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보다 화려한 조연'이란 말이 있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그냥 만들어낸 말이 아닙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배역 중엔 주역을 능가하는 개성 캐릭터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조역들이 많거든요. 말그대로 주인공을 도와주는 연기자란 의미겠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깁니다.
사실 드라마든 영화든 팬들의 시선이 주인공에게 쏠리는건 당근이지요. 타이틀 롤을 맡은 인물 스스로도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구요. 하루아침에 일약 신데렐라로 부상하는 경우와 달리 무명시절을 거쳐 각고의 노력끝에 인기란 걸 거머쥔 늦깎이 주연배우의 심정은 그래서 더 각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원한 조연은 없다" 조연 이미지 더 큰 매력
"영원한 조연은 없다"는 말도 있지요. 조연배우들은 자신의 활약에 따라 드라마나 영화가 빛나기도 하지만 어느순간 스스로를 스타로 띄우는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반드시 이런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때로는 자신만의 고유한 조연 캐릭터를 끝까지 살려 주연 보다 더 큰 매력을 유지하는 연기자들도 많으니까요. 오늘은 바로 이런 분들의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감초'를 자처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유형관(42) 금준희(46)를 꼽을 만합니다. 아마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지 못했던 분들이 대부분일텐데, 이제는 "아 저 사람~" 하며 알아보실 겁니다. 유형관은 20여년간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조역스타'란 자랑스런 닉네임을 인증받은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닉네임도 `조역스타'
재연배우로 TV 외도를 시작한 이후 SBS TV 개국특집극 `길' `해빙기의 아침' `사랑은 생방송' `제4공화국' `임꺽정' `이야기 속으로' `순풍산부인과' `젊은 태양' `허준' `야인시대' `태양의 남쪽' 등 100여편의 드라마, 코미디, 쇼오락 프로에 두루 출연했습니다.
`서편제' `조용한 가족' `반칙왕' `와이키키 브라더스' `목포는 항구다' 등 30여편의 영화에도 출연했구요. SBS TV `솔로몬의 선택'(연출 안범진)에서는 유일하게 첫 회부터 2년째 고정출연이고, 오는 10월부터 방영될 SBS TV 대하드라마 `토지'(연출 이종환)에선 장터 약초상으로 출연해 자신만의 개성연기를 벼르고 있습니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당당히 고정배역 따내
`아줌마 배우' 금준희는 더 대단한 연기자입니다. 속셈학원 원장을 하다가 친구들을 따라가 우연히 방송에 한번 출연한게 계기가 돼 지금은 어엿한 탤런트로 대접을 받는 조역스타입니다. 그녀는 쟁쟁한 기성 탤런트들을 제치고 SBS TV 대하극 `장길산'에서 당당히 고정배역을 따냈습니다. 무슨 배역이든 척척 소화해내는 그녀의 연기를 보면 PD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특히 `앞집 여자'의 첩이나 `위기의 남자'에서 보여준 이장부인은 조역이면서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는 캐릭터이지요. 그녀는 10년 가까이 100여편의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합니다. TV쪽에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소문이 나 한 주에 서너편 출연은 저절로 성사가 되지만, 영화는 거의 대부분 오디션으로 통과했다고 하는데 그 얘기도 참 재밌습니다.
배역에 맞는 컨셉트, 오디션 합격률 90% 넘어
보통 연기자들이 평범한 모습으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반면 금준희는 옷차림부터 배역에 맞는 컨셉을 미리 준비해서 달려갑니다. 시골 농부아내라면 몸빼 차림에 호미까지 들고 나타나 감독이 원하는 딱 그 모습을 오디션장에서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러니 수십명, 수백명이 오디션에 참가해도 그녀의 합격률은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출연한 `오아시스' `해적 디스코왕 되다' `목포는 항구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같은 영화가 다 그런 케이스입니다.
처음 단역배우를 시작했을때 하루종일 촬영에 매달리고(그래봐야 몇커트지만) 5만~6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회당 73만원의 당당한 `등급 출연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주에 3~4회 출연은 기본이라니 캐런티만도 장난이 아닙니다. 재미삼아 시작한 게 지금은 보통 월급쟁이 두 세사람 몫을 하는 직업이 됐지요. 고정배역을 따낸 대하드라마 `장길산' 같으면 스타급 배우가 부럽지 않습니다.
재연프로그램을 주로 하며 시청자들로부터 깊은 인상을 심어준 연기자들도 많습니다. 브라운관 최고의 조연스타로 각광을 받고있는 미남연기자 유승민(31)을 비롯해 개그우먼 출신의 문지연(32)이나 정은숙(35), CF 연기자 출신의 김혜진(28), 그리고 소재익(33) 현숙희(47) 현명관(33) 나꽃님(26) 김인수 등인데요. 이들이야말로 주연배우가 결코 부럽지 않은 브라운관의 감초들이지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