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노동면 들녘네로 갑니다.
오랫만에 만나 얼싸안고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새로 지은 간결한 황토방도 구경하고,
나무를 많이 해서 쌓아놓은 모습이 부지런하고 깔끔한 주인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솜씨좋은 들녘의 밥상을 기대하며 점심도 거르고 안먹었는데 역시~
고기를 안먹는 여울각시를 위해서 생선으로 상을 차렸습니다.
양념장 끼얹은 간재미찜, 간재미미나리초무침, 생굴무침,삶은 피조개, 모시조개국, 코다리찜
아침에 직접 만든 손두부, 삼겹살 찌개, 겉절이, 총각김치, 파김치, 고추절임, 매실장아찌
그리고 보성 막걸리
전전날 광화문 촛불집회를 다녀와서 피곤했을텐데..
시골얘기, 농민화얘기, 문정현신부님 얘기, 집회얘기, 얘기... 얘기도 밥상만큼 풍성합니다.
밥도 술도 한참을 주고 받고, 웃음도 한보따리.. 돌아가며 노래도 하고
도시에서 냉소적이었던 남편, 부드러워졌네요.
단순한 시골살이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었단 생각이 듭니다.
새벽3시가 되어 잠자리에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침밥을 먹는 사람은 밥을 차려주고
아침밥을 먹지 않는 여울각시에게는 죽도 아니고 쥬스같지도 않은것을 한잔 줍니다.
청국장가루에 요구르트, 효소, 견과류, 삶은콩, 과일을 넣어서 갈았다는데 그 맛이 참 좋네요. 몸에는 더욱 좋고.
이어서 어제 낳은 생달걀에 들기름을 타서 줍니다.
그리고 삶은 달걀 하나와 커피 한잔, 마무리로 홍차를 마십니다.
개운하면서도 든든한 아침상입니다.
광화문 농민집회에서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선생댁이 건너마을입니다.
그래서 백남기선생댁을 가보기로 합니다.
마을 제일 끝집입니다. 집입구에 큰 창고가 있고 마당에 된장을 담은 장독대가 있고
집양옆으로 큰 소나무, 마당한쪽에는 토종 춘동백나무가 있습니다.
대나무숲이 뒤에 있는 300년된터에 그만큼 된 한옥..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집의 모습
방문마다 걸린 마음을 가다듬는 글, 방문에 달린 세월호 노란리본..
백남기 선생의 기상을 보는 듯 합니다.
차를 내오시고 조용조용 말씀하시는 사모님,
선생의 가신 자리가 너무 커서 봄이 되었는데 농사도 시작을 못하시고 계십니다.
항상 웃으시고 긍정적이었던 선생, 고민상담을 해오면 걱정말라고, 다 잘되거라고 웃으시며 막걸리를 권하시던 분,
할일을 하고 가는것에 늘 당당하게 생각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농민 백남기
집회당일아침에도 웃으며 집을 나서고.. 잘 다녀오시라 인사를 나누었던 부부
죽어서 다시 살아난 그분의 뜻에.. 숙연해집니다.
큰길까지 따라나오시며..
많은분들의 고마움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고마웠다고, 고마웠다고.. 몇번을 말씀하십니다.
아무말 못하고 사모님의 손을 잡아드리고 나옵니다.
울포바닷가로 가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걷고
벌교에서 점심을 먹은 후
태백산맥 문학관을 갑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록해 놓은 책.. 많은 사람들이 필사를 해놓은 것 또한 역사입니다.
문학관 뒷 소화의 집과 현부자의 집을 돌아봅니다.
이상한 일본식을 접목한 한옥.. 그당시 부자들의 모습과
애절한 사랑을 나눈 무당딸 소화를 그려봅니다.
이 작은집 어디에서 몰래몰래 그 애절한 사랑을 나누었을까??
돌아오는 길..
참 좋았다,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색다른 여행의 경험이었다.. 모두 같은 느낌입니다.
그저 좋은 경치보고, 큰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화려한 호텔에서 잠을 자는 여행은 무언가가 빠져있다.
풍광 사이사이에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문화와 역사를 느끼는 여행
매화꽃뿐만 아니라 매화향을 품은 사람들을 만난 이번 남도여행이었습니다.
밤12시가 다되어 집에 도착하니..
벌써 꿈을 꾼듯합니다.. 한바탕 춘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