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친환경 우리'문화(文化)'의 희망을 찾아서" | ||||||||||||||||||||||||||||||||||||||||||||||||||||||
좋은 술, 막걸리 속에 담겨있는 자연성과 공동체성 | ||||||||||||||||||||||||||||||||||||||||||||||||||||||
전국에서 가장 찾아가기가 어렵고하여 당연히 깨끗할 수밖에 없는 곳, 동해에서 해와 달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경북에서는 가장 높은 일월산(1,219m)의 신령한 기운과 낮과 밤의 온도차로 인해 신선한 야생의 약초들이 즐비하게 생명을 잉태하는 곳, 영양군은 좋은 태양의 기운을 받고 자란 고추를 지역 특산물로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일월산 남서쪽으로 홍림산(767m)과 작약봉이 접해있는 청기면은 300~700m의 험준한 산지를 이루며 동천의 맑은 물이 골짜기마다 곡류하며 흐르는 전형적인 산촌지역이다. 산수 좋고 물 맑은 이런 곳에서 우리의 전통 술인 막걸리뿐만이 아니라 후추(椒)와 꽃(花) 속의 꿀과 함께 온갖 한약재를 넣어 만든 고려와 조선시대 명주 초화주(椒花酎)를 빚는 장인 임증호님(53세)을 만난 때가 2년 전쯤의 일이다. 초화주뿐만 아니라 이곳은 시인 조지훈이 직접 빚어 마셨다던 삼도주도 유명하다.
그이와의 구체적인 만남은 2005년 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순수 쌀로만 빚은 막걸리만으로 품평회를 계획했는데 심사를 해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렸던 것이다. 이 행사는 지역축제의 일환인 일월산 산나물을 안주로 전통 막걸리를 술로 맺어 우리의 발효주인 막걸 리가 더 이상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기획했던 것이다. 품평회는 막걸리와 같은 발효식품의 친환경성에 대한 주제로 대중화 가능성의 모색과 세계화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품평회로 이의 심사를 의뢰했었다. 허나 양봉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농민들보다 더욱 바쁜 농사철이라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했다. 하지만 우리민족의 명주 막걸리에 대한 나쁜 인식에서 좋은 인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더욱이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쌀의 이용과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하는데 전문성을 갖추고 계신 임증호님이 심사를 맞아야 된다고 거듭 부탁을 드려 좋은 막걸리 품평행사는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의 민속명주들은 경술국치이후 일제의 주세정책으로 인하여 집집마다, 마을마다, 문중마다 빚어온 명주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워낙 술과 시를 좋아했던 예천임씨의 선조들이 많았던 터라 임증호님의 집안에서는 지금까지도 초화주의 명맥이 이어졌다한다. 초화주엔 이규보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20년이나 연상인 서하(西河) 임춘이 술을 의인화해서 쓴 소설 ‘국순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5대조 국은(菊隱) 임응성은 원조(元朝)란 시에서 좋은 봄날을 헛되이 보내야만 하는 자탄을 초화주 한잔에 실었다. '今年人是去年人/人不與歲歲獨新/淸辰滿酌椒花酎/白髮居然空負春’ 초화주는 먼저 우리 밀을 빻아 반죽을 한 뒤 연잎에 사서 누룩을 띄운다. 찹쌀이나 멥쌀을 불려 고두밥을 만들어 찧고 누룩과 물을 혼합해 선선한 그늘에서 1주일가량 잘 보관한 뒤 밑술을 만든다. 천궁과 당귀, 황기와 오갈피, 갈근 등의 한약재와 후추 또는 산초를 함께 다리고 밑술에 고두밥과 함께 넣어 섭씨 20도 정도 되는 곳에서 대략 한 달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친단다. 이를 가지고 증류하면서 항아리에 꿀을 발라놓고 증류주를 받으면, 다양한 맛과 향이 어우러지는 45도 안팎의 초화주가 되는 것이다. 증류하기 전에 위쪽의 맑은 층을 떠내면 15도짜리 약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임증호님은“피를 맑게 해주는 초화주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약용으로 즐겼다고 말하고, 알코올 기운은 꿀이 풀어주고 열은 갈근이 내려주니 숙취가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시면서 막걸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틈틈이 이야기를 통하여 해주시니 감사했다.
현재 임증호님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되어 겨우겨우 초화주의 명맥만을 지켜나가고 계시다. 자신의 아파트까지 팔아가며 맛과 향이 좋은 술 연구에 정열을 바치면서 경제력과 경영마인드가 전무한 그가 이룩한 쾌거는 2003년도 부산 아셈(ASEM)회의장에서 당당히 발휘되어 아셈회의 대표 술로 공식 선정되는 진가를 발휘했다. 그 후 과일 중에서 가장 맛과 향 그리고 당도가 좋은 머루를 이용한 머루주 생산에서도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과수 농민들의 이해부족으로 친환경 머루생산과는 거리가 먼 관행적인 방법인 화학농법을 써 친환경 머류 주 생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단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맛 좋은 술을 빚기 위해 지금도 자신의 모든 부분을 바치시는 그는 화학공학도가 해내기 어려운 머루와인 증류장치의 연구와 기술개발은 실로 대단해 보였다. 많은 연구비와 개발비가 투자 되었지만 막상 생산과 제조, 시장조사와 마케팅 판매 등 많은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계심에 안타까울 뿐이다. 어려서부터 막걸리 공장과 인연이 되어 막걸리공장을 운영하시는 분의 따님을 신부로 맞아 막걸리뿐만이 아닌 초화주, 머루주, 복분자주까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적인 맛과 향을 찾아 옹고집으로 이제까지 살아오신 산 증인이시다. 하지만 현재의 초화주 제조장치는 경유값이 없어 운전을 1년째 못하고 있는 실정, 특히 원료의 투명성과 재료의 친환경성에 중점을 두고 생산한 건강한 제품이기에 뜻있는 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 땅에서 지금까지 지역성을 가지고 고유하게 그 명맥만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농산품은 단연 우리의 막걸리가 으뜸일 것이다. 나는 여행도중에 반드시 그 지역에서 난 쌀 막걸리만을 찾아 먹는다. 그것도 쌀 막걸리인지, 효모를 죽이지 않은 생 막걸리인지, 아스파탐 등 첨가물은 어떠한 것들을 사용되었는지 정말이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마신다. 막걸리는 가장 지역순환성과 생태성을 가진 농촌에서 농업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발효식품이자 농부들의 음료수다. 대부분의 농촌이 두레라는 독특한 노동집약적 공동체사회를 이루면서, 힘든 농사철마다 풍물놀이와 함께 농사 자체에 활력을 북돋아주는 협동의 놀이문화을 제공해주는 촉매제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제 식민지기간에 양조법을 만들어 막걸리의 제조를 감시하고 통제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쌀 소비의 억제에 있었다고 한다. 값싸고 양질인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야 했던 일본으로서는 막걸리를 통제함으로써 많은 이득을 누린 셈이다. 그동안 우리의 농촌은 지주와 소작인 관계가 지속성을 가지고 두레공동체문화를 만들어 끈끈하게 유지되어왔으나, 소작법 또한 일제가 소작 기간을 1년 단위로 개편함으로서 소작인의 교체를 용이하게 했던 것이 두레공동체의 와해를 가져왔던 것이다. 소작권을 받아내기 위한 농민들의 경쟁 또한 두레로 사이좋게 뭉쳐 지내던 공동체를 갈등과 반목으로 바꾸어 두레의 해체를 가져왔던 것이다. 이를 통한 두레공동체문화의 화해는 결국 쌀 생산에도 영향을 주어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으며, 막걸리를 통한 농업의 생산성 향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광복이후 침체됐던 막걸리는 다시 활기를 찾았지만 군사정권이 들어오면서 주식으로서의 쌀 확보를 위하여 쌀 막걸리제조를 금지시켰다. 잠시 첨가제로 머리가 아픈 카바이트를 썩기도 하면서 내려오다가 근래 들어 화학농법으로 재배한 외국산 수입 밀에 의해 주로 빚어졌다. 지금 우리들의 입맛에 맡는 막걸리는 대부분 이 달콤한 첨가제 맛과 밀가루 고유의 맛 때문에 고유한 쌀 막걸리의 텁텁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맛은 물론 몸에 좋지 않은 첨가제 등을 사용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안전하지 못한 식품으로 인식되어 막걸리산업은 급속히 쇠퇴하여 외면당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현재 우리의 막걸리는 농촌과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열악한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술 시장의 70%까지 차지했던 막걸리의 소비시장이 서울올림픽이후 금융과 산업자본개방에 합세한 소주와 맥주 등에게 밀려 30%로 떨어지더니, 요사이 와인의 인기보다도 떨어져 4% 정도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순수미생물에 의한 자연발효식품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의 복합체인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자연건강식품이 쌀 막걸리다. 이는 인체 내 혈액순환 개선과 피로회복, 신진대사 촉진 등의 기능을 하고 있는 훌륭한 우리민족 고유의 발효음료인 것이다. 이런 막걸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걱정스럽고 더구나 유전자가 변형된 수입곡물은 농약이나 화학적으로 재배될 뿐만 아니라 오염된 원재료가 또다시 각종 첨가제나 방부제로 유통기간을 늘려 만들어진다는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막걸리는 농업과 함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민족의 농민들에게 건강한 삶의 단결력과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 행복한 공동체문화를 만들어 냈던 대단히 환경친화적인 바이오음료요 식품으로 자리하여 오고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온 민족의 애환과 정서가 담긴 주곡의 술로 만들어진 막걸리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천시 받는 것이 아니라 널리 보급될 수만 있다면 우리의 막걸리문화는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김치와 된장 그리고 청국장 등이 발효건강식품으로 오늘날 전 세계에서 엄청난 발돋움을 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듯이, 우리의 주곡으로 만들어진 막걸리가 세계인들 속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부터 농촌의 주곡농업을 살리는 일에 힘써 농민들과 농토를 살려야 한다. 이제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으로 안전한 술(알코올 도수 6%)인 막걸리를 생활 속에서 제대로 평가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농업에서 주곡으로 생산되는 쌀과 보리, 밀과 콩 등의 생산물뿐만이 아닌 다양한 과일로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농업의 건강한 술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막걸리를 먹고 마시는 문화에서 다루는 용기 또한 재발견하고 복원하여야 한다. 얼마 전 문경에 있는 도천 천한봉님의 문경요를 방문하여 과거에 사용되었던 토기나 옹기, 도자기 등으로 빚었던 술잔과 술병을 본적이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단순한 양푼으로 만들어진 주전자와 양재기가 아닌 과거의 주병과 술잔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아무것에나 담아다 먹는 그릇이 아닌, 그 이상의 문화가 분명히 담겨 있음을 알고 다루어야 한다. 우리의 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는 술로써 주병과 술잔에 의해 술의 맛이 보전되고 숙성되어 그 맛 또한 좋아져 전통적인 맛과 함께 건강미도 살리는 문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우리의 술을 제조하고 가마터를 복원 토기와 옹기를 곁들이면 어눌했던 농촌과 농업의 밑바탕의 문화는 보다 생기가 넘쳐, 풍요로움을 만들어가는 지역공동체로 저절로 활력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이야 말로 진정한 지역의 자립과 자급을 돕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국의 주조협회나 양조협회는 자신들의 영역 지키기에 급급한 우물안식의 유통구조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전통적인 주곡막걸리의 제조기술을 교환하고 발효균에 대한 연구와 보존 그리고 전통 술 막걸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홍보를 위한 다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기울려야 하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또한 어려운 농촌에서 직접 농사지은 주곡을 원료로 빚는 실명제 술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농촌을 살리려면 우선 농업현실을 감안한 다양한 부가가치사업을 남달리 지원해주어야 한다. 지역농민들이 농산물로 새로운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여건조성과 생산과 유통, 판매뿐만이 아닌, 제품의 연구개발까지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이의 원활한 유통과 판매를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과실주나 특산주의 주세는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하여 지역농민들이 헌신을 다하여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농산물가공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체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농민주(과실주나 증류 특산주)는 2천억 원도 안 되므로 과실주와 증류 특산주는 지방세로 전환을 고려해 볼만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특산물로 지역관광이나 출향민 등에게 적극적인 홍보나 판매를 할 수 있으며, 애향심을 고취시켜 여러 기관과 단체에도 효율적으로 판로대책시장을 형성하여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농민들에게는 안전한 경제와 문화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농민주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농림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 지역특산물로 한정하며, 기존의 농촌지역 주류가공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또 다른 공장신증설의 사업비를 소모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이러한 주세정책의 변화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고유한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더욱 열심히 지역농민들의 농업생산은 물론 가공판매와 유통까지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농촌의 농민들은 그 지역에 맞는 곡식과 과일생산을 안전하게 전념하여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어눌한 농촌과 농업이 지역민들에게 다시금 활기를 되찾게 해주고 지역사회의 건강한 농업문화를 제공하게 해주는 계기로 자리 메김 될 것이다. 이로 인하여 지역성에 맞는 친환경농업작물의 선택이 이루어져 고유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고, 농촌의 자연과 농민의 경제를 살림과 동시에 지역적인 순환과 자립은 물론 균형적인 국토발전을 가져오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선행되어야 할 것은 주곡원료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지어진 것인가 하는 원료의 원산지표시이다. 건강한 제품일수록 생산지와 생산자의 이름을 붙이게 되고, 그래야 믿을만한 상품이 되어 값비싼 상품이 된다. 이로써 주곡생산의 농업문화에서 한 차원 높은 살아있는 농촌과 농업문화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
류기석 기자 [2006-08-13] |
첫댓글 전 밭에 갈때 꼭 막걸리를 사들고 갑니다. 막걸리가 밥이고 약이고 땀 보충물이고.. 그래요. 1시간 일하고 20분 술마시고. 마누라 왈 "당신을 일할라고 술마셔 아님 술마실라고 일해?" "허, 일하고 술 마시고, 술 마시고 일하는거지 뭐" 그리하여 마누라의 주객전도설과 저의 혼연일체설이 아직도 팽팽히 맞서는 중.. ㅡㅡ;
나 어릴적 저런 집에서 자랐는데 지금은 막걸리 많이 안마셔 양조장 들이 어렵다드군요. 일하다 한잔 마시면 요기도 되고 몸에 좋다드군요. 많이 많이 드세요. 막걸리 마시고 싶넹.