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달게 내린 자비의 가을비와 행복한 나눔의 행진
지난 11월 1일 토요일 10시 보슬보슬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맨하튼의 리버사이드 공원에 알록달록 우산을 쓴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미국인으로서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은 불경 번역가로서 명성이 높은 비구 보디 스님( Bhikku Bodhi)이 2007년에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부디스트 글로벌 릴리프( Buddhist Global Relief) 에서 주관한 세계 기아를 돕는 자선기금모금 행사인 ‘2014 NYC Walk To Feed the Hungry’에 참여하는 인파였다. 지난 9월 6일 시애틀에서 시작한 퍼레이드는 캘리포니아, 미시간, 오하이오, 텍사스 등을 거쳐 뉴욕에 왔다. 모두 11개 도시의 행사 중에서 5개 도시의 행사에 참여하신 비구보디 스님은 하루 전에 도착하여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보슬비를 맞으며 오는 참가자를 향해 한 명 한 명 따뜻한 눈인사로 맞아주었다. 가을의 정취가 듬뿍 물든 허드슨 강을 따라 고즈넉하게 자리한 리버사이드 파크에 도착한 미국 불자와 뉴욕시민들, 아시아계 불자들, 그리고 낯익은 플러싱 대관음사의 청호 스님이 십여 분의 신도들과 함께 하였다. 또 정명사의 일진스님 그리고 뉴저지 태고선원의 혜진스님도 신도분과 함께 참여하였다. 가을의 정취가 한껏 물든 약 4마일 코스의 행진을 앞두고 먼저 기공을 통한 몸풀기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쌀쌀해진 날씨에 웅크렸던 몸을 풀면서 서로 서먹함도 풀면서 비로소 활기있게 여기저기 웃음을 띠기 시작했다.
속삭이듯 내리던 보슬비가 조금 잦아지면서, 행사등록과 기부를 마친 사람들이 보디스님 주변으로 모이면서 스님께서 우산아래 마이크를 들고 행사 시작을 알리셨다. 인사말로 스님은 “오늘 우리는 단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만 걷는 게 아닙니다. (웃음) 이번 걷기 모금을 통해 지구촌의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우리 이웃에게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모금은 가난과 기아에 처한 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도록 도움을 주고, 스스로 자립하고 자급할 수 있는 교육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젝트에 쓰이게 됩니다. 오늘의 행진은 평화롭고 여러분이 서로 지구촌의 기아문제를 상의하고 고민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비 묵언 행진입니다. 그러니 사랑과 친절함과 자비의 마음으로 지구촌의 모든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행진을 행복하게 함께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였다. 이어서 일본인 켄지쯔 나가가끼 스님의 축원과 반야심경을 참가자들이 함께 독송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10시 20분에 장엄사의 배너를 시작으로 보디비구 스님과 사미스님을 선두로 알록달록 우산을 쓴 뉴욕의 미국인 불자, 뉴욕시민 그리고 중국, 동남아시아, 한국 불자가 행렬을 따라갔습니다. 자원봉사 하는 안전요원들이 길목마다 길을 안내하고 물을 건네주거나 화장실을 알려 주었고, 중간중간 특별한 장소에서 축원하시는 스님도 계셨다. 코스 곳곳에서 서로 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우산 아래로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담소하고 오랜만의 만남 스님은 서로 안부도 물었다. 낙엽은 비에 젖어 그 색이 더욱 선명했고 모든 사물은 변화한다는 제행무상의 의미를 아름답게 사그라지는 발아래 낙엽을 보며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한 걸음걸이로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행진을 마치고 정오에 82가에 위치한 성 트리니티 성당으로 모두 모였다. 약 30여 분의 스님, 200여 명의 참가자를 다양한 채식식단의 점심이 따끈따끈하게 반겨주었다. 점심공양 후에는 행사의 의의와 모금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프로젝트 단체의 대표들이 나와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며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중에는 뉴욕시의 홈리스 청소년들에게 채식 점심을 제공하는 단체인 The Reciprocity Foundation의 담당자와 홈리스 청소년이 나와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이야기와 교육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그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명상 쿠션을 참가자를 위한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또 브롱스의 빈민 지역에 신선한 채소를 자급자족하는 프로젝트를 끌고 있는 Urban Rebuilding Initiative의 대표 연설자가 프로그램의 성과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함께한 각 사찰의 주지 스님은 참가자를 축원하고 자비를 나누는 말로 이번 행사를 마무리했다. 보슬보슬 가을비와 함께한 자비의 실천을 통해 11월의 하루가 특별히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었다.
www.buddhistglobalreli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