을 다해 송매설수를 내리친다.
송매설수, 결국 칼을 놓치고 바닥에 넘어진다.
호동, 칼을 고쳐 잡고 송매설수의 목을 베려 한다. 송매설수, 주저앉은 자세로 호동을 똑바로 쏘아본다.
호동, 송매설수의 그 당당한 눈빛을 보며.
호동 : 죽는게 무섭지 않습니까?
송매설수 : 네 아비 무휼이 내 마음을 짓밟아 죽였는데. 이깐 몸뚱아리?
어차피 몸뚱이란 물로·불로·흙으로·공기로 흩어지는 거 아니더냐. 흐흥.. (자조적인 웃음)
호동 : 제법 쎈 척 하시는데요.
송매설수 : 쎈 척이 아니라 약해서다. 사는 걸 감당 못할 만큼 약해져서.
호동 : ..
송매설수 : 희망이 무너지면 더 이상 살 이유를 찾지 못하는 거니까.
(짜증을 와락 낸다) 어서 죽여! 귀찮다, 너랑 이러고 말 섞는 것 자체가!
호동, 눈에 살기를 띄고 송매설수를 베려고 칼을 높이 든다.
순간, 호동의 시선에 나무 뒤에서 보고 있는 을두지가 보인다. 을두지, 경악한 표정으로 호동을 본다.
호동 : !!
을두지 : !!
호동, 검을 휘두른다.
송매설수, 눈을 감았다 뜬다. 송매설수의 허리끈이 툭, 끊어져 땅바닥에 흐른다.
송매설수 : (허리끈을 들고 본다) .. (호동을 본다) 날 죽일 배짱이 없더냐?
호동 : 이미 죽은 사람, 한번 더 죽여 뭐하겠습니까?
송매설수 : 뭐..라?
호동 : 아바마마께 외면당해. 친아버지한테도 버림받아. 이젠 사촌여동생에게 왕비자리까지 뺏기게 된 그림자 인생.
굳이 내 칼로 베야 할.. (고개 젓는다)
송매설수 : !
호동 : 당신은 점점 더 늙을 테고, 나는 왕이 되겠죠. 지금처럼 사세요. 뒷방에서 몸 낮추고 있는 듯 없는 듯.
송매설수, 허리끈을 들고 일어나 부들부들- 떤다. 모욕당한 송매설수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송매설수 : 그래.. 뒷방에서 조용히 늙어주마. 거기서 오만함이 널 어찌 죽이는가 내 눈으로 지켜보고
(허리끈을 보이며) 이걸로, 네 관을 묶어주마.
호동 : 그러시든지요. (빙긋- 웃고) 어마마마, 밤이 깊었습니다. 편히 침수 드십시오~ (읍한다)
송매설수 : ..
송매설수, 호동을 쏘아보고 돌아선다. (Dis)
씬10.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한 방 (밤)
송수지련, 밥을 먹고 있다. 반찬은 고기반찬 한 가지, 소금간한 나물 한 가지(고사리 정도/당시는 고춧가루 없음).
수지련, 공기를 손에 들고 젓가락으로 맛있게 먹는.
문 열리고, 대무신왕 들어와 본다.
대무신왕 : 먹성이 좋군.
수지련 : (보고) 한참 먹을 때니까요. (방긋- 웃고) 함께 드시렵니까?
대무신왕 : (농담처럼) 됐다. 한참 먹을 때가 지나서.
수지련 : (공기와 저를 놓고 입가를 비단수건으로 닦으며 일어선다) 어서오십시오, 폐하.
수지련, 대무신왕에게 읍한다.
대무신왕, 안쪽으로 와서 의자에 앉는다.
대무신왕 : 내일 돌아가라, 집으로.
수지련 : 매설수 언니가 폐하께 드릴 수 없는 걸 전, 드릴 수 있습니다.
대무신왕 : 비류나부 여자는 누구든 내게 결코 아이를 줄 수 없다.
수지련 : 제가 폐하께 드리고픈 것은 즐거움입니다.
대무신왕 : (본다)
수지련 : 왕이 되면 뭐하고, 권력을 가지면 뭐하나요,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면. 그 힘든 걸 누가 갖기 원하겠어요?
대무신왕 : (생각에 잠기는) 즐거움이 뭔지 나는 잊었다.
수지련 : 폐하는 좀 쉬셔야 합니다. 폐하를 위해 노래하고, 춤추고. 폐하의 머리를 빗겨 드리고,안아 드리고..
폐하에 마음을 제 가슴에 얹어 쉬게 해드리겠습니다.
대무신왕 : 네 말이 달콤하구나.. (일어나 수지련을 안고 입술을 가져간다)
수지련 : (붉어져) 반찬냄새가.. (몸 빼려는) 양치물을 하고 오겠나이다.
대무신왕, 그대로 수지련을 안고 입맞춘다.
씬11. 동, 방 앞 (밤)
검복 차림의 송매설수, 걸어온다.
내시장, 문 앞을 지키고 있다.
내시장 : 마마. 어인 일이시옵니까?
송매설수 : 동생을 보러 왔다.
내시장 : (곤란한) 밝은날 오시옵소소. 지금은 대왕마마께오서 드셨습니다.
송매설수, 내시장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려.
내시장, 송매설수의 검을 잡는다.
내시장 : 마마!
송매설수 : (검을 내시장에게 주고) 이제 비켜라. 아직은 내가 고구려에 왕비다.
씬12.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한 방 (밤)
대무신왕, 수지련에게 입맞춤하고 있는데 문 열리고, 송매설수 들어온다.
문소리에 보는 수지련.
수지련 : 언니..
대무신왕 : (그 소리에 수지련을 안았던 손 풀고, 송매설수에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군.
송매설수, 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끈을 풀어 머리카락을 내려트린다. (석고대죄 하는 것과 같은, 請罪의식)
대무신왕 : .. 무슨 행동이오, 건?
송매설수 : 이 몸 갈 곳이 없나이다.
대무신왕 : (본다)
송매설수 : 아비에게 버림받고.. 비류나부에서도 버림받고.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이 늙어갈 이 몸을 불쌍히 여겨주소소.
수지련 :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언닌 자존심도 없으세요!
송매설수 : 저 문을 열기전에 그런 건 다 버리고 왔다. (대무신왕을 보며) 그대까지 저를 내치시면..신첩, 목을 맬 수밖에 없나이다.
송매설수, 무릎걸음으로 기어와 대무신왕의 신발을 두 팔로 끌어안는다.
씬13.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호동과 굳은 표정의 을두지 들어온다.
호동, 검집을 좌대에 올려놓고.
호동 : (다정하게) 앉으세요.
을두지, 호동의 뺨을 호되게 친다.
호동 : !!
을두지 : 대체 어느 아들이 어머니에게 칼을 쓴단 말입니까!
호동 : 억울하면 힘을 가지라한 건 스승님이셨습니다!! 왕비를 이길 힘! 비류나부를 꺾을 힘!!
을두지 : (차분하게) 제가 말한 힘은 그런게 아닙니다.
호동 : 그럼요!
을두지 : 올바른 잣대를 갖는 것이 가장 큰 힘입니다.
호동 : 꿈속서 노니는 신선 같은 소리 마세요!
을두지 : 고구려를 손에 넣고 싶다. 왕자마마와 왕비마마에 욕망이 부딪쳤을 때, 원칙은 누구에 욕망이 보다 올바른갑니다.
백성들은 선한 쪽을 따라갑니다.
호동 : 하아.. (기막힌 듯 실소하고) 스승님.
을두지 : 그리 부르지 마십시오. 오랜 세월 왕자님께 올바른 잣대를 가르치려 애썼건만 실패했으니..
그대는 제자가 아니고, 나는 스승이 아닙니다.
호동 : 스승님!!
을두지 : 신 을두지, 옥체에 손을 올린 죄, 벌을 청하옵니다. 손목을 끊어내신다 해도, 달게 받겠사옵나이다. (자리에 꿇는다)
씬14.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한 방 (밤)
대무신왕, 부복한 채 여전히 자신의 발목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는 송매설수를 본다.
송매설수 : 폐하 곁에만 머물 수 있다면, 침복방(針福房) 시비라도, 어수관(御壽館) 시비라도 좋아요. 버리지만 말아주소소.
대무신왕 : .. 왕비는 그만 오선전으로 가라.
송매설수 : 폐하. (눈물 흘러내리는 눈으로 올려다 본다)
대무신왕 : (버럭) 사내는 그리 볶아치는게 아니다! 지금 당장 내게서 무슨 답을 얻고자 하는가!
송매설수 : ..
대무신왕 : (송매설수를 보다, 조금 누그러진) 물러가 쉬라. 내.. 그대에게 한 약속은 지킬 터이니.
송매설수 : !
송매설수, 눈빛이 빛난다.
(플래시) 6부 씬4
대무신왕 : 그대 더 나이 들어, 월경이 멈추고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는 날.
그때도 내가 살아 있고, 내 여전히 남자라면. 왕비로서 안아주지.
송매설수 : 폐하.. 고맙습니다.
송매설수, 머리카락으로 대무신왕의 신발에 얼룩진 자신의 눈물을 닦고 입맞춘다.
수지련 : .. (더럽다. 오만상을 찡그린다)
대무신왕 : .. (송매설수를 복잡한 표정으로 본다)
씬15.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호동, 부복하고 있는 을두지를 본다.
호동 : (차게) 좌보는 일어나세요.
을두지 : ..
호동 : 아바마마께서 왜 당신을 내 선생에서 해임하셨나 이제 알겠소.
현실을 잊고, 몽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벌줘 뭐하겠소. 그만 나가주오.
을두지 : 은혜가 불함(不咸)에 닿았사옵니다..
을두지, 일어나 읍하고 문쪽으로 가다 돌아본다.
을두지 : 사제의 옛 인연으로 한 말씀만 올리옵니다.
호동 : ..
을두지 : 도덕이 실종된 힘은, 마치 강바닥에 젓가락을 꽂아 두는 것과 같사옵니다. 조금만 물결이 일어도 바로 뽑힙니다.
을두지, 문 열고 나간다.
호동, 그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씬16.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의 침소 (밤)
송매설수, 들어온다. 걱정하던 시녀장, 다가간다. 아미·술이 “마마~~/기분은 풀어지셨사옵니까?”하며 반긴다.
시녀장 : (감정 숨기고) 다녀오셨사옵니까?
송매설수 : (호동이 베어낸 허리끈을 내민다) 잘 보관해라.
아미 : 망가진 허리끈을 왜..?
송매설수 : 그건 그냥 허리끈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술이 : 예에?
송매설수 : (시녀장에게) 숨죽이며 살 것이야. 조심조심. 그걸 쓸 날이 올 때까지 눈 막고·귀 막고 조용조용.
(하다, 웃는다) 호호호~~ 호호호~~
송매설수, 대무신왕의 말을 통해 한고비 넘겼다 확신하며 통쾌하게 웃는다.
시녀장, 걱정스레. 아미·술이, 의아하게 보는 가운데 송매설수의 자지러질 듯한 웃음소리. (Dis)
씬17.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침상에 앉은 호동, 빛바랜 목수건을 들고 있다.
(인서트) 7부, 씬31.씬33
호동, 맨발로 달려가 을두지 등의 옷자락을 움켜잡는다.
호동 : 스승님.. (을두지의 옷깃에 얼굴을 묻는다)
을두지, 호동의 목에 다시 비단수건을 매어준다.
호동 : 스승님을... 제 마음에 아버지라 여겼습니다...
호동의 눈시울 붉어지더니, 끝내 눈물이 흐른다. (Dis)
씬18. 차차숭의 천막극장, 숙소 (이른 아침)
내무반처럼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눠져, 긴 나무침상 형태로 되어 있다.
기예연습에 지친 아이들, 남·녀로 나뉜 침상에서 긴 이불 덮고 자고 있다.
일품, 자리에서 일어난다. (탈골된 오른쪽 어깨를 삼각끈으로 고정)
일품, 여자들이 자는 침상으로 살며시 올라간다. 소소의 옆, 자명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일품, 살며시 자명의 자리 위쪽 사물함을 열고 바구니를 꺼낸다. 바구니에서 자명에게 갈아입힐 옷 찾는.
손 하나가 나와 일품의 발을 잡는다.
일품, 놀라서 보면 눈을 뜨고 있는 소소.
소소 : 뽀뽀해줘.
일품 : (조용히) 미쳤냐?
소소 : 소리 지를 꺼야. 너가 도둑질하다 들켰다구.
일품 : 누가 믿어?
소소 : 그럼 이건? 몰래 일루 넘어와 날 더듬었다?
일품 : 논다.
일품, 소소의 머리를 쥐어박고 일어난다.
소소 : 야, 행카이! 어차피 넌 내꺼야! 그래봤자, 뿌쿠가 니 동생이지. 애인은 아니쥐~
씬19. 차차숭의 천막극장 안 (이른 아침)
뿌쿠, 여전히 칼 던지기 판에 묶인 채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
일품, 다가와 뿌쿠의 입가를 소매로 닦아주고. 묶인 끈을 푼다.
어깨에 맨 삼각끈이 불편하자 일품, 벗어버리고. 뿌쿠의 결박을 푼다. 뿌쿠, 눈을 뜬다.
일품 : 잘 잤어, 우리 뿌쿠?
뿌쿠 : 나.. 오줌 쌌어.
일품 : 여기 묶어 놓음 다 그래. 똥 싸는 넘두 있는데 뭐. 갈아입자.
일품, 자명의 윗옷 단추를 푼다. 자명의 가슴에 흉터가 나 있다.
일품 : .. (흉터를 본다)
자명 :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키며) 저기 가 있어. 내가 입을께.
자명, 윗옷을 갈아입으며, 자신의 가슴 흉터를 만져본다.
씬20. 낙랑국, 청해헌 모하소의 방 (이른 아침)
모하소, 머리를 빗다가 놀라서 빗을 떨어트린다.
동고비, 모하소에게 이야기 하는.
모하소 : 그게 정말이냐! 삿갓밸 본 어부가 있다는게!
동고비 : 예. 그날 어찌나 바닷물이 심하게 일었는지요. 고기배 하나가 증산포루 못 들어오구 작은바우섬으루 피했답니다.
모하소 : 그래서!
동고비 : 섬 옆으루, 배두 아닌 것이, 삿갓두 아닌 것이. 나뭇잎 마냥 둥둥- 떠내려가서 한참을 봤답니다.
풍랑만 아니믄 건져 봤을 건데, 그냥 흘러가는 것만 봤다구.
모하소 : (떨리는) .. 자명이가 살았단 거냐..?
동고비 : 희망을 가지셔도..
모하소 : 아..아... 하늘님..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손으로 화장대 모서리를 잡는다)
동고비 : 대부인 마님! (붙잡으려고)
모하소 : (괜찮다는 듯이 손을 내젓고) 물길이 어디루 가는지.. 우리 자명이가 바다루 나갔다면..
물길이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아봐라..
씬21. 낙랑국, 청해헌 왕자실의 방 (이른 아침)
차를 마시던 왕자실, 치소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 찻물을 옷에 엎지른다.
치소 : 마님!! 데셨어요!! (왕자실의 치마를 들친다)
왕자실 : (치소의 손등을 아프게 때리며) 너, 내게 뭐랬느냐!! 분명히 바다에 처넣었다질 않았어!
치소 : (기어들어가는) 그 망할 뱃놈이 마님 노리개만 처먹구 거짓말을 시켰나 봐요..
왕자실 : 그러니 자명이 죽은게 아닐지도 모른다?
치소 : (고개를 끄덕이다) 바다루 나갔데두.. 애기들이 어떻게 살겠어요. 젓가락으루 뒤집어두 뒤집힐 것 같은 삿갓배.
가다 뒤집어졌거나.. 물 한모금 못먹구.. 기진해 어떻게 됐거나.
왕자실 : 멀쩡히 길 걷다 엎어져 죽을 만큼 연한 것두 사람 목숨이지만.. 캐두·캐두 안캐지는 풀뿌리처럼 질긴 것두 목숨이야.
치소 : 자명애기씨 살았대두 뭐가 문젠가요? 살아있어주믄 고마운 거죠, 유헌이두 죽었는데. 우리 라희애기씨두 덜 외롭구.
왕자실 : 라희는 낙랑국에 여왕이 될게야. 왕에게 형제·자매는 우애를 나누는 대상이 아니라 피비린내 풍기게될 경쟁자일 뿐이야.
치소 : ! (놀라서 본다)
왕자실 : 해류 잘 아는 놈을 찾아 봐라. 작은바우섬을 지나면 물길이 어디에 닿는지.
(싸늘하게) 이번에도 실수하면 용서치 않을게야.
치소 : 명심하겠습니다. 중부인 마님. (문쪽으로)
왕자실 : (혼잣말) 아.. 어찌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 게야. 왕굉 오라버니 일만으로도 복잡한데.. (미간이 찌푸려지는)
씬22. 차차숭의 천막극장 안
일품, 한쪽에 앉아 있다.
자명, 다가와 무릎을 세우고 풀죽은 모습으로 그 옆에 쭈그려 앉는다.
일품 : 왜? 단장님한테 야단 맞을까봐?
자명 : (고개 젓고) 엄마랑 아버지가 있었으면 (칼던지기 판 턱으로 가리키며) 저런데 묶여 칼받이 안했겠지.
오빠두 떨어지믄 어쩌지.. (천상지희 천을 보며) 아슬아슬 공중곡예 안해두 되구.
일품 : ..
자명 : 엄마·아버지 얼굴 기억나?
일품 : (고개 젓고) 보고 싶니?
자명 : 절대 아니! 얼굴두 모르는 사람들인데 뭐가 보고 싶겠어. 그치만 딱 한번은 만나고 싶어.
일품 : (본다)
자명 : 대체 왜, 우릴 버렸는지. 오빠랑 내가 뭘 잘못했다구 버렸는지! (가슴을 보이며) 이건 왜 생겼는지!
왜 비 올 때마다, 눈 올 때마다 아파서.. 아프구 쑤셔서. 개미가 달라붙어 마구마구 갉는 거처럼 아프게 만든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어!!
일품 : 뿌쿠야.. 세상 모든 일엔 사정이 있는 거야.
자명 : (벌떡-일어난다) 알고프지두 않아! 부모믄 자식 버리믄 안되잖아! 어떤 사정이든 길러야잖아!
굶어죽어두 같이 굶어죽는거잖아! 바다에 버리믄 안되는거잖아!!
일품 : (일어나며) 목 셔(쉬어). 소리 지르면.
자명 : 우리가 쓰레기야! 미역이야!! 바다에 왜 버리냐구우!!! 왜 버려!! 왜,왜,왜!!
일품 : 내가 찾아주께. 오빠가 엄마·아버지 찾아서 우리 뿌쿠 앞에 데려오께. 왜 버렸는지.. 물어보게 해줄테니까..
이러지 마. 응? 응?
자명 : ... 미워! 미워 죽겠다구! 때려주구 싶다구!!
일품, 자명을 안아준다. 자명, 일품의 품에 안겨 운다.
씬23. 낙랑국, 왕검성 외곽 단군신당
모하소, 단군신당 안에 과일을 차려 놓고 향을 피운다.
동고비, 한쪽에 서있다.
모하소 : (단군 그림을 보며) 당신에 선몽으로 얻은 아인데.. 그리 쉽게 잃을 리 없는데. 제가 잠시 의심했습니다.
모하소, 돗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으며, 생각한다.
(플래시) 3부 씬31 모하소의 꿈
어린자명 : (눈망울을 굴리며) 아줌마. 나, 아줌마한테 가 살아두 돼요?
어린 자명, 모하소를 꼭 끌어안는다.
모하소 : 이젠.. 꿈에서 보다 더 컸겠지요.. (단군진영을 보며) 단군왕검이시여, 한번만이라도.. 내 아일 안아보게 해주세요.
제 가슴에 품어보게 해주세요..
씬24. 낙랑국, 영호장원 내당 모양혜의 침소
왕굉, 투덜투덜 거리며 옷 입는다.
모양혜, 투덕투덕- 어설픈 솜씨로 화장을 한다.
왕굉 : 한 이레는 집에서 쉬고 가야지. 몇 년 만에 온건데. 그러지 말구, 양혜야 며칠 더 있다 가자, 어?
모양혜 : 실컷 안구, 실컷 먹구, 서로 콧김 불어가며 얼굴 맞대구 잤음 됐잖아.
왕굉 : 궁홀산서 같이 매사냥두 좀 하고, 그동안 내가 안 잡아서 씨알 굵어진 놈들, 강바닥서 긁어 척척- 회쳐서
당신이랑 술 한 사발씩 마시고.
모양혜 : 그동안 궁궐은 최리한테 맡기구?
왕굉 : 딱 하루만 더 있으까?
모양혜 : 지금 왕검성은 빈집이야, 빈 집. 당신이냐? 최리냐? 깃발 콱! 먼저 꽂는 인간이 임자라구. 모르겠어?
왕굉 : 그래. 가자, 가. 가자구.
모양혜 : 집이 별거야~ 내가 있구, 당신이 있으믄 어디든 다 집이지~
왕굉 : 에그~ 이 똑부러지는 귀염둥이~ (모양혜의 머리를 만진다)
모양혜 : (허리끈을 주며) 묶어봐.
왕굉 : (모양혜의 허리끈을 묶는다)
모양혜 : (빙글-돌며) 어때? 괜찮아? 왕검성 놈들이 촌뜨기라구 안그러겠어? 유행에 뒤떨어진다구?
왕굉 : 모양혜는 말야. 존재 자체가 압도감이 콱!! 밀려와서 안꾸며두 사람들 기가 팍, 죽지. 면적을 많이 차지해서 그런가?
모양혜 : 여보!
왕굉 : 이뻐,이뻐. (안으며) 으음~ 냄새 좋다. (침대를 보며) 양혜야~ 우리 딱, 한 시간만 쉬다 가까?
모양혜 : 능글맞긴~ (살짝, 흘기며 팔꿈치로 왕굉의 가슴팍을 콱- 찌른다)
씬25. 영호장원, 후원 활터
왕굉과 모양혜, 다가온다.
왕홀(17세), 부달에게 활쏘기를 배우고 있다.
왕홀이 활을 쏘면, 과녁 근처에 서있던 시종 깃발을 들어 점수를 알려준다.
시종, “실(失)이오~ 실” 하며 손을 교차해 엑스자를 그린다.
부달 : 하이고.. 또 삑사리네. 지칩니다, 지쳐요. 도련님.
왕굉과 모양혜, 그 모습을 본다.
왕굉 : 쯧쯧.. 어째 너는 늘지를 않니, 홀아.
왕홀 : (돌아보고, 머쓱하게 웃는다) 전 형님 동생 아닌가 봐요. 영- 재주가 없는걸요.
왕굉 : (두 손으로 어깨에서 정강이까지 왕홀의 몸 뼈를 쭉-쭉- 잡아 훑어 내리며) 근골이 약한가..
모양혜 : 재주두, 근골두 문제없어요. 승부욕이 ?종? 그러지. (못마땅하다)
왕홀 : 전 편하게 살구 싶어요. 전쟁터 나가 피 보는 것두 싫구. (모양혜의 옷을 보다) 벌써 올라가세요?
왕굉 : 그래. 이번엔 니 형수랑 같이 간다.
왕홀 : 저두 가요. 자실이 누님두 보구 싶구. 매형이랑 라희두 보구 싶구.
왕굉 : 그럴래? (모양혜) 데려가지.
모양혜 : 어딜! (왕홀에게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야 이 놈아! 형님이 안계시면 니가 여기 영호장원에 주인인데,
가긴 어딜 간단거야, 집을 비우구!
왕홀 : .. (기가 죽는)
모양혜, 왕홀의 활을 빼앗아 전통의 화살을 뽑아 시위를 멕인다. 모양혜, 힘껏 활줄을 당겼다 놓는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화살, 과녁의 중앙에 박힌다. 시종, “갑(甲)이오~갑!!” 노랑기를 흔든다.
부달 : 과연 놀라우신 팔뚝입니다~ 왕굉 대장군은 밖에 장군이오, 모양혜 마님은 안에 여장군이시다~
떠도는 말이 농담이 아닙니다.
모양혜 : (자랑스럽다) 뭐.. 그렇게까지. (활을 왕굉에게 넘긴다)
왕굉, 모양혜에게 활을 받는다. 부달, 전통에서 화살을 하나 꺼내준다.
왕굉, 신중하게 화살을 멕이고 과녁을 보다, 일순 화살을 날린다.
쌔액-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힘 있게 날아가는 화살. 과녁 정중앙에 박힌 모양혜의 화살을 반으로 갈라내며 박힌다.
왕홀 : 와우!! (박수를 친다)
왕굉 : (모양혜를 보며, 씨익- 웃는)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
씬26.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未央殿) 안
미앙전을 둘러보는 왕자실, 치소와 시비, 내시들에게 내부 꾸미는 일을 지시 하고 있다.
왕자실 : 유헌에 후궁들이 묻혔던 지분냄새들은 싹- 거둬내라. 라희가 쓸 곳이야.
(손으로 가리키며) 저쪽으로 문을 내, 목욕실을 앉히자. 장안서 대리암(大理岩)을 들여와, 화려하게.
치소 : 목욕실은 너무 사치한게 아닐까요? 마님.
왕자실 : 무예·학식만큼이나 라희에겐 미모가 중요하지. 여자들이 왜 그리 예뻐지려 애 쓰는지 아느냐?
치소 : 여자 팔자 두레박 팔자라 남자 잘 만날라구요.
왕자실 : 무식한 것. 아름답다는 건 그 자체가 힘이고, 권력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걸 보면 기가 죽지. 모두가 찬탄하고, 경배하고.
치소 : 질투두요.
왕자실 : 거듭 무식한 것. 그냥 예쁜 것과 감히 질투도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격이 다른 거야.
내가 그렇듯, 라희 역시 그리 만들 꺼다.
씬27. 동, 미앙전 앞
왕자실, 치소와 함께 나온다.
류지와 하호개가 다가온다.
류지 : 중부인 마님.
왕자실 : (돌아본다) 그대들이 어쩐 일인가, 여기까지?
씬28. 동, 미앙전 한 방안
왕자실, 류지와 하호개에게서 모양혜가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왕자실 : 오라버니하고 언니가 연을 타고 온다?
하호개 : 북치구,장구치구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왕 다 됐더라구요.
왕자실 : (류지를 보고) 그이에게 말씀드렸는가?
하호개 : 안드리는만 못했습니다. 환영인파 적으면 썰렁하다고, 사람들 동원해 외궁까지 마중 나가라고..
아예, 밥솥 떼다 통으루 왕굉 대장군한테 갖다 바치실 생각인가 봅니다.
류지 : 생각다 못해, 중부인 마님께 왔습니다. 주군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나..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질 않겠습니까?
왕자실 : (잠시 생각하다) 내 눈으로 봐야겠네. (일어난다)
씬29. 낙랑국, 왕검성 외곽
왕자실, 말을 타고 달리고 있다. 그 옆으로 류지와 하호개 말을 달리고 있다. 그 뒤로 치소.
씬30. 낙랑국, 왕검성 외곽 왕굉 있는 곳
왕굉과 모양혜, 연을 함께 타고 궁으로 향하고 있다.
그들에 앞 선 군악대와 영호장원의 장군기. 인파들이 모여, 왕굉을 환호하고 있다.
군사1 : 왕굉 대장군이시다!! 우리 조선을 독립시키고, 새 낙랑국을 일으키신 왕굉 대장군이 영호장원에서 올라오셨다!!
그 옆에 계신 분은 모양혜 대부인이시다!!
왕자실, 한쪽에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류지와 하호개, 치소 왕자실 옆에 서있고.
군중1(고구려의 세작), 사람들 틈에 섞여서 외친다. “대왕마마 만세!! 대왕 마마 만세!!!”
군중심리에 휘말린 사람들, “만세!! 만세!! 왕굉 폐하 만만세!!! 왕비마마 천천세!!!” 외치며 부복한다.
왕자실 : .. (찡그린다)
모양혜 : ..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 흔들어 준다)
사람들, “왕비마마 진짜 후덕해 보이신다” 웅성거리고. 더 힘차게 만세를 부른다.
하호개 : 얼씨구~ 영호장원 것들이 아주 날개를 달았구나. 기가 살아서 지랄들을 하네. (가래를 끌어올려 캭-하고 뱉는다)
왕자실 : (류지에게) 그대들이 나를 찾아 온 것은.. 나와 뜻을 같이하겠다는 이야기라 봐도 되겠소?
류지 : 이 몸 류지, 낙랑국을 위해 반드시 우리 주군이 왕이 되셔야 한다 믿고 있습니다.
왕굉 대장군은 전장을 책임질 순 있어도 일국을 다스릴 분이 못됩니다.
왕자실 : 흐흠.. (생각에 잠긴다)
씬31. 동, 모양혜 있는 곳/왕자실 있는 곳
모양혜, 흐뭇한 미소를 짓고 군중들을 둘러보다 왕자실을 발견한다.
모양혜 : (왕굉의 옷을 잡아당긴다) 저거·저거 자실이 아녜요?
왕굉 : (모양혜의 손가락질을 따라 본다, 반갑다) 그렇군. 마중을 나온 모양인데~
모양혜 : 허이구. 마중은 무슨.. 자기 동생을 이렇게 모를까, 단순해 빠져가지군.
왕자실 : .. (모양혜와 시선이 부딪친다)
류지 : 마님을 본 모양입니다.
하호개 : 제기랄. 거적이라두 폭, 쓰고 있을 걸 그랬나..
모양혜 : (왕자실에게 가까이 오라고 방자한 손짓을 한다)
왕자실 : (류지와 하호개에게) 따라 오게.
왕자실, 부복한 군중들 사이로 연 앞으로 간다.
왕굉, “연을 내려라!!” 소리치고. 연 멈추고.
류지, 왕자실 옆에서 한발 떨어져 읍하고, 하호개, 어쩔 수 없이 장수의 예로 한쪽 무릎 꿇고 군례를 한다.
왕굉 : (류지와 하호개 무시하고, 왕자실에게 웃으며) 마중 나온 게냐?
왕자실 : 예, 오라버니. (살짝 비웃음을 띄고, 모양혜에게) 궁성에 오심을 축하드립니다~ 왕비마마~
왕자실, 소매춤을 맞잡고 팔을 아미로 올려 공손히 읍하고 땅에 부복한다.
사람들, 웅성거리며 “왕자실 마님이시다!/최리 대장군댁 마님이시다. 겸손키도 하시지.” 이런 소리들 하고.
도찰, 인상을 쓰며 보고.
왕굉 : 이런!! 일어 나거라. 일어나.
왕굉, 왕자실을 잡아 일으킨다.
왕굉 : 청해헌 마님을 연으로 모셔라!
부퉁 : 예, 장군.
모양혜 : 그럴거 없어. 내 말을 가져오라. 모처럼 동생과 시원하게 달릴 것이니.
씬32. 낙랑국, 왕검성 일각
왕자실과 모양혜, 말을 달린다.
모양혜, 무리들이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으면 말을 멈춘다.
왕자실, 모양혜 옆에 말을 세운다.
모양혜 : 어떠냐, 자실아. 인생이 쌉싸름하지?
왕자실 : 언니두 참. 쌉싸름할게 뭐 있어요. 달큰하믄 몰라두~
모양혜 : 그럴리가.
왕자실 : 신생 낙랑국 왕굉 대왕에 하나뿐인 여동생이 되는 건데, 달큰할 수밖에요. (눈웃음을 치며 미소 짓는다)
모양혜 : ..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런 왕자실을 보는)
씬33. 청해헌, 후원 일각
라희, 마조에게 검을 배우고 있다.
라희, 엉성한 자세로 영 배울 마음이 없다.
마조 : 그리 건성건성 하시면, 늘질 않습니다.
라희 : 안늘면 말지, 뭐! 여자가 이딴건 배워 뭐한다구! (검을 내동댕이친다)
마조 : 남자든·여자든 난세엔 자기 몸 자기가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최리의 소리) : 마조 장수 말이 옳다.
라희, 돌아보면 최리가 웃음 짓고 서있다.
마조, “장군-” 하며 읍하고.
라희 : 아버지!! (달려가 안기려 하면)
최리 : (안된다는 듯 검지손가락 젓고) 검을 잡아봐라. 내가 봐줄테니.
명색이 아비가 장군인데, 그 딸이 검법 하나 못익혀서야 되겠니.
라희 : 흐흥.. (검을 집어 든다)
라희, 최리를 공격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최리 : 영 게으른 학생이구나.
라희 : 그래서가 아니라, 남자랑 여잔 힘에서 차이가 나잖아요. 어차피 남잔 못이긴다구요, 뭐.
최리 : (검을 내리며) 강하고 약한 건 힘에서 오는 게 아닌데?
라희 : 에이. 말 안돼. (입을 삐쭉거린다)
시비1, 라희의 검을 받고 마실 것을 준다.
최리, 나지막한 바위에 걸터앉는다.
최리 : (웃으며, 라희를 본다) 강하면 바위를 베고, 부드러우면 꽃잎을 베지. 어느 것이 강한 것이냐?
라희 : 바위요.
최리 : 틀렸다.
라희 : 꽃잎요.
최리 : (고개를 젓는다)
라희 : 으이! 어쩌라구요!
최리 : 물과 기름처럼 강한 것과 부드러운 건 우열을 가릴 수 없지. 남자에 검도 여자에 검도 똑같아.
라희 : 그럼 둘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최리 :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큰 사람.
라희 : (최리의 옆에 앉는다) 큰 외삼촌하구 아버지하구 싸우면 누가 이겨요?
최리 : 글쎄.. 겨뤄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마조 : 처음은 왕굉 대장군이 우세하겠지만, 나중엔 아버님이 이기십니다.
대장군에 검은 오직 힘이지만. 아버님에 검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함께 하거든요.
라희 : 그럼 내가 공주가 되는 거 맞네.
최리 :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릴 하더냐.
라희 : 어머니가요.
최리 : .. 네 큰 외삼촌이 낙랑국에 왕이 되실 것이다.
라희 : 왜요!
최리 : 이 애비에겐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니.
씬34.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의 침소 (다른 날/낮)
송매설수, 드디어 낙랑국에 보낼 면복(冕服)을 완성했다. 마지막 마무리 매듭을 지으면, 아미, 작은 가위로 실을 끊어낸다.
송매설수, 자리에서 일어나 면복을 펼쳐 본다.
술이 : 침복방 늙은 것들보다 더 잘 만드셨어요~ 마마.
송매설수 : 그럴 듯하게 되긴 했구나.
씬35.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의 집무실
대무신왕과 호동,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구려 세작(8회/씬17), 부복해 보고를 하고 있다.
호동 : 왕굉이 벌써 왕이 다 된 것처럼 거들먹거려, 최리 지지세력에 반감을 사고 있다?
세작 : (고개 들고) 최리가 막고 있지 않다면, 금방이라도 영호장원·월해청헌이 한 판 붙을 지경입니다.
대무신왕 : 흐흠.. (고개를 끄덕인다)
(내시장의 소리) : 왕비마마 듭시옵니다.
문 열리고, 송매설수와 면복을 받쳐 든 시녀장 들어온다.
송매설수와 호동, 시선이 마주친다. 찰나의 순간 긴장감이 감돌지만 대무신왕 앞이다.
호동 : (자리에서 일어나 읍한다) 어마마마 오셨사옵니까.
송매설수 : (다정하게 웃으며) 왕자도 있었구나~ 요즘은 오선전에 들려주지 않으니, 통히 이 에미, 아들을 볼 수두 없구나.
호동 : 소자가 불효합니다. 송구하옵니다, 어마마마.
대무신왕 : (두 사람을 보다. 송매설수에게) 다 됐는가?
송매설수 : 예, 폐하. (시녀장을 본다)
시녀장 : (공손히 대무신왕 앞 다탁에 올려놓는다)
대무신왕 : (송매설수에게) 애 썼군. 상을 내리지.
송매설수 : 신첩, 폐하의 뜻대로 낙랑이 고구려에 발아래 들어오는데 도움 되면, 그걸로 기쁘옵니다. (읍한다)
대무신왕 : (면복에 시선을 두며) 과연 이 옷이, 왕굉에 수의가 되어 줄 것인가.. 최리에 수의가 될 것인가..
씬36.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康國殿)
대무신왕과 호동, 우나루, 을두지, 추발소 등 신하들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강국전 다탁 위에, 면복이 놓여 있다.
내시장과 내시, 시비들 조용히 움직이며 차를 나른다.
추발소 : 왕굉에게 보내는 것이 옳다 싶습니다.
우나루 : 그렇지. 이걸 최리한테 보내면, 왕굉 그 단순무식한 놈이 삐딱 선을 타서는 최리랑 한 판 붙기 전에,
우리랑 한판 붙자 나올 수도 있다구요.
대무신왕 : .. (듣는)
을두지 : 소신 또한 왕굉입니다. 최리는 낙랑국이 세워지자마자, 국경접경지대에 성을 쌓고, 군사부터 배치했습니다.
이는 우리 고구려를 적으로 보는 것. 무르익은 때가 올 때까지는 왕굉과 우호친선을 도모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나루 : 그렇지. 그동안 왕굉에게 처멕인 뇌물이 얼만데. 까닥하믄 그냥 공으로 날라가고. 원한은 원한대로 살 수 있다구요.
대무신왕 : ..
호동 : 이 면복은 최리에게 보내야 합니다.
대무신왕 : 이유가 뭐냐?
호동 : 최리가 이 옷을 받게 되면, 왕굉은 반드시 최리를 죽일 것입니다.
우리 고구려에게 화를 내는 것은, 왕굉에게 있어 그 뒷일입니다.
우나루 : 왕자·왕자. 까딱하면 그게, 십년이나 처들인 돈이 날라간다니까요.
대무신왕 : 내 뜻도 호동과 같다.
신하들 : (본다)
대무신왕 : 최리는 이미 반듯반듯 잘라 놓은 떡과 같고. 왕굉은 아직 반죽만한 밀가루 덩어리다.
그는 나중에라도 우리 뜻대로 주무를 여지가 있으니 최리부터 부순다.
신하들, “명을 받들겠나이다, 폐하” 읍하고.
대무신왕 : 누가 내 축하글을 가지고 낙랑으로 가겠는가?
씬37. 낙랑국, 왕검성 진양궁 연회실 (다른 날)
호동과 추발소, 사신으로 와있다.
최리와 왕굉, 류지, 하호개, 마조, 도찰, 부달 등의 가신들 있고. 연회실에 음식과 술 등이 마련되어 있다.
다른 연회석에 왕자실과 모하소, 모양혜가 앉아 있다.
추발소, 면복을 들고 있고. 호동, 비단에 쓴 대무신왕의 편지를 읽는다.
(인서트) 대무신왕의 편지
慶賀擊破樂浪郡 回復古朝鮮之地 高句麗與樂浪 皆檀君王儉之後孫 則無乃兄弟之國乎 寡人願新生樂浪國
與我之高句麗 兄弟之友愛 相交平和 贈祝賀膳物冕服 願着服卽位式 此則寡人之王妃 手繡之禮服也 請納之
호동 : 낙랑군을 부수고 옛 조선을 회복했다니 축하하오. 고구려와 그대들은 모두 단군왕검의 후손들로 형제의 나라가 아니겠소.
씬38. 고구려, 국내성 일각
대무신왕,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
수박(手搏)으로 송판을 깨는 대무신왕.
수지련, 대무신왕의 벗은 등에 고인 땀을 비단수건으로 닦아주고. 송매설수, 멀리 떨어져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대무신왕의 소리) : 신생 낙랑국과 우리 고구려가 형제의 우애로 평화롭게 지내기를 희망하며,
축하선물로 즉위식에 입을 면복을 보내오. 내 왕비가 손수 수놓은 예복이니 받아 주시오.
씬39. 낙랑국, 왕검성 진양궁 연회실
호동 : 남부사자는 면복을 가져오라.
추발소, 호동에게 면복을 올린다.
호동, 면복을 가지고 최리와 왕굉이 앉아있는 연회석으로 간다.
왕굉, 흐뭇한 표정으로 호동을 보는데. 호동, 왕굉과 눈 마주치면 짧게 고개 숙여 읍하고. 면복을 최리에게로 가져간다.
왕굉 : !!
모양혜 : !
호동 : 대무신왕께서, 최리대왕이 즉위식을 올리실 때, 이 면복을 입어주기 바란다 하셨사옵니다.
최리 : 허.. (기가 막힌)
왕굉 : 이 무슨 말 안되는 수작질인가!! (벌떡-일어나며) 고구려가 이제껏 나 왕굉을 희롱했단 말인가!!
왕굉, 발소리를 내며 문쪽으로 간다. 모양혜를 비롯해, 영호장원 가신들 모두 자리를 박차고 문쪽으로.
최리, “대장군!!” 부르며 일어난다.
씬40. 낙랑국, 왕검성 한 방
왕굉과 모양혜, 도찰, 부달 모여 있다.
부달 : 죽여야 합니다.
도찰 :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최리를 제거해야 합니다.
왕굉 : 죽여야 하는 건 당연지사. 언제, 어떻게 죽이냔 말이지!
부달 : 오늘이라도 당장. 미룰 거 뭐 있습니까.
모양혜 : 이목을 피해야지! 민심에 눈이 있는데, 우리 대왕이 매제요, 낙랑독립에 같이 목숨 받친 최리를 죽였다.
이런 말 듣게 해선 위엄이 서질 않아.
왕굉 : 언제가 좋겠소?
모양혜 : 나라 밖에서요. 초청을 받았으니, 낙양으로 가 광무제를 만나야질 않겠어요? 동모현으로 가는 길에 죽이세요.
왕굉 : 그게 좋겠군. 배 안에서 최릴 없애지.
씬41. 낙랑국, 왕검성 일각
왕자실, 류지·하호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호개 : 고구려 무휼이 놈,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흐흐~
류지 : 그런 한가한 소린 나중에 하고.. 지금은 영호장원부터 대책을 마련해야지.
왕자실 : 오라버니가 서둘러 움직이실텐데.. 그 때가 언젠질 알아내야 하네.
류지 : 예.. 마님.
씬42. 낙랑국, 왕검성 진양궁 왕굉 있는 방 앞
최리, 복잡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씬43. 동, 왕굉 있는 방
최리, 문 열고 들어온다.
왕굉과 모양혜, 도찰, 부달 그런 최리를 싸늘하게 본다.
최리 : 여기 계셨군요.
왕굉 : 무슨 일인가?
모양혜 : 한창 연횔 즐겨야지, 여긴 어쩐 일인가요?
최리 : .. (사람들을 둘러본다) 다들 나가 있게. (모양혜를 보며) 잠시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모양혜 : 왜, 내가 있음 안되는 일이라도 있나요? 칼이라도 들고 왔나요?
최리 : 형수님..
왕굉 : 다들 물러가 있어. (모양혜에게) 당신도 좀 비켜주고. (Dis)
씬44. 동, 왕굉 있는 방 (시간경과)
최리와 왕굉만이 남아 있다.
왕굉 : 왕이 되고 싶은가?
최리 :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자린 제 자리가 아닌걸 압니다. 낙랑국에 왕좌는 형님 것입니다.
왕굉 : 거짓!
최리, 자신의 옷을 북- 찢는다.
왕굉 : 뭐하는 건가!
최리, 자신의 등을 보여준다. 등에 붉게 부풀어 오른 문신 ‘樂浪’
최리 : 형님의 등에도, 저와 같은 것이 새겨져 있습니다.
단군왕검 사당 앞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붉은 피를 바치자 맹세했던 그 날을 잊으셨습니까..
왕굉 : ..
최리 : 권력에도, 왕좌에도 사심 없이.. 낙랑군을 부수고. 조선백성을 구하자던.. 그 날을 잊으셨습니까..
최리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왕굉, 그런 최리를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씬45. 차차숭의 천막극장, 식당
기다란 나무탁자가 두 개. 탁자 위에 춘장이 담긴 나무종지가 놓여있다.
아이들, 차차숭 앞에 줄을 서있다.
아이들, 밥을 먹기 전에 저울에 몸무게를 단다.
저울(바닥에 내려져 있는 고정형이 아니다), 당시에 사용한대로 나무 지지대 양쪽으로 커다란 대바구니가 달려 있다.
바구니 한 쪽에 아이가 들어가면, 다른 쪽에 차차숭이 돌을 넣어 무게를 잰다.
몸무게가 통과되면, 미추가 서있는 탁자로 간다.
탁자 위에 커다란 광주리 두 개 놓여있다. 한 광주리에는 빵이, 한 광주리에는 씻은 대파가 뿌리채 쌓여있다.
소소가 대바구니에 들어가 있다.
차차숭 : 통과!!
소소, 나와서 미추 앞에 서면 주먹만한 빵 한 개와 대파 한 뿌리를 준다.
미추 : 많이 먹어~
소소 : (빵과 대파를 흔들어 보이며) 고기두 좀 주구 그래요! 천 타구 올라가믄, 아지랑이가 어질어질. 떨어질꺼 같다구요.
미추 : 야 이 년아. 구경꾼 반이 사내구, 그 반은 니 재주 보러 오는거 아니거든. 니 몸 보구 침 겔겔- 흘리러 오는거거덩.
나중에 돈 많은 놈 후려 첩으루 들앉으믄, 입에서 구린내 풍풍- 나도록, 실컷 고기 처잡수셔.
소소, ‘흥!’ 하얗게 눈 흘기고 입 삐죽거리며, 자리로 가 대파를 춘장에 찍어 베물며 빵 먹는다.
묘리, 저울 바구니에 들어간다. 차차숭, 돌을 하나 더 집어넣는다.
차차숭 : 묘리야? 묘리야. 내가 환장하겄다. 넌 어째, 하루에 (돌멩이 하나를 꺼내들고) 딱 요만큼씩 살이 찌냐.
묘리 : .. (나오고) 파만 씹어두 찌는 걸 어떡해요.
미추 : 그럼 파두 먹지 마!
미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묘리, 잽싸게 빵 하나를 훔쳐 한 입에 넣고 파 한 뿌리를 집어 들고 가서, 춘장을 듬뿍 찍어 씹는다.
차차숭 : (혀-끌끌 차고)
미추 : 야 이 미친년아, 너 짐쌀 날 머잖았다. 먹어라, 먹어. 많이 처먹어!
묘리 : (배시시- 웃으며) 낼부터 뺄께요~
줄 서있는 일품과 자명.
차차숭 : (쭉- 훑어보고) 행카이, 통과! (자명에게) 뿌꾸!
자명, 바구니에 들어간다. 저울이 기우뚱하며, 돌멩이 넣은 쪽으로 기울어진다. 자명, 흡족하게 나오며 미추 쪽으로 간다.
자명 : 두개 줘요~ 두개.
미추 : (주려고 하면)
차차숭 : 주지마!
미추 : 응?
자명 : (OL) 왜요!! 내가 묘리두 아니구, 이만큼 날씬한데! 왜 못먹어요!
차차숭 : 땅바닥에 누워 항아리 찰 때야, 그 정도믄 되지만. 공중에 올라가기엔 너무 무겁거덩?
내빈관 공연까지 여섯근(斤, 1근은 약 170g) 빼.
자명 : 공중에..!! 나, 오빠랑 짝지 하는 거에요!!
소소 : (벌떡 일어나며) 말두 안돼!!
일품 : 아직 뿌쿠, 천상지희 할 실력이 안됩니다!
미추 : 내 말이! 걔가 어떻게 올라가!!
차차숭 : 돈 주는 놈이 왕인데, 까라믄 까는 거지. 앉은뱅이 놈이 뿌쿠가 맘에 들었는지, 공연에 넣으라는데 어쩔 꺼야?
씬46. 유릉의 저택, 마당
(자막) 대홍려 유릉의 동모현 저택
커다란 개집이 있고, 그 앞에 죽이 말라붙은 개밥그릇이 놓여 있다.
유릉과 나무바가지에 죽을 담아 들고 오는 시비.
시비, 개밥그릇에 죽을 부으면, 개집에서 목에 쇠줄을 찬 호곡이 기어 나온다.
호곡 : 낙양서 오셨습니까?
유릉 : 왕굉,최리 놈이 올 때가 됐으니. 그 놈들 죽는 걸 내 눈으로 봐야지.
호곡 : 보셔야죠.
유릉 : 죽일 방법은 찾아냈느냐?
호곡 : 내빈관 환영 공연 때. 왕굉,최리는 물론 그 수하 놈들까지 전부 불지옥에 타죽습니다.
유릉 : 반드시, 그 말대로 돼야 할꺼야. 내 숙부님 유헌왕이 그리 돌아가셨음에도 널 아직 살려두는 것은.. 그 일 때문이니까.
호곡 : 제 원한도.. 대홍려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유릉 : 처먹어라.
호곡 : .. (개밥그릇에 입을 대고, 죽을 먹는다)
씬47. 낙랑국, 왕검성 진양궁 일각
호동, 궁을 구경하고 있다.
(라희의 소리) : 그대가 호동인가?
호동, 돌아보면 연못가에서 라희가 빤히 쳐다보고 있다.
호동 : 그래, 내가 호동인데. 넌 누구냐?
라희 : (요리조리 뜯어보며) 으음.. 호동이란 이름이 잘 생긴 사내란 뜻이라던데 별루잖아.
호동 : 너 누구냐?
라희 : 라희. 최리 대장군에 딸.
호동 : ! (놀라서) 니가?
라희 : 그래.
호동 : 니가 정말 낙랑에 최고 미녀 왕자실 부인에 딸 맞아?
라희 : 그렇다니까.
호동 : (라희를 뜯어본다)
호동, 라희를 보며 생각한다.
(인서트) 4부 씬44
대무신왕 : 낙랑 최고 미인이 최리에 부인 왕자실이라던데, 딸을 낳았다더군.
호동아, 어서 자라거라. 내 너에게 왕자실에 딸을 상으로 주마.
호동 : 아버님도 참. 이럴줄 알았으면 상을 안받는 건데.
라희 : 무슨.. 말이야?
호동 : 하하하- 하하-
라희 : 왜 웃는데! 기분 나쁘게.
호동 : 너.. 참 못생겼구나. 뚱뚱한게.
라희 : !! 이런 무례한!! (손을 올린다)
호동 : (라희의 손목을 잡고, 뺨에 입맞춘다)
라희 : 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호동 : 어차피 넌 내 상이거든. 커서는 좀 예뻐지면 내가 덜 괴롭겠는데.
호동, 라희의 손목을 놓아준다.
라희, 그대로 옆에 찬 연검을 뽑아 호동의 뺨을 긋는다. 호동의 뺨이 살짝 그어지며 피가 난다.
호동 : (뺨을 만져본다. 손가락에 피가 배어난다) 호오~제법 한 성깔 하는데?
호동, 라희를 보며 싱긋- 웃는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