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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회 | | |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 비싼 휘발유와 통행료, 그리고 교통체증을 피해 대신 공항철도로 '맛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김포공항에서 걸리는 시간 단 33분, 직통은 더 빨라 불과 28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요금은 3,200원(어린이 1,600원).
서해안이면서도 섬인 영종도의 겨울 맛은 뭐니뭐니 해도 조개구이. 바닷가로 조개를 구워 먹으러 찾아 가 볼만 곳 중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축에 속한다. 그만큼 섬 곳곳에 적지 않게 걸려 있는 '조개구이' 간판도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영종도 안에서도 비교적 '한적한 편인' 마시란 해변의 외곽 도로. 간판에 '충청도 해안선'이라 적힌 허름한 집에 사람들이 몰린다. 물론 조개구이를 맛보기 위해서다. 그럼 그 많고 많은 조개구이 식당 중에 왜 이 곳?
이 집에서 맛 볼 수 있는 조개류는 대략 16가지 내외. 맛조개 피조개 칼조개 명주조개 키조개 대합 코끼리 조개 등을 비롯, 굴 해삼 낙지 멍게 전복 같은 해산물까지 더하면 20여가지가 넘는다. 이들 조개를 불판 위에서 구워 먹는 것은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 결국 어떤 조개들이 얼마만한 양으로 나오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처음부터 동죽 같은 비교적 값이 싼 조개가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더 비싼 상합이 많이 들어 가고 고급 조개류도 적당히 섞여 있어야 조개구이의 참 맛을 즐길 수 있죠." 그리고 또 하나 절대 매력, 조개 무한 리필이 된다. 단 평일에 한해서.
이 자리에서 10년 째 일하고 있다는 주인 안종식씨는 좋은 '조개들을 푸짐히'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 온다"고 말한다. 조개들은 모두 입구의 수족관에 대기중이다. 구이용으로 나오기 전까지 다 살아 있는 '생물'들이다.
'입을 꽉 다문' 조개가 불판 위에 얹혀지면서는 비로소 '조개구이'란 실감이 난다. 뜨거운 열기에 못 이겨 서서히 입을 여는 조개는 얼마 지나지 못해 입을 쫙 벌린다. 그리고 드러나면서 익어 가는 속살. 붉은 빛이 무척 인상적인 피조개를 비롯해 속 살은 조개 마다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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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민들조개 2-피조개 3-코끼리조개 4-가리비 5-상합 6-소라 7-웅피 8-석화 | | |
조개가 입을 벌리면서 속살 밑으로 새어 나오는 김이 신호탄이 된다. 곧 먹을 준비가 됐다는 의미. 조금 더 놔두면 속살 밑에서부터 '육즙'이 끓는 '소리가 (들린다기 보다는) 보인다'. 조개를 들어 소위 '국물'을 들이키는 순간 느껴지는 짭짤함. 소금 맛이라기 보다는 '바다 내음'이 물씬 난다. 물론 짜긴 짜다. 그래서 그냥 마시기 보다 옆에 놓여진 조개 무침 그릇에 부어 양념 소스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개 맛과 씹히는 질감도 종류 만큼 다양하기만 하다. 가리비는 굉장히 부드러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 연하면서 씹을수록 단 맛이 우러나는 웅피나 웅피 보다는 작지만 연한 살점을 자랑하는 명주 조개도 인기 만점류. 인기가 높은 만큼 모두 가격이 비싼 조개류들이다. 그리고 코끼리 조개도 신기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종류.
조개와 함께 구워 먹을 수 있는 것은 석화(굴). 껍질을 까지 않은 자연 그대로 굽는데 그냥 구우면 껍질이 튀기 때문에 반드시 은박지에 싸서 굽는다. 석화구이 맛은 생굴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고소하면서도 금방 바다에서 온 듯 짭짜스름한 맛이 감돈다.
조개구이가 굽히기 전에는 생굴과 가리비 회도 준비된다. 양념 소스를 살짝 끼얹어 놨는데 겨울에는 특히 제격이다. 조개 한 접시를 다 구워먹고 나서 리필이 될 때는 동죽과 굴 종류가 주로 나온다. 무료라서 많이 먹는 이들 중에는 최고 6~7번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한 두번 더만 더 시켜 먹고 나서도 배가 부르다.
몇몇 연인들 중에는 조개구이를 먹는 모양새가 안 좋다고 조개찜을 시키는 이들도 있다. 찜과 구이의 차이라면 조개찜은 조개에 배어 있는 짠 물기가 국물에 빠져 버린다는 점. 맛 하나가 빠지는 셈. 그래서 고소한 맛의 조개구이가 훨씬 더 잘 나간다.
조개구이 이후 포만감을 주는 식사로는 바지락칼국수가 기다린다. 바지락을 듬뿍 넣고 끓여내 국물이 시원하다. 메뉴판에는 다른 음식들도 다양하게 적혀 있다. 그런데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 백이면 백, 손님 대부분이 조개구이만 시킨다. 바닷가 변으로는 오픈 방갈로, 뒷마당으로는 원두막 모양의 야외 테이블도 만들어놔 주말이면 서로 차지하려고 줄을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