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12월 21일)
결혼 48주년이다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중매결혼을 하였다 아버님 50에 얻은 첫아들이라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중매쟁이한테 부탁했다 1974년 한 해가 다가는 12월 초순에 첫선을 보았다
거짓말을 못하면 성사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양가는 홀딱 속았다 신부집에 가서는 신랑 될 사람이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신랑집에 가서는 신부댁에서 좋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양가는 그 말에 2차 선을 보며 그 자리에서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그날이 12월 10일 성탄절을 넘기지 말자며 12월 21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동갑내기 스물두 살 신랑신부는 끌려가는 건지 좋아서 그랬는지 열흘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5일 만에 함을 보내고 5일 만에 식을 올린 것이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오늘 결혼 48주년 기념케이크를 딸이 예쁘게 맞춰왔다 양초를 켜놓고 가만히 생각하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마누라와 마주 앉아 철없던 그때를 이야기한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철이 없었나 신혼여행을 가면서 빈손으로 갈 생각을 했나"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군에 제대하고 별다른 직업도 없었으니 용돈을 부모님께 타서 쓰던 시절이었다 철없는 나는 결혼식에 가면서 아버지와 4촌 형님을 따라 신부댁으로 갔다 결혼식은 신부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올렸고 점심은 신부집에서 먹는 잔치였다
잔치상을 물리고 신혼여행을 가야 하는 시간
여행지는 진해로 정해놓았다 지금과 같이 예약을 한다거나 스케줄을 짜는 일은 없었다 그냥 버스를 타고 떠났다
처갓집에서 현풍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현풍 어느 병원의 지프차를 빌려 타고 가는데 아뿔싸 그때서야 빈 주머니로 나왔다는 걸 알았다 철이 없어도 어떻게 신혼여행 비용도 챙기지 않았을까 2km쯤 가다가 생각나서 다행이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 방에서 자전거를 빌려 처조카를 시켜 신랑 아버님한테 신혼여행 비를 받아오라고 했다
48년 전 3만 원의 신혼여행비로 진해를 다녀왔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서글픈 이야기가 웃음을 부른다
철없이 만나 고생도 많았다 삼 남매 낳고 건강하게 잘 키웠다 큰딸은 중등교사로 맏아들은 알뜰한 며느리와 결혼하여 서울서 아파트장만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 이제 막내아들 결혼하면 큰 걱정 없겠다
큰 아픔의 고비도 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기를 기도드린다
촛불을 불며 행복한 오늘에 감사하며 넘치는 축복을 이웃과 나눌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