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고려대학 구로병원을 퇴원한 후 첫 번째 외래검사 및 진료예약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정오에 검사를 하고 오후 3시 15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진료가 예약 되었던 일정이라 검사시간과 진료시간 사이에 3시간 가량의 짬이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죽치고 있자니 무료할 것이고, 또 식전검사라 검사 후에 점심식사도 해야 했기에 마을버스로 한 코스(12정거장)인 광명 정인면옥(이하 '정인면옥')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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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일 오후 1시 50분/광명 정인면옥
정인면옥은 지난 5월 1일(일요일) 점심 때 딸아이와 둘이서 다녀온 이후로 한동안 피했었습니다. 성수기의 정인면옥은 한 시간 가량 문밖에서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 중이라 갑판장의 외식목록에서 빼둔 것입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시즌에는 문전성시를 이뤘었지만 비수기인 한겨울의 정인면옥의 사정은 또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갑판장이 당분간 엄격하게 치료식을 섭취해야될 상황이라 외식메뉴에 극히 제한을 받는데 육수를 안 먹는다는 전제하에 슴슴한 정인면옥의 평양냉면이라면 그나마 괜찮겠다 싶어 이번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갑판장의 예측대로 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 1시 무렵의 정인면옥은 절반 쯤의 여윳자리가 있어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평양냉면 한 그릇을 주문하고 나서 하얗게 김서린 안경 너머로 실내를 살펴보니 메뉴판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순면이 재등장을 했습니다. 겨울철은 성수기인 여름에 비해 손님이 덜 몰리기도 하고, 또 겨울철 메뉴인 육개장을 찾는 분들도 많아서 순면을 만들 여유가 생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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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3일 오후 1시 14분/광명 정인면옥
우선 냉면육수부터 반의 반 모금을 들이켰습니다. 지난 두어 달간 엄격하게 저염식을 한 탓인지 갑판장의 입맛에는 제법 간간하게 느껴졌습니다만 그래도 간이 이 정도는 되어야 일반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정인면옥의 육수는 슴슴하기로 소문이 났으니까요. 꾸미로 얹혀진 수육이 무슨 부위인지 고기 사이로 지방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따뜻하게 먹는 구이나 수육이라면 모를까 차갑게 먹는 평양냉면의 꾸미로는 좀 부담스럽지 싶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꾸미가 무척 간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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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갈이김치와 무김치/광명 정인면옥
면발을 훌훌 건져 먹는 동안 육수는 반의 반 모금씩 세 번을 들이켰습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얼갈이김치와 무김치도 싱겁기에 간을 맞추기 보단 식감을 살리기 위한 용도라 약간의 육수 흡입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어 봅니다. 육수를 벌컥벌컥 들이키지 못하는 상황이 못내 아쉬웠지만 간만에 맛본 정인면옥의 평양냉면은 역시나 엄지 척이었습니다. 조만간 순면을 맛보러 다시 방문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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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5일에 올렸던 '정인면옥 평양냉면'의 첨부사진
예전에 올렸던 정인면옥에 대한 글들에 첨부했던 사진 몇 장을 날찌순으로 올립니다.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요. 광명 정인면옥이 2013년 봄에 개업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갑판장이 드나들기 시작했으니 갑판장도 나름 단골이라면 단골입니다. 이 때만 해도 정인면옥은 광명2동의 후미진 모텔골목에 있는 그렇고 그런 식당 중 하나였습니다. 육수에서 약간 달달한 맛이 났으며 동치미스런 맛을 풍겼었습니다. 꾸미로 올려진 고기는 양지수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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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4일에 올렸던 '토요 데이트'의 첨부사진
광명시장을 즐겨찾는 갑판장네는 그 때마다 십중팔구로 정인면옥에 들렸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막 유명세를 타기 시작할 무렵이라 문밖에서 대기줄을 서지 않아도 됐었지만 그래도 늘어난 손님들 때문에 주방에 부하가 걸려 인내심을 가지고 음식을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었습니다. 꾸미로 올려진 수육의 크기가 좀 빈약해 보입니다. 그 대신 배채와 오이채, 무절임이 넉넉히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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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4일에 올렸던 '평양냉면, 니 맛은 뭐니?'의 첨부사진
갑판장의 기억으로는 2013년 8~9월 무렵부터 정인면옥의 육수맛이 바뀌었습니다. 단맛과 동치미스런 청량감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육향이 폴폴 풍기는 지금의 맛으로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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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일에 찍었던 사진(첨부된 글 없슴)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늘 건강하시라요. 꼭이요.
첫댓글 참 한결같은 집이죠.
매번 방문할 때마다 맛이 바뀌는데
항상 괜찮은 맛을 보여주니 말입니다.
냉면만 먹고 있자니 옆 테이블의 수육에 자꾸 눈길이 가더만요.
@강구호 갑판장 막 구워낸 고소하고 까끌한 빈대떡도 빼놓을 수 없지요.
컨디션 회복되셔서 육수 원샷 가능하게 되시면
같이 가시지요. 캔사케 들고가겠습니다. 츄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